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주세요.

by 이상하고아름다운

1990년대 초반, 순천에서 막 올라온 지인의 이야기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가 한국에 들어와서 기세 좋게 매장을 늘이고 있었다. 깔끔한 인테리어, 유니폼과 모자를 갖춰 입은 알바생들, 이름도 어려운 낯선 메뉴들, 감자튀김의 기름진 냄새 같은 것들 때문에 그곳은 새로움과 풍요와 세련됨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친구들과 맥도날드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전 날, 그녀는 혼자 집에서 가까운 맥도날드에 찾아갔다. 햄버거집에 처음 가보는 시골뜨기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된 하얗고 차가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채 한참을 살펴보니, 다른 사람들은 매장에 들어와 자리에 앉지 않고 높고 긴 카운터 앞, 파란 모자를 쓴 직원에게 곧바로 걸어가는 게 보였다.

'여기는 주문을 받으러 오지 않는구나.'

그녀는 금방 서울식 주문방식을 깨달았다. 배에 힘을 주고 카운터로 걸어갔다.

"주문하세요."

직원이 카운터를 들여다보며 심드렁하게 말했다.

"맥도날드 하나 주세요."

그녀가 익숙한 일이라는듯 빠른 속도로 대답하자 종업원이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뭐라구요?"

"맥도날드 주세요."

종업원은 잠시 말이 없었다. 못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그녀는 종업원이 잘 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크게 외쳤다.

"맥!"

"도!"

"날!"

"드!"


세븐 일레븐, kfc, tji프라이데이, 버거킹 같은 낯선 문물이 마구 밀려오던 시대였다. 구멍가게만 다니던 나는 불빛이 환한 세븐일레븐 같은 곳에 들어갈 엄두도 나지 않았다. 강남에 산다는 오렌지족이나 용돈이 풍족한 부잣집 애들이나 다니는 곳이라는 생각에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24시간 편의점 앞을 지날때마다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동료들과 처음 아웃백에 갔을때 당연한듯 투움바파스타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며

"저도 같은거 먹을게요."라고말해서 모두를 웃게했던 기억이 있다.

피자헛에 가기 전 샐러드바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음식을 가져올 수 있는지 과외를 받기도 했었다.



치즈냄새 가득한 것들만 보면 움츠러 들던 시대가 있었는데 이젠 외국인들이 김밥을 말고 김치볶음밥을 만드는영상을 본다.


새로운 맛, 새로운 문화는 낯설지만 항상 매력적이다.

탄산 가득한 콜라가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편의점 음료기계처럼 짜릿하고 신선한 세상을 조금 홀짝여본다.



지구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파랗게 가스 불이 올라오는 이상한 탁자에 앉아 생고기와 가위와 집게를 보며 어리둥절해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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