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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slander Feb 03. 2017

당신이 아니라 당신의 할머니를 위해 독감백신을 맞으세요

2017. 2. 2. 낭의 날. <스켑틱 Skeptic>

 


독감 백신이 백신 가운데 가장 효과가 떨어진다지. 알려져 있다시피, 독감 바이러스가 계속 변하고 있는 데다가 그해 유행할 균주를 추측하여 백신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독감 백신을 맞히지 않았다. 


올 겨울 나는 그걸 조금 후회했는데, 아이가 난생 처음으로 독감에 걸렸기 때문이다. 올 겨울은 독감이 유난을 떨었다. 아이네 반의 경우에는 1/3이 독감을 앓았다. 아이가 다행히 크게 앓지는 않았지만, 아이도 나도 일주일 간 집안에 격리되다시피 했기에 하필 그 기간에 잡혀 있던 중요한 일정들이 모두 취소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건 승률이 매우 낮은 게임이 아닐까 여전히 생각했다.


<스켑틱> 코리아판 8권에 실린 독감 백신에 대한 컬럼을 읽고서 나는 다른 관점으로 독감 예방 접종을 바라보게 됐다. 감염성 질환 전문가 마크 크리슬립은 독감 백신에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사람들에 맞서 다른 주장을 펼친다. 

 

"인구 집단이 받는 혜택은 백신을 맞는 개인에 의존한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공동체 안에서 독감의 전파 속도를 낮추어 집단 면역성을 높이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타인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그가 내리는 결론은 이렇다. 유아, 면역계가 약화된 사람, 임산부, 노인을 위해, 즉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신의 할머니를 위해 독감 백신을 맞으세요."


그러게, 올 겨울에는 나도 독감 백신을 맞아볼까. 


인간은, 고립된 섬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원하든 원치 않든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얽혀 있다. 내가 직접적인 수혜자가 아니므로, 또는 직접적인 가해자가 아니므로 무심코 내려지는, 나라는 개인에 의한 개인을 위한 개인의 결정들이 결국 어떻게든 바깥세상에 영향을 준다. 동심원을 그리며 점점 크게 퍼져나가는 파장. 그건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테지. 

몇 개월째 그걸 사뭇 초현실적힌 형태로 목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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