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의견이면 무조건 틀려야 하는 사회
나만 맞고 저들은 무조건 틀렸다
제20대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천문학적 금액의 횡령 사건으로 상장 폐지까지 거론되었던 한 기업의 단톡방에서 이루어진 대화가 문제가 되었다. 직장 상사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하직원에게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여러 갑질을 시전한 것이다. 아마 그는 자신이 반대하는 후보가 속한 정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정말 한국사회가 쇠퇴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그는 진정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그가 보여주는 행위는 민주주의보다는 아마 그가 비판할 것으로 여겨지는 과거의 군사정권이 보여준 모습과 유사하다. 아마 반대 진영을 지지하면서 유사한 언행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현대의 민주주의는 각 사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사회는 유독 자신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진영이 정의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는 커뮤니티 위주의 활동이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확증편향과 집단사고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무조건 우리가 옳으며 저들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대립이 장기지속되면서 각 정당들은 국민통합 및 타협을 추구하기 보다는 기존의 지지층을 확실히 지키고 어차피 자신들을 지지할 일 없는 사람들은 배제하거나 적대시하며 생존하고 있다.
저들은 틀려야 한다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는 민주주의의 기본인데 이 원칙이 거의 붕괴되고 있다.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을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평소에 지지하던 신문이라도 절독하거나 항의 전화를 한다.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죄악시된다. 자신이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것은 꼰대의 전형적인 특징이다. 차라리 자신이 이익을 위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말이라도 통한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이 유일한 정의라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답이 없다. 무슨 말을 들어도, 아무리 그것을 반박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해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대 진영의 사람들은 국운을 걱정한다. 정말 나라가 잘못될 것을 걱정하는 것인지, 내가 지지하지 않는 정권이 성공해서는 안된다고 고사를 지내는 것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다면 합리적 시각을 바탕으로 감시하며 국정을 잘 이끌어가도록 해야 하는데 사사건건 발목을 잡으며 무언가 사고를 쳐서 국정을 말아먹고 정권이 지지 정당으로 바뀌기를 바란다. 실제로 그렇게 되면 선거 시점에 기분은 좋아지지만 자신의 사회경제적 처지는 나빠질 가능성이 높은데도 상당수의 대중은 이를 통쾌하게 여긴다. 이런 식으로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공감하는 발전 과제와 보편적 가치를 장기적으로 실천하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나는 정답이 아니다
세상에 정답이 있는 문제는 많지 않다. 보편적 인권의 범위를 벗어난 문제에 대해 모든 사람의 의견이 통일되어 있다면 그곳은 아마 독재국가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이 채택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분노하고 그들을 저주하는 댓글을 다는 것과 트럼프가 당선되지 못했다고 국회 의사당에 돌진하는 것은 단지 물리력 행사 정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그 수준은 동일하다. 다른 생각의 존재를 인정해야 하며, 내 생각이 틀릴 가능성을 인정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결론이 내려지더라도 존중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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