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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May 13. 2022

브런치북 1권 완성 후기

감사의 말, 그리고 브런치 작가 신청에 대한 이야기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글을 쓰는 이 시간 기준 구독자 27명을 보유한 브런치 글쟁이 연하남입니다. 갑자기 존댓말로 글을 쓰려니 좀 민망합니다. 며칠 전 제가 그동안 쓴 글의 일부를 모아 브런치북을 1권 발간했습니다. 다음 브런치북 공모전이 열리면 응모할 생각으로, 육아휴직이 끝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많은 글을 써놓으려고 열심히 달리다 보니 두 달 정도만에 일단은 완성했네요. 공모전에 탈락하면 개인적으로 눈여겨보아 온 출판사에 투고를 할 것입니다. 그때도 안되면 뭐 꽤 기분이 우울하겠지만 다른 글을 천천히 쓰면서 일상에 충실해야겠죠.


저만의 작은 성취에 불과하지만, 브런치북을 완성시킨 것은 꾸준히 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을 표현해주시고 구독을 눌러주신 독자 여러분 덕분입니다. 첫 글을 발행하고도 과연 내 글이 읽히긴 할까 초조했는데 한분 두 분 제 글을 읽은 흔적을 남겨주시더군요. 그래도 제 글도 읽을 만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는 용기를 얻었고 꾸준히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일단 제가 주력으로 작성하고 있던 젠더 이슈는, 아주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가장 우선순위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향후 제가 더 지식을 쌓고, 좀 더 변화된 모습을 접할 수 있을 때 틈틈이 얼굴을 내밀지 않을까 합니다. 지금부터는 한동안 제 본업인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면서 양념으로 다른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가끔 하게 될 것 같고, 저도 좀 지치기도 해서 글을 발행하는 속도도 좀 조절할 것입니다. 8월에 육아휴직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가게 되면 더 느려질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독자 여러분께 딱히 해드릴 수 있는 게 없는데, 아마 브런치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스스로 브런치 작가가 되는 것도 관심이 있지 않을까 해서 제가 작가 신청을 했던 이야기를 보탤까 합니다. 


브런치 작가 심사에 대한 생각

브런치는 작가 심사 시 글을 3편 제출하게 하는데, 수많은 신청자들을 밀도 있게 심사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자연스레 글쓰기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할 때 제시할 수 있는 기존 활동들을 참고할 것이고, 인지도나 직업이 중요한 근거가 될 것입니다. 이는 곧, 작가 신청 시 경력직은 신입에 비해 정성스러운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심사에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출간 경험이 이미 있거나, 기자 혹은 소설가, 방송 등의 직업을 가진 분들이 해당되겠지요. 사실 브런치 초창기에는 작가 풀을 확보해야 하니 기준이 그렇게 타이트하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지금은 이미 4만 명이 넘으니 기준이 갈수록 엄격해지겠지요.


경험을 우대하는 것은 합리적입니다. 문제는 브런치를 통한 출간 기회 획득이 그렇게 절실하지 않은 사람들은, 브런치에 글을 쓸 때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입니다. 브런치에 게시된 글을 읽다 보면 종종 허탈할 때가 있습니다. 별다른 고민 없이 떠오른 생각을 두서없이 몇 줄 써놓은 수준으로 질적, 양적으로 알맹이가 없는 글이 생각보다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글은 없고 자신의 유튜브 영상 연결 링크만 걸어놓은 분들도 계시더군요.


이 분들은 구독자가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이거나, 출간 작가이거나 기자이거나 등등 자신의 글을 홍보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들은 브런치를 자신의 주력 콘텐츠를 홍보하는 여러 수단 중 하나로 활용하는 수준이거나, 신청해서 작가는 됐지만 그때그때 경제적 보상이 제공되지 않는 활동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성의를 다한 글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 이는 참 좌절감을 들게 할 수 있는 현상으로 생각합니다. 브런치 운영진이 이 글을 본다면, 작가 활동의 중간 과정도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나의 브런치 작가 신청 과정

저는 브런치 작가 신청 시 처음에는 써둔 글 중 보다 잘 썼다고 생각하는 글 3개를 선택했고, 자기소개서에 정성 들여 나의 가치관과 글을 통해 성취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했지만 이유를 모른 채 2번 탈락했습니다. 출간 경험이 전혀 없고 별다른 이력도 없는 평범한 교사에게 그렇게 쉽게 자리를 내주진 않겠지요. 


내 글쓰기 능력이 생각보다 별로인 것인지 속이 상했지만, 브런치 심사에 대해 조언하는 글을 보고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그 글을 쓰신 분에 따르면, 브런치 운영진은 이 사람이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 중시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무리 좋은 글을 제출해도 지속적으로 같은 수준의 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를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부인도 제가 써놓은 글은 괜찮은데 그냥 이것저것 다 섞여 있어서 콘셉트를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증거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자기소개 몇 개에 300자씩 한정된 분량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출하는 3편의 글 중에 한 편을 제가 글을 쓸 수 있는 소재로 어떤 것들을 가지고 있는지 매우 상세하게 정리했습니다. 논문 목차 느낌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내가 가지고 있는 학교 경험, 학교 경험이라도 뭔가 내가 느끼고 경험했던 다른 이야기들, 그밖에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많이 적었습니다. 제출하는 글에는 분량 제한이 없으니까요. 그렇게 방법을 바꾸어 신청을 하니,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2~3일 만에 작가 심사를 통과했다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별다른 내세울 경력이 없는 분들은 저와 같은 방식으로 응모해 보시는 것도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교사입니다. 하지만 교사는 흔하죠. 단순히 학교에서 학생들과 지지고 볶는 이야기, 평범한 수업 일상 넋두리 같은 것은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이미 기존에 브런치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사 작가들이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같은 직업이라도 그들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했습니다. 


혁신학교 근무 경험, 저소득층 학생들 이야기, 학생부 종합 전형 이야기 등도 주제 목록에 제시했지만, 제가 심사용으로 만든 콘텐츠는, 제 글 중 <학교에 이상한 선생이 많은 이유> 3부작입니다. 이 중 1편과 2편 글을, 심사용 글 가운데 남은 두 자리에 넣어 제출했습니다. 1~3부작에 들어갈 내용들을 간추려 주제 목차에 포함시켰고요. 그냥 학교 생활 이야기를 하는 분은 많겠지만, 학교의 조직 문화를 내부에서 비판하는 글을 작성하는 교사는 브런치에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심사를 통과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먼저 쓰고 싶었던 소재는 젠더 갈등이었고, 가장 먼저 브런치북도 완성했습니다. 처음에는 3개의 글을 젠더나 차별 문제에 대해 쓴 글을 골라 제출했고, 자기소개에도 그런 글을 쓸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브런치 운영진의 입장을 생각하면, 아무 경력 없는 교사가 사회 평론 성격의 괜찮은 글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다고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윗 문단에 있는 내용들을 심사용으로 먼저 만들었고, 자격을 얻은 뒤에는 이렇게 쓰고 싶은 것부터 쓰는 우회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콘텐츠 확보는 일터에서

제가 방법은 적어놓았지만, 아무 노력도 없이 갑자기 자신이 어떤 글을 쓸 수 있는지 주제 목록을 갑자기 많이 생각해 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것은 열심히 살아가면서 확보해 놓는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일터에 충실하되, 그 속에서 많이 고민하고 경험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브런치 작가의 핵심 콘텐츠를 크게 둘로 나누면, 저는 직업과 사생활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사생활 콘텐츠는 차별화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남다르거나 가슴 아픈 사연을 글로 승화시키는 경우가 아니라, 남들 눈을 기준으로 평범하고 별다른 파란만장 스토리가 없다면요. 예를 들면, 저도 아기를 키우고 있지만 육아를 하면서 느끼는 기쁨과 좌절, 소소한 이야기는 본인은 특별하다고 여기지만 그 글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회수나 라이킷은 어느 정도 나올 수 있어도 기존의 출간 작가를 뛰어넘는 수준의 글 모음이 탄생하기는 어려운 것 같거든요.


반면 직업은 어떻게든 자기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집니다. 단, 정말 일터에서 열심히 살았다면요. 단, 그저 성실하기만 해서는 글을 쓸 수 있는 콘텐츠는 나오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경험하고 다시 사색하고, 그것을 정리 내지 메모하는 노력을 장기간 기울여야 합니다. 


제가 지난 두 달 동안 주력 콘텐츠로 삼고 브런치북을 완성시킨 젠더 이슈에 대한 내용도 그렇게 차곡차곡 쌓았습니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싶은 주제들을 정리하고, 수업 중 수행평가에 활용하고 싶은 책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뉴스를 보면서도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때그때 메모했으며 비판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지요. 


사실 그렇게 쌓아놓은 내용들이 모두 교실에서 활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수업 맥락에 맞지 않거나, 책은 학생 수준에는 너무 어렵거나, 정치적인 내용이 다소 포함되었거나 등의 다양한 이유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게 쌓아놓았던 메모들이 제가 이 공간에 쓰는 글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교실에서는 짧게 언급하고 지나갔지만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확장하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제가 관심 있는 뉴스를 정리해 학습지로 만들어 수업했던 것을 글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학교의 조직과 업무분장, 교육관 등에 대해서도, 그저 순응하거나 투덜대기만 하지 않고 문제가 있으면 그게 왜 문제인지 고민하곤 했습니다. 사실 겉으로는 조직에 순응했지만 속으로는 호박씨 까고 있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듯합니다. 그런 것들도 글의 목록, 그리고 앞으로 틈틈이 발행할 글의 소재가 되었습니다.


써놓고 보니 제가 엄청 열심히 살았던 것처럼 적었지만, 저는 결코 그렇게 성실하지 않고 게으른 구석도 많습니다. 게임을 하느라 몇 시간씩 날린 적도 많고 외출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씻지 않고 미적거리다 하루가 가버린 적도 많습니다. 지금도 아기들을 재우고 나면 누워서 폰질부터 합니다. 다만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할 땐 확실히 집중했고 책을 읽는 습관은 놓지 않았던 것이 제가 글을 지속적으로 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준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도움이 되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후기는 정식 출간 기념으로 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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