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독일에서의 Job Interview
25.01.2012 Mi.
다행히 아주 심했던 감기기운이 누그러졌다. 독일에 온 이후로 가장 신경써서 옷을 입고(독일에서는 도무지 신경써서 옷을 입을 일이라고는 없었다. 애들은 학교에 방수가 되는 바람막이를 늘상 입고온다.) 인터뷰를 하러 갔다.
원래 10분 동안 쭉- 직진하면 될 길이었는데, 공장 사이로 다니며 한 삼십여분을 헤맸다. 결국 공장단지 한복판에서 경비원 아저씨께 접근 금지당하고 미아가 됐다가 다행히 그 아저씨가 길을 알려줘서 겨우겨우 main office에 도착! 다행히 아주 일찍 출발해서 15분전에 도착했고, 혼자서 화이팅을 여러번 해 보았다.
드디어 나와 여러 번 통화하고 인터뷰 일정을 잡았던 Mr.Berger씨가 나타났다. 인터뷰를 할 방까지 가는 동안 나는 어리바리하게 아저씨를 따라갈 뿐, 내 소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도 아직 자기이름을 소개하지 않았다. Valeo Office는 공장과 같은 건물을 쓰면서 유리로 된 벽으로 분리 되어있었다. 사무실에서도 공장의 모든 공정을 볼 수 있고, 공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반대로 사무실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사무실의 모든 방들은 유리로 되어있었고, 직원들 자리도 칸막이 없이 오픈 스페이스였다. 밖으로 난 통유리 창으로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회사 주변 나무들이 보였다. 1달간 인턴을 했던 코엑스 근처의 아찔한 높이의 빌딩 사무실과 칸막이들이 생각나며 대조를 이루었다.
교환학생을 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영어로 내 생각을 말해야하는 시간은 여전히 긴장된다. 1대1 면접이 시작되었고, 내가 배운 커리큘럼에 대해서 말해보라는 질문을 받았다. Mr.Berger씨는 시종일관 친절했지만 내가 알아듣기에 어려운 발음이라서 거의 절반은 추측을 했다...내가 배운 커리큘럼과 나에대해 간단히 소개하고, 장/단점을 물어보시기에 'Thanks God!'을 속으로 외치며 준비한 대로 열심히 대답했다.
그런 뒤에는 Mr.Berger씨가 자기부서 소개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무슨 일을 하고, 팀에는 누가있고, 인턴이 곧 나갈꺼고(그래서 나를 뽑는다고 했다.), 일하게되면 컴퓨터는 당장 마련하기가 어렵고, 밥은 어디서 먹으면 되고...그러더니 '언제부터 일할수있니? 2월부터 시작해도되니?'라고 하길래 냉큼 괜찮다고 했다. 회사에 대해서 너무 자세히 설명해주고 일을 시작한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얘기해 주길래 난 내가 합격한 것인가 싶었다. ('아주 급하면 over work을 할 수도 있다.' '매달 report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걸 도와주면 좋겠다.' '50명 office직원 중에 1명 빼고는 거의 다 영어를 잘해서 문제가 없을 것이다.' 'SAP가 독일어로 되어있는데 너에게 괜찮길 바란다.' 등. 후에 이 모든 사항들은 다이나믹한 인턴생활의 복선이었는데, 이 때는 그저 알아듣기에 급급했다.)
추가 질문으로 '인턴으로 일하면 어떤 것을 기대하냐?'고 하기에 학교에서는 투자자입장에서만 전공과목들을 배웠는데 기업입장에서 일하면 새롭게 배우게될 것들을 기대한다고 대답했다. Mr.Berger는 신이나서 무슨,무슨,무슨 일들을 하기 때문에 아주 많이 배우고 갈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주셨다. 또 물어 볼 것이 있냐고 하길래 '일하게 되면 Treasury department에서 일하는 것인가요?' 했더니 어쩌구 저쩌구 엄청 자세히 대답해 주셨다...그치만 나의 부족한 영어듣기 실력과 그분의 뭉개는 발음이 만나서 난 내가 어떤 부서에서 일하게 되는 것인지 아리송한 채로 내가 일하게 되는 곳이 Valeo에서도 Wiper System Germany에서도 Shared Service Center에서도 Treasury 팀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Mr.Berger 씨는 'Is there any further question?'이라고 하셨고, 난 더이상 그럴싸한 질문이 생각나지 않았다. 순간,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고 'I think it's enough'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갑자기 Mr.Berger씨가 '자, 그럼 좋아요. 내가 생각을 해보고 나서 결과는 에밀리를 통해 알려줄게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가 인터뷰이로서 본분을 잊은 대답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무난한 대답도 많은데 'It's enough.' 라니 떨어져도 할 말이 없다.
Mr.Berger씨는 인터뷰를 마치는 형식적인 얘기들을 늘어놓으면서 나를 건물 입구까지 바래다 주셨다. 나는 머릿속으로 '이건 뭐지? 뭐지? 난 이렇게 떨어지는건가?'하며 혼란스러워졌다. 건물 밖에 나와서도 회사 전경을 보며 건물들을 소개시켜주는 아저씨를 보고 나는 다시 한번 '아, 뭐지? 내가 다니게 되는건가?'하고 헷갈려했다. 뒤늦게서야 '회사가 진짜 흥미롭네요. 공장을 다 볼 수 있다니 놀랍네요.' 등등 헛소리 비슷한 리액션을 하다가 너무 감사하고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겸손한 자세의 인터뷰이로 돌아왔다.
돌이켜 보니 1시간이 넘는 인터뷰 시간동안 나보다는 상대방이 더 말을 많이 했던 재미난 인터뷰였다. 서투른 탓에 본의 아니게 독일 아저씨와 밀당같은 인터뷰를 했다고 느꼈다.
한국에서 온 21살, 이방인의 모습으로 독일인, 프랑스인과 함께하는 인턴생활기의 첫 장은 이렇게 펼쳐졌다.
2015.11.11 수요일
다른 나라에서의 직장생활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내 친구들이 늘어났다. 너무나도 감사히 나에게는 21살의 한국인으로 독일에서 프랑스회사의 인턴으로 6개월 간 일하는 행운이있었다. 그 곳의 직장생활과 삶을 꽤 맛보고 왔으면서도, 그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은 여전히 선뜻 정할 수 없는 일이다. '헬조선' 이라는 반갑지 않은 단어가 유행이 되어버릴 만큼 살기가 팍팍해진 덕분에, 다시 그 곳에서 일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싶어졌다. '나를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든 이유들'과 '다시 독일에 갈까 고민하게 만드는 이유들' 사이에서 나처럼 방황할 사람들에게 나의 포스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