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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남 Jul 06. 2022

아기는 공공재가 아닙니다

자기가 아기를 좋아하는 선량한 사람인 줄 착각하는 사람들

우리 부부의 아기들은 쌍둥이다. 귀여움에 귀여움이 더해지다 보니 데리고 산책을 나가면 우리 가족은 아무래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 아기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귀엽다~를 연발하는 행인들을 보면 괜히 으쓱하고 마음이 흐뭇해진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산책길에 나서면서 언제부턴가 피해의식과 방어기제 생기고 말았다. 위에서 언급한 행위 이상의 관심을 자기 멋대로 표현하는 사람들 때문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며 눈길을 보내거나 약간의 호의적 감정을 전달하는 대화는 괜찮지만, 선을 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산책길의 빌런들

아기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조금 세게 말하면 신원을 알 수 없는 다른 사람은 모두 잠재적 세균이자 바이러스이다. 무엇을 만지고 손을 씻지 않은 상태인지, 입에서 튀는 침에 감기 바이러스가 묻어있지는 않은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부모 자신조차 아기에게는 병을 옮기는 매개체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한다. 혹시 아기 피부에 좋지 않을까봐 나는 아기들의 얼굴에 거의 뽀뽀를 하지 않고 쪽쪽 소리를 내며 애정을 표현한다. 


그런데, 자신들이 호감을 가지고 있으면 당연히 마음대로 표현하고, 아기를 만져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자꾸 나타난다. 마음대로 아기를 만지는 방식은 다양하다. 다짜고짜 유아차에 얼굴을 들이밀고 주저앉고, 멀리서 지켜보는 척하다 제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기의 손을 만지고, 멋대로 안아보려 하고, 자기가 아기를 보고 싶다고 가던 길을 멈추게 하고,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말없이 뒤로 접근해 아기를 보고, 커피를 주문하느라 잠깐 시선을 놓친 사이에 마음대로 아기의 발을 만지는 등 창의적인 언행들이 끝이 없다.


가장 많이 겪는 경우는,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귀엽다면서 말을 걸고, 대답을 해주면 갑자기 아기에게 얼굴을 들이밀거나 손발을 만지는 것이다. 아기를 만져도 되냐고 물었어도 안된다고 했겠지만, 이들은 대화를 하면 갑자기 아기를 만질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줄 아는 것 같다. 여담이지만 우리 부부가 나라를 위해 아이를 낳은 것이 아닌데 애국자 취급하는 것도 이젠 지친다.


부모와 아기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관심, 그만 주세요

이런 경우를 하도 많이 겪다보니 유아차를 끌고 있을 때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일단 경계하는 습관부터 생겼다. 제지를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애매한 거리에서 아기를 만지려고 하면 조금 거친 말을 해서라도 중단시킬 태세를 갖추다 겨우 별 일 없이 지나가면 한숨을 내쉰다. 이제는 멋대로 아기를 만지는 사람이 나타나면 싸가지 없어보이는 걸 각오하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기로 결심했다.


길가다 아무나 붙잡고 몇 마디 대화를 하면 그 사람의 손이나 얼굴을 만질 수 있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아기 및 부모도 마찬가지임을 제발 명심했으면 좋겠다. 아기가 자기 마음에 든다고 마음대로 접촉하는 것은 부모와 아기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는 성추행일 뿐이다. 부모들은 아기를 멋대로 만진 빌런과 굳이 더 큰 충돌을 겪고 싶지 않기 때문에 불쾌해도 참고 넘어가고 있을 뿐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혹시 그러한 행동을 하고 있는 사람은 이제는 중단해주길 바라며,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 행위가 사라질 수 있도록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주셨으면 좋겠다.



*오랜만에 글을 쓰는데 다소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상황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겪는 상황이 너무 반복이 되서 한 번은 글로 남기고 싶었습니다..ㅠㅠ

본격적으로 다시 쭉쭉 쓰기는 아직 힘들고 틈틈이 글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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