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매일 차다. 아침에 이불 밖으로 한발 딛으면 찌릿하게 한기가 올라온다. 두툼한 패딩으로 싸매고 나가도 콧속으로 파고드는 찬 공기가 쓰라리기만하다.
식구들이 아직 잠들어 있는 아침, 부엌은 아직 고요하게 가라앉아 있다.
낡은 스웨터를 둘러 입고 씽크대 앞에 선다.
'타닥타닥'
가스렌지에 파아란 불이 올라오면서 비로소 온기가 느껴진다. 달궈진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자른 두부를 올린다.
'치이이익'
두부에서 수분이 빠지면서 기름이 자글자글 끓기 시작한다. 불을 줄이고 들기름을 한바퀴 두른다. 고소한 냄새가 집안에 퍼져나간다. 아래쪽이 단단하고 노릇노릇해지면 두부를 뒤집어준다. 두부는 약한 불에 오래 구워야 부드럽고 맛있다. 고소하고 기름진 냄새가 한참동안이나 집안을 감싼다.
압력밥솥에서는 추가 치익치익 흔들리고 김이 빠지는 소리가 기름 지글거리는 소리와 섞이며 아침의 정적을 활기로 바꾸어준다.
식구들이 하나씩 식탁 앞으로 모여든다. 일요일 아침이라 누구하나 분주한 사람이 없고 늘어진 잠옷차림에 부스한채로 입끝에 하품이 묻어있다. 밥을 다 차릴 동안 일어나지 못하는 사춘기 막내딸을 깨워 다 같이 아침을 먹는다.
입맛없는 아침에 훌훌 넘어가라고 뜨끈한 밥에 물을 부어 내민다.
따뜻한 밥은 물에 쉽게 풀어지며 제 몸을 녹여 물을 하얗게 만든다. 밥에서 나온 것들이 녹아들어가 물은 부드럽고 근원적인 무언가가 된다. 밥과 물이 서로 온기를 나누어 미지근해졌다.
기름에 지진 두부의 겉은 약간 단단해졌지만 젓가락을 넣으면 쉽게 갈라지면서 뽀얀 속살이 보인다. 간장에 고춧가루와 깨를 섞은 양념장의 짭조롬하고 맵지근한 맛이 기름의 풍미와 함께 입속으로 퍼져 갈때쯤이면 저절로 물에 만 밥이 당긴다.
다른 반찬이 없어도 물만 밥은 후루룩 후루룩 넘어간다. 밤새 오그리고 있던 몸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퍼져나가며 영혼이 조금씩 깨어나는 듯하다.
이렇게 쉽게 제 몸을 풀어 다른것과 섞이는 순하디 순한 것들의 부드러움이 우리를 살게 한다. 화려하고 자극적인 맛은 순식간에 눈과 혀를 사로잡지만 몸에 부담과 무리를 준다. 이 순한 것들이 비로소 몸속에 쌓인 독소를 씻어내고 우리를 맑게하는 것이다.
이렇게 순하고 하얀 존재로 살고 싶은 날들이다. 누구에게도 상처주지 않고 쉽게 풀어져서 누군가를 살려내는 밥알처럼, 따뜻하고 고소하고 보드라운 두부처럼 그렇게 어우러져 살고 싶다.
이 추운 겨울날
사람냄새나는, 포근히 감싸주는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는,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