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record

영업에서 배운 ‘온도’와 ‘스킨십’

우당탕탕record-05.디자이너인데 웬 영업이냐구요?

by 아웃워크 outwork
디자이너인데 웬 영업?


나는 디자이너로 입사하였지만 TFT 리더와 PM역할을 하면서 같은 디자이너 보다 다양한 직무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영업 본부 산하로 이동하면서 B2B 영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흐름을 ‘찍먹’할 기회가 생겼다. 그전까지 나는 B2B 영업이 술을 잘 마시고 외향적으로 사람 간의 소통을 잘해야 하는 직무라고만 알고 있었다. 영업은 대외비가 많아 어떻게 일을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항상 궁금하던 차에, 새로운 경험의 기회로 생각하고 흐름에 몸을 맡기기로 하였다. 영업 본부에 있으면 듣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아지는데, 호기심이 많은 나에게는 아주 재미있는 놀이터와 같았다. 일을 하면서도 이어폰을 끼지 않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을 정도였다.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며 재밌는 점은 각 직무마다 자주 쓰는 특정 용어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디자이너인데 무슨 이야기를 하나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오늘은 영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온도', '속도', '스킨십'에 대한 기억을 나눠보려 한다.


‘온도’와 ‘속도’ 그리고 ‘스킨십’

처음 이 단어들을 옆에서 일하며 들었을 때는 '온도? 무슨 온도? 웬 속도… 가속도를 말하나? 스킨십이라니?' 하며 내적으로는 놀라고 있었다.(표정에서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특히, '스킨십'이라는 말에 다른 의미의 접촉으로 오해하고 매우 놀랐던 것이다. 알고 보니 '온도'와 '스킨십'은 영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였다.

영업에서 ‘온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상대가 원하는 것이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의미한다.


이 글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고객이 기대하는 것 사이의 간극, 그리고 그 간극을 메우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1. 온도를 맞춘다는 것(온도가 다르면 기대치도 다르다)

B2B 영업에서 중요한 건 단순한 '설득'이 아니다. 진짜 중요한 건 온도를 맞추는 일이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영업맨 A는 정보를 얻고 고객사의 S(키맨)와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수주를 위해 열과 성을 다했고 몇 단계의 진행 단계를 거쳐 드디어 B 하는 단계에 와있었다. 바로 전 주에 내부적으로 공유한 진행 단계는 B단계였었다. A가 외부미팅을 끝내고 보고하는 소리가 건너서 들려왔다.
보고 후에 영업팀들은 분주하게 움직였으며 담당 영업맨 A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대화를 나누었다.
담당 영업맨 A는 유선 통화를 하면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느껴질 정도로 소통을 했다.


상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단계는 이 단계이다, 우리가 원하는 건 이 정도까지는 필요 없다.

우리는 최선을 다한 제안이었고,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영업맨은 기대감에 부풀어있었으며 내부에서도 기대감에 차 있었다. 그러나 실질 고객이 원하는 ‘온도’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온도’가 달랐던 것이다.


이걸 ‘온도가 다르다’고 표현할 수 있다.

✔ 우리가 생각하는 중요도와 고객이 생각하는 중요도가 다르다.

✔ 우리가 인지하고 있는 진행의 단계와 고객이 인지하고 있는 진행 단계가 다르다.

✔ 우리가 기대하는 결괏값과 고객이 원하는 결괏값이 다르다.

✔ 우리가 생각하는 속도와 고객이 원하는 속도가 다르다.


이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면,

아무리 최선의 좋은 제안도 고객에게는 ‘뜬구름’이 될 수 있다.

뜬 구름 잡는 소리.jpg


최선의 제안이 우리 입장에서야 최선의 제안이지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서로 간의 생각하고 있던 진행 단계에 대한 싱크가 맞지 않아 서로 간에 당황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고객을 파악하는 것, 고객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 고객이 말하는 여백에서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

이것이 바로 온도를 맞추는 일이다.


어떤 사람은 계약을 따내는 비율이 높고 어떤 사람은 번번이 고배를 마신다. 내가 봐온 영업을 잘 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이 온도 맞추기를 잘 하는 사람들이었다.


영업의 온도를 맞추려면?

✅ 초면에는 뜨겁지 않게

처음 만난 사람에게 너무 뜨겁게 다가가면 부담스럽다. 처음부터 ‘이거 꼭 하셔야 해요!', '우리 제품은 최고'라고 밀어붙이면 상대는 마음을 닫아버린다. 영업에서 첫 만남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온도가 좋다.

대신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질문을 던지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 적당한 온도를 유지하기

영업의 핵심은 ‘한 방’이 아니다. 지속적인 관계 유지가 중요하다. 한 번 미팅했다고 해서 바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없다고 하고 싶지만 내가 모르는 경우의 수가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드물다고 하겠다). 적절한 타이밍에 연락을 주고받고, 가볍게 안부를 묻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너무 자주 연락하면 귀찮아지고, 너무 오랫동안 연락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는 것 그것이 신뢰를 쌓는 방법이다. 상대는 미지근한데 당신은 너무 뜨거운 온도이지 않은가? 항상 스스로 질문해보아야 한다.


✅ 달궈야 할 때는 확실하게

고객이 관심을 보일 때, 결정을 내릴 타이밍이 왔을 때는 확신을 줄 수 있는 한 방을 날려야 한다.

고객이 고민하는 지점을 읽고 뚜렷한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제안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영업은 단순한 ‘설득’이 아니다. 상대의 상태를 읽고 적절한 온도를 맞춰주는 것이다.
지금 당신의 영업 방식은 어떤 온도인가? 너무 뜨겁진 않은가, 너무 차갑진 않은가.
온도를 맞출 때, 비로소 영업의 본질이 보인다. 당신과 상대의 온도는 몇 도인가?



2. 성패를 가르는 속도의 전략(영업도 섬세한 기술이 필요하다)

온도만큼 중요한 것이 속도다.

우리는 늘 빠르게 움직이고 싶지만, 상대는 그 속도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움직이는 것이 좋다.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의외로 B2B 영업에서 계약의 성패가 여기서 갈리는 경우를 보았다.

우리는 거의 계약 단계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그럴 생각이 없었던 경우이다.

우리는 “이게 맞아요, 빨리 결정해 주세요!"라고 하고 싶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아직 좀 더 고민하고 싶어요."일 수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조급해지면 상대방은 부담을 느끼게 된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영업맨 A는 당시 성과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고 한다. 영업 직무는 고객사와 수주 규모 그리고 체결에 따라 실적 성과가 엄청나다 보니 이런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속도를 맞추지 않으면,

우리는 조급하고 상대는 부담스러워진다.


섬세하게 속도를 조절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한 능력이다.

내가 원하는 속도보다 상대가 편안한 속도에 맞추는 것.

고객이 편안하게 따라올 수 있는 속도를 맞추는 것.

그게 장기적으로 보면 더 빠른 길이 될 때가 많았다.


특히 B2B 영업은 B2C영업보다 호흡이 길어, 이를 잘하는 사람일수록 고객과 신뢰를 잘 형성하여 계약을 성사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막상 현장에 나가 보면 숫자로만 움직이는 딱딱한 거래는 거의 없다.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때로는 속도를 늦출 줄 아는 것이 더 빠른 길이 될 수 있다.

고객이 편안한 속도를 맞추는 것이 결국 신뢰를 만든다.





3. 스킨십이 온도를 맞춘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온도 차이를 줄일 수 있을까? 고객의 속도를 어떻게 파악하고 속도를 맞출 수 있을까?

여기서 좋은 방법이 바로 이 ‘스킨십’이라고 생각한다.


영업에서는 스킨십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 용어의 사전적 정의는 접촉을 의미하지만, 여기서의 스킨십은 단순한 연락 접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좀 더 심오하면서도 오묘한 그 무언가였다.

일단 내가 이해한 스킨십은 '단순한 연락이 아닌, 적절한 타이밍에 적합한 방식으로 고객과의 접점을 꾸준히 만들면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신뢰를 쌓는 과정'으로 정의해볼까 한다.

자주 컨택하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친밀감을 형성하고 고객이 원하는 바와 수준을 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작은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기대치를 조정할 수 있다.

필요한 순간에 맞춰 다가가면 설득의 과정이 훨씬 부드러워진다.

상황과 전략적으로 소통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면 고객이 더 편안하게 느낄 수 있다.


B2C 영업이 주로 수면 위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B2B 영업은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의 핵심이 바로 '스킨십'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조율들이 결국 큰 결과의 차이를 만드는 경우를 나는 여러 번 목격했다.(때로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았던 것들이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



결론: 내가 영업을 통해 배운 것, 영업과 디자인은 결국 사람을 파악하는 과정


영업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다.

관계는 ‘온도’를 맞추는 과정이다.

속도는 상대방과 맞춰야 한다.

온도를 맞추려면 적절한 스킨십이 필요하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가 어떤 ‘온도’를 기대하는지를 읽는 것이 결국 설득의 핵심이 아닐까? 고객을 설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고객이 어떤 ‘온도’와 ‘속도’를 원하는지 읽어내야 한다.


고객의 언어를 듣고 그들이 말하지 않는 부분까지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객의 말과 말 사이 그 여백 속에서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한 번에 모든 걸 완벽하게 해결하려 하기보다(←이런 것은 유니콘과 구름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작은 대화와 조율을 통해 점진적으로 맞춰가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 무언가.jpg


결국 사람 간의 설득에서 중요한 건 ‘신뢰’와 ‘조율’이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내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대가 원하는 ‘온도’와 ‘속도’를 읽는 것 그리고 적절한 '스킨십'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계를 쌓는 것.

그게 결국 설득의 핵심이고 영업의 본질이 아닐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 원하는 방식과 타이밍에 맞춰 솔루션을 제안하는 것. B2B 영업의 성패는 온도를 제대로 맞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영업은 단순한 ‘판매’가 아니다. 고객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과정이며 신뢰를 쌓아가는 긴 여정이다. 단기적인 실적에 급급하기보다, 장기적인 관계로 만들어가는 것이 결국 더 큰 성과로 돌아온다.
B2B 영업에서는 단순히 ‘내가 팔고 싶은 것’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고객의 상황과 니즈를 파악하고 적절한 온도와 속도로 대화를 조율해야 한다. 너무 차가우면 관계가 형성되지 않고, 너무 뜨거우면 신뢰를 잃을 수 있다. 고객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적절한 타이밍을 잡는 것이 B2B 영업의 핵심이다.



디자인이든, 영업이든, 비즈니스든.

‘어떤 온도가 적절한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도만 맞추고 속도를 놓치면 기회를 잃고, 속도만 빠르고 온도가 맞지 않으면 신뢰를 얻지 못한다.

이러한 과정 안에서 어떻게 ‘스킨십’을 쌓아갈 것인가, 이 고민을 잘하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결국, 좋은 결과는 서로 간의 싱크를 맞추고 어떻게 조율하는지에 달렸다.

좋은 결과는 좋은 조율에서 나온다.


IT B2B 영업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알아야 할 것도 많고 길고 복잡했다. 누구보다 기술과 시장을 잘 알아야 하며 사람의 마음도 읽어내야 한다. ‘온도’, ‘속도’, ‘스킨십’이라는 단어를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섬세하게 다루는 영업의 기술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은 디자이너로서도, 어떤 직무에 있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기에 글을 써보았다. [끝]


+) 아. 그러고보니 '상견례'라는 재미있는 용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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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순간에 온도의 차이를 느꼈나요? 온도와 속도의 차이가 날 때 어떻게 접근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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