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기만 하는 자동차
쌍둥이 아기들과 놀던 중 작은 자동차 장난감이 눈에 띄었다. 의인화되어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바퀴를 굴리면 앞으로 가면서 여러가지 표정을 지었다. 그 녀석은 호기심을 내비치거나 신나 보이기도 했고 눈을 찡긋하며 내밀한 유대를 과시하기도 했다. 근심이 해결됐는지 평온한 순간도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녀석은 항상 기분이 좋은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울거나 화가 난 듯한 표정은 찾을 수 없었다.
슬픔과 분노를 회피하는 사회와 그 부작용
이 자동차는 사회가 슬픔과 분노라는 감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대로 반영한다. 느끼지 않는 것이 좋고 만약 느끼더라도 가급적 그 상태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나는 현대사회에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혹은 분노범죄)가 만연한 것에는 슬픔과 분노의 가치를 존중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
이 감정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이 감정을 수용하는 연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슬픔과 분노를 '부정적 감정'으로 생각하고 회피하다보니, 성인이 되어서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여러 부작용을 겪게 된다. 하지만 이 감정들은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누구나 가지고 있는 내면의 한 부분이며, 오히려 그러한 감정을 느껴야 하는 상황에 아무 것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이 더욱 비참할 것이다.
슬픔과 분노는 다루기에 따라 전혀 상반된 모습으로 진화할 수 있다. 누군가는 자신의 아픔을 돌아보며 타인을 보살피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행동하는 반면, 다른 누군가는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분노를 잘못된 방식으로 터뜨리거나 내면이 어둠에 잠식되기도 한다. 이처럼 슬픔과 분노는 제대로 수용하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연민, 배려, 사회변화에 대한 의지 및 행동으로 발전하지만,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상실하게 되면 우울증과 폭력으로 변질된다. 이제부터라도 사회 전반에서 '부정적 감정'이 가진 힘을 인식하고 제대로 다루기 위한 인식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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