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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Dec 10. 2022

300명의 작가가 네 안에...

어딘, 활활발발


글쓰기 혹은 글쓰기 모임을 위한 책. 책에는 합평작들도 몇 편 실려 있다.


< 활활발발 - 담대하고 총명한 여자들이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는 곳, 어딘글방>


이 책을 한 글자로 요약하자면, 역시 ‘活.’


활자 밖으로 에너지가 끓어 넘친다.


오래전에 만난 남편의 지인이 떠오른다. ‘활활발발’... 보다는 ‘활활팔팔’을 인간화하면 그이가 되지 않을까. 기세 좋게 휘몰아치는 말들에 웃으며 맞장구만 쳤는데도, 뭐랄까, 잡아 먹히는 기분이 들었다. 대화한 지 대략 5분 만에 말이다.


어딘의 글도, 어딘글방과 그곳에서 ‘협동과 경쟁과 연대의 시간을’ 쌓은 ‘담대하고 총명한’ 그들도 활어처럼 펄떡인다. 명사, 형용사, 부사, 동사가 한 문장에 모여 맘껏 뛰노는 것도 같다. 그들(의 글)은 제약을 벗어 던지고 경계를 지운다. 스티븐 킹이 말했던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그들이라면 부사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뭐래, 어쩔, 그럼 사전에서 아예 빼시던가요, (아니, 뭐 이런 말은 우리 딸이 해댈 것 같고, 여하튼 그들이라면) 어느 하나 소외됨 없이 부둥켜안고서 솔직함을 무기로 세상이 외면하는 곳을 목적지 삼아 거침없이 걸어갈 것 같다. 야, 여기가 지옥이란다, 하고 웃어 젖히면서. 이런 상상을 해보니 나도 유쾌해지는데, 진심 그들의 활기에 세포 깊숙이 전염되고 싶다. 요즘의 나는 쪼그라들고 말라붙어 아이와 방탄과 커피로 급속충전을 거듭하며 배터리 수명을 단축시키고 있...


그러고 보니 은유의 에세이에서 받았던 첫인상과 비슷하다. 삶과 글이 밀착된 느낌. 그래서 글이 살아있는 느낌. 글이 글자가 아니라 목소리로 다가오는 느낌. 생생하고 정직한 육성.


실제로 이 책은 상당 부분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참, 어딘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독자들이 엉덩이 붙이고 글을 계속 읽게 하려면 첫 문장이 섹시해야 돼, 얘들아.”


나를 완벽하게 휘감은 이 책의 첫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3백명의 작가가 네 안에 함께 살면 돼.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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