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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Jul 09. 2024

나의 장례식

2015. 3. 25. 물의 날.  


지인의 부친이 임종하셨다. 장례식장으로 가는 고속도로와 누런 벌판 위로 마른 햇살이 쏟아졌다. 지난밤 우리가 꾼 꿈들을 생각했다.


간밤에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침대에서 한 시간여를 뒤척였다. 한 순간에 촛불 꺼지듯 숨이 멎는구나. 그런 흔한 비유가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친정 부모님을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부고는 오래 전에 작성되었고 일부는 이미 보내졌는데 그저 멀리 돌고 도느라 아직 내 손에 전해지지 않은 것만 같았다.  


자정 넘어 받은 부고 탓인지 꿈에서 너무 많은 죽음을 보았다. 하얀 마스크를 쓴 남자가 칼을 든 채 울고 있었다. 목이 졸리는 듯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나는 눈을 떴다. J가 울먹이며 목을 그러안고 있었다. 악몽에 시달리다 내가 자고 있던 침대로 달려온 모양이었다.


- 할아버지 할머니랑 아빠랑 영화보러 갔는데, 엄마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더니 내가 재촉하자 꿈의 마지막 장면을 속삭이듯 털어놨다.


- 심장마비로 죽었어. 그래서 울었어.


간밤에 J는 내 죽음을 보았다. 그리고 내 장례식에 갔다.


J는 왜 내가 죽는 꿈을 꾸었을까. 부고를 들은 건 아이가 잠든 뒤인데... 사춘기를 알리는 상징적 꿈인가. 엄마로부터의 심리적 독립을 꿈꾸는 건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노크하고 들어오라는 경고문이 방문에 붙어 있다. "함부로 열지 마시오." 문턱이 국경지대가 되는 시절로 접어든 것이다. 가끔 잠긴 방문을 두드리면 뭔가 은밀하고 비밀스러운 표정으로 문을 열어준다.



<축복받은 집>에 실린 줌파 라히리의 마지막 단편, "세 번째이자 마지막 대륙"은 이렇게 끝난다.

 

"그 모든 게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무언가 내 상상을 초월하는 것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p392


 죽음이 그런 것 같다.


지난밤 아이의 꿈에서 내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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