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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Jul 19. 2023

망자의 인생 등급제

오송 지하차도에서 또다시 생명이 희생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다. 재발 방지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되어 제 기능을 하길 바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인명 사고 뒤에는 항상 죽은 사람들의 과거 행적에 대한 이야기가 뒤따른다. 기자들은 정말 죽음이 안타까워서인지, 아니면 기삿거리가 필요해서인지는 몰라도 정신 없을 유가족  혹은 주변  지인들을 들쑤시며 사연을 캐낸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물론 죽은 이들을 추모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추모조차 망자의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다르게 제공되는 것 같다. 이번 사고에서 중점적으로 보도된 분들은 교사와 치과의사, 그리고 20대 청년 한명이다.


10명 이상의 다른 희생자들이 있지만 그들의 직업은 공개되지 않았고 사연도 모른다. 이들의 이야기만 보도된 이유는, 그들이 괜찮은 직업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젊기 때문이다. 아마 변호사나 의사가 한명 더 있었다면 교사 혹은 20대 청년의 이야기는 보도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항상 같은 패턴이다. 예외적인 사고사는 매일 일어나지만, 그들이 명문대생, 의대생, 전문직, 대기업 취업자인 경우 특별한 관심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매년 1000명 가까운 이들이 산업 재해로 노동현장에서 사망하지만 이들의 사연은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공부를 더 잘했고 사회적 기준에서 더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관심을 받는다. 대한민국은 아직 죽음조차 평등하게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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