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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Apr 20. 2022

브런치, 꿈을 먹이로 삼는 공간

그럼에도 기꺼이 먹이를 준다

네이버 웹툰의 도전 만화 시스템과 브런치

웹툰은 한국의 주요 콘텐츠 동력으로 성장했다. 시장의 성장에 따라 많은 웹툰 플랫폼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 네이버웹툰의 시장 점유율은 굳건할 것 같다. 네이버웹툰은 도전 만화 시스템이 있다. 개인이 <도전 만화> 코너에서 자유롭게 창작한 만화를 업로드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조회수나 평점을 얻으면 <베스트도전> 코너로 승격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인기를 얻거나 가능성을 보이면, 네이버 측이 접촉하여 네이버웹툰 정식 연재 작가로 데뷔할 수 있다. 그 전에 다른 웹툰 플랫폼에서 데려가는 경우도 왕왕 있을 것이다. 네이버는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의 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1인자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카카오에서 제공하는 브런치라는 이 공간은 출간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도전 만화> 코너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네이버의 도전 만화는 별다른 자격 심사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작품을 게시할 수 있지만, 브런치는 운영사 측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이다. 브런치에서 추천 작가로 뜨는 분들은 <베스트 도전> 정도로 대우받는다고 볼 수 있는데, 구독자수와 정비례하지는 않는 것 같아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브랜딩 성공요인 첫 번째 : 자격심사제

카카오는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시작하면서 자격심사제라는 아주 영리한 선택을 했다. 사실 양적 팽창을 위해서는 네이버의 도전 만화처럼 자유롭게 글을 게시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마 그렇게 해서는 각종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에 게시된 글과 차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운영진은 브런치에 게시되는 모든 글이 글다운 모습을 갖추기 원했고, 알맹이는 개별 글마다 따져봐야 하지만 브런치에 있는 글이라면 다른 공간의 글보다 있어 보이도록 느끼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프리미엄 글쓰기 플랫폼으로서 지위를 구축한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치면 아이폰이라고 할까. 점유율은 1등이 아니지만 글쓰기 공간으로서 양적으로는 네이버 블로그에 밀릴지라도 이 공간의 글은 뭔가 다르다는 이미지를 획득한 것이다.


내가 작가 신청을 할 때의 안내에 따르면 기존 작가는 4만 명 정도 된다. (2022년 3월 기준) 등록된 4만 명 중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지만, 브런치북 공모전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면 일단 글쓰기 플랫폼으로서 지속성은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브랜딩 성공요인 두 번째 : 공모전

브런치는 출간 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노력을 카카오와 다음 포털의 콘텐츠로 삼는다. 어떤 대가도 지불하지 않는다. 운영진이 작가라고 이름붙여준 사람들이 어느 순간 희망을 잃고 이 공간에 글쓰기를 포기하기 시작하면 이 공간은 망할 수밖에 없다. 출판사와의 개별적 접촉을 통해 출간의 꿈을 이룬 사람들도 존재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기약없이 글을 써야 한다. 


하지만 공모전의 존재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선택받은 십 수명의 성공 사례를 보며, 내 글도 언젠가 인정받을 것이라 생각하며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쓰게 된다. 어쩌다 조회수가 터지는 글을 보며 내 글도 통하고 있으며, 제대로 홍보만 되면 출간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한다. 나도 최근 2개의 글이 매우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면서 기분이 좀 좋아졌다. (하지만 조회수가 높다는 것은 사실 내 글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말해주기보다는, 어그로를 잘 끌었거나 사람들의 검색 보드에 노출이 좀 많이 되었다는 것 이상을 증명하지 않는다.)


브랜딩 성공요인 세 번째 : 콘텐츠 생산 비용의 제로화

인터넷 공간의 수요는 유튜브와 넷플릭스, 웹툰 등 온갖 자극적인 시청각 콘텐츠들이 장악했다. 글마저도 웹 소설에 상당한 지분을 빼앗기는 중이다. 이제 진지한 글을 읽기를 원하는 수요층은 그리 크지 않다. 그만큼 글읽기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데, 콘텐츠 생산에 지속적으로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면 브런치는 운영이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브런치는 출간작가를 꿈꾸는 이들의 자발적인 무급 글쓰기 노동을 이끌어 내는데 성곰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브런치를 운영하면서 지출되는 비용은 약간의 서버 운영비와 공모전 상금 뿐이다. 브런치는 나를 포함한 작가(?)들의 꿈을 먹고 자란다. 


그럼에도 나는 브런치에 글을 쓴다

이처럼 브런치는 단순히 출간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는 용도로 개발된 곳이 아니다. 철저히 카카오의 이익을 위해 기획된 공간이다. 작가라는 호칭을 주며 약간의 성취감을 줌으로써 카카오를 위해 지속적으로 글쓰기 노동을 자발적으로 하게 하는 기적을 만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브런치에 글을 쓸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 이곳은 출판계에 아무 인맥도, 자랑할만한 스펙도 없는 상황에서 나를 홍보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둘째, 아직 출간을 하지 못했어도 내 생각을 공유하며, 내가 지향하는 가치가 공유되고 뻗어나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대충 읽고 스킵하신다해도 클릭해준 것만으로도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를 구독해주시고 꾸준히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분들께는 스타벅스 기프티콘이라도 보내드리고 싶다. 


셋째, 글을 쓰며 내가 더욱 성장하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막연하게 떠올렸던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도 모르던 내 생각이 정립되고 확장되는 것을 느낀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던 문제에 대해 나름의 방향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게 글쓰기의 힘이다. 나는 앞으로도 이곳에서 버텨볼 것이고, 살아남아볼 생각이다. 브런치, 어떻게 나부터 봐주면 안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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