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기다렸다면,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 "와! 토요일이다"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게 합리적이다.
조금 양보하더라도 금요일이 되어서야 "내일은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즐거워하는게 맞다. 하지만 이보다 한 발 더 앞서 금요일의 '이브'인 목요일이기 때문에 기뻐하는 건 다소 극성스럽게 느껴진다. 목요일은 일찍 일어나 출근해야 하고 다음날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고통이 가장 극심한 월요일과 차이가 없다. 박대리에게 조증이 약간 있다면 9월쯤부터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며 설레겠구나 싶다.
이 모든 건 쫄보 '뇌'때문
뇌는 부정적인 일을 크게 부풀려 생각한다
사실 이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우리 뇌는 유독 부정적인 일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일을 긍정적인 일보다 약 5배 정도 크게 받아들인다. 그래서 뇌는 주말을 '싫은 일들이 사라지는 날'로 인식한다. 실제 고통의 크기보다 5배나 크게 마음을 짓눌러온 부담이 사라지고 즉각적인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주말은 퇴사를 하기 전까지는 어제 같은 오늘에서 오는 지루함, 오늘과 똑같을 것 같은 내일, 사라지지 않는 피곤함, 아무리 처리해도 쌓이는 속도가 더 빠른 기이한 업무, 언제든 인성을 포기할 잠재력이 있는 팀장, 숨통을 조여 오는 임원 보고 등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현시점에서 상상 가능한 유일한 희망이다. 그 결과 우리는 여전히 일해야 하고, 내일도 출근해야 하는 목요일부터 주말이 가까워옴을 느끼고 설레게 된다.
그렇게 직장인들은 꿀맛 같은 2일을 얻기 위해 5일을 참고 견딘다. 7일 중 2일만 즐거우니 인생이 팍팍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목요일 오후부터 즐거움을 느끼는 박대리는 그나마 인생의 절반은 행복하겠구나 싶다.
점점 줄어드는 즐거운 일
왜 회사생활은 하면 할수록 불만족스러울까
뇌가 부정적인 일을 크게 인식하는 것도 문제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회사 생활을 하면 할수록 지겹기만 하고 즐거운 일이 점차 사라진다는 것이다.
기억을 잘 더듬어보면 사회 초년시절에는 출근하는게 꽤나 괜찮았다는 걸 떠올릴 수 있다. 어렵게 입사해 첫 출근날 받은 회사 배지는 자존감을 높여줬다. 첫 월급이 입금되던 날 동기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진정한 어른이 된 기분을 만끽했다. 취직을 부러워하는 후배들에게 술을 사며 단 한 번 뿐이었던 승리였을지라도 마치 일상이었던 양 취업팁을 방출했다. 스스로가 멋져 보였다.
애석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오래가지 않는다. 가슴팍이나 사원증에 달고 다녔던 배지는 깊은 분노를 느낀 어느 날부터 서랍 속에 쳐 박혀 녹이 피어난 지 오래다. 어느 순간 월급은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몇 달이 지나고 나니 동종 업계에 비해 월급이 좀 짜다고 생각한다. 몇 년이 지나 최고 대우를 해준다는 기업으로 이직에 성공했지만, 이제 IT업계에 비해 너무 적다고 생각한다. 욕심이 많은 건지, 간사한 건지, 태어날 때 받은 숟가락 색깔이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이것도 우리 잘못이 아니다. 이 또한 우리 뇌가 잘못했다.
뇌는 커지지 않는 자극에 인색하다. 정기적으로 주어지는 월급에는 더 이상 도파민 수도꼭지를 틀어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심지어 월급은 매달 늘지 않기 때문에 뇌의 입장에서는 전혀 주목할만한 일이 아니게 된다.
결론적으로 나쁜 것은 크게 받아들이고 좋은 일에 인색한 뇌 덕분에 많은 직장인들은 목요일부터 주말 맛을 상상하며 침이 고이게 된다. 언제부턴 이랬는지 추적할 순 없지만 7일 중 고작 2일 만을 즐거워하는 28.5%짜리 인생을 살고 있는 셈이다.
사라진 월, 화, 수를 되찾아 올 방법
회사에게 삶의 주도권을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행히도 시도해 볼 만한 해결책이 몇 가지 있다. 마치 남는 것도 없다며 흥정을 거부하는 상인이 벤츠를 타고 퇴근하는 것처럼, 우리를 기만하는 뇌의 작동을 이해하고 부정적인 일에 5배나 마진을 붙여 폭리를 취하지 못하게 하면 된다. 아니면 퇴사하고 자기 사업을 해 일한 만큼 보상을 얻으면 된다.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 같다면 당장 시도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핵심은 긍정적인 요소를 늘리고 부정적인 요소를 줄이는 것이다. 이 것을 이뤄낸 사람들은 주로 업무에서 보람을 느낀다. 일에서 보람을 얻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목적을 '나를 위해서'로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무슨 말이냐면, 회사 업무 중에서 내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라는 이야기다. 퇴사하거나 은퇴했을 때 나를 먹여 살려줄 전문적인 일을 하고 그 일에 집중해 성과를 내라는 말이다. 예를 들어 마케팅 담당자라면 회사 유튜브 채널 영상 제작을 위해 회사 돈을 투입하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봐라. 마치 학원을 돈 받고 다니듯 회사에서 일을 배우라는 뜻이다.
회사를 이기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우리가 이런 일을 잘하면 회사는 더 많은 혜택을 얻는다. 시장에서 몸 값을 결정지을 정도의 능력이라면 우리 회사에서도 필요한 능력이다. 만약 그 일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면, 구직 사이트에 들어가 경력 채용 공고를 살펴보면 참고가 된다. 좋은 회사들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적혀있는 경력사항이 바로 그 업무일 가능성이 높다.
너무도 간단하지만 극소수만 해내는 이 방법을 통해 오랜 기간 단역 배우 취급을 당해온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의 진짜 매력을 발견해 삶의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