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 윈징게르, <내 식탁 위의 개>
“아주 작은 것들도 음미하라.
Enjoy deeply the very little things.(라퐁텐)”
“그렇다면 내 몸은 어디쯤 와 있었을까?
(...)
전날보다 조금 더 굽은 우리의 등.
우리의 느려진 몸짓. 부자연스러운 몸짓.” p205
"기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위로 떨어지는 섬광이다. 아무런 대가 없이 오는 것이다. 전적으로 과분한 것. 그 섬광은 최악의 순간일지라도 예외가 없다. 예를 들어, 진흙탕 같은 전투 중에도 불현듯 살아 있음을 느끼지 않는가." p176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도 나는 끄떡없이 글을 쓴다.” p386
“우리는 종종 앞 세대의 광범위한 억압을 동반한 채 기괴하게 우리 나이의 기준에 매달려 삽니다. 우리는 거의 늘 우리 자신을 우리가 우리 생에 있을 때의 우리라고 착각합니다. 죽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에게 무엇이 닥칠지 생각하는 방법을 모릅니다. 우리는 나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릅니다. 우리는 두려워하고 억누릅니다.
글쓰기는 이런 가능성을 제 지평으로 삼아 모든 나이대를 탐험하도록 우리를 격려합니다. 시인 대부분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생생하게 온전한 현재로 유지해 온 보존된 아이들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은 미리 생각하는 것, 아직 되지 않은 이들의 처지에서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른바 황금기라는 장벽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
엘렌 식수, <글쓰기 사다리의 세 칸>, pp118-119
“자기 침대, 자기 서재, 자기 꿈. 각자 자신만의 생태계가 있다. 초원이 바라다보이는 창문들은 나의 생태계다. 반면 그의 생태계는 밤낮 할 것 없이 커튼을 쳐 놓은 일종의 저장고, 창고, 은신처, 두개골이다. 방이라기보다는 책을 보관하는 창고 같기도 하다.” p14
“지금껏 그런 식으로 내 눈 깊은 곳을 뚫어져라 바라본 개는 없었다. 나는 이런 존재야, 그런데 당신은 누구지? 자신의 절대성 안에서 내 시선을 탐색하는 시선.” p40
“하지만 나는 그날 저녁 왜 그 작은 개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대등한 태도로 나를 쳐다보았는지에 관해 생각에 잠겼다. 내가 대등함을 발견한 계기도, 그걸 나에게 상기시켜 준 계기도 바로 그 개의 눈이었다.”p 41
“나는 나이 드는 걸 받아들이고 있어. 아무렴, 나는 노화를 겪고 있고 그 여파로 몸이 망가졌지. 하지만 노화에 어울리는 미지의 영역도 내 것이 되었잖아! 나는 그걸 놓치고 있었다. 미지의 영역을 잊어선 안 돼. 나는 내 앞에 놓인 미지의 영역에 대해 오래오래 생각했고, 이제 노화는 일종의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일로 다가왔다.
(...) 물론 그것은 거기에 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아침마다 여전히 침대에서 나를 꺼내주는 건 누구인가?
아주 멀리는 아니지만 내 몸을 밖으로 끌어내는 건?
그곳에서 나를 부르는 건?
바로 그것, 욕망이다.
나는 여전히 터무니없는 방식으로 바깥세상을 욕망한다.
그러므로 나를 위한 욕망은 아직 남아 있다." pp126-128
“우리는 길고 긴 대화를 나누곤 했다. 예스는 내가 그리그에게 말할 때처럼 목구멍 안쪽에서 나오는 단조로운 노래 같은 목소리로 말을 걸면 무척이나 좋아했다. 그건 내가 언어를 사용할 때 보이는 인간적인 면모였다. 예스는 내가 그리그와 대화할 때 인간끼리 사용하는 언어의 선율을, 자신에게는 없는 그 선율을 순식간에 알아차렸던 것 같다. 내가 그리그에게 하듯 억양에 변화를 주고 머뭇거리거나 반복하기도 하면서 말을 걸면, 인간의 음악인 그것으로 말을 건네면 예스는 감개무량한 듯 침을 삼켰다. 어떤 때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했다. 예스는 우리가 키운 암캐들 중에서도 단연 나라는 사람이 대표하는 인간성을 가장 숭배한 개였다.
...그러니까 예스는 로고스에 극도로 민감한 개였다. 예스는 우리 두 사람과 교감하며 자기 존재를 발견한 것 같았고, 자신이 지닌 힘을 즐기는 듯했다.
물론 그 모든 것보다 예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내가 침대로 가져온 사과를 잘 깎아서 슬쩍 한입 먹게 해 주는 것이었다.” pp.142-143
“나는 그리그에게 여자아이는 어른들로부터 벗어나려면 남자애들보다 더 사나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p200
“우리가 살아 있으며 함께 숨 쉬고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계속 살아갈 것이다. 오! 소수인 우리, 행복한 소수인 우리, 형제로 결속한 우리.” p262
We few, we happy few, we band of brothers. (셰익스피어, ‘헨리5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