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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해로 Jan 30. 2023

글과 사랑의 닮은꼴

마음으로 쓰는 사랑의 시

지구별에서 유일하게 글을 쓰는 인간들은 과거와 현재를 기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영역의 확장성은 쓰고 읽는 글에서 데이터로 발전되고 데이터는 인류의 지침서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글을 쓰면 읽히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글은 공간의 영역을 엮어서 시간의 다리를 만들어 낸다. 역사로 기록된 글은 인간들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인류의 등대가 되고 있다. 조선시대 사관(史官)들이 진실을 기록하던 사초(史草)는 실록(實錄)이 되어 우리들의 역사 교과서가 되는 것과 같다.      

진실만을 적는 사관(史官)들의 사초 같은 글이 있고, 대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글이 있다. 그리고 마음속에 있던 감정들을 보여주는 글이 있다. 마음속에 있는 감정들을 글로 적어내는 것은 조심스럽다. 마음이란 것은 꿀이나 엿처럼 끈적끈적하게 하나로 달라붙어 있어서 경계가 없기 때문이다. 생각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경계를 세우고 나눠지는 것이 쉽지만, 마음은 호수와 같아서 부분적으로 나눠지는 것이 힘들다. 

     

사랑도 글과 같다. 진실을 기록하는 사관들의 사초만이 실록으로써 가치가 있듯이, 사랑도 남녀가 서로 진심일 때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진심(眞心)은 사전적 언어로 “거짓이 없이 참된 마음”이란 의미다. 사랑에 거짓이 없어야 하듯이 글에도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글을 쓸 때에는 남녀의 뜨거운 숨소리를 공유하는 입술처럼 또 다른 나와 하나가 될 수 있는 열정과 용기가 가득해야 한다. 그리고 글처럼 기록되는 사랑을 말할 때도, 사랑을 쓸 때도, 사랑을 할 때도 항상 진심이어야 한다. 

     

이기적인 생각의 잣대를 들이대는 이 시대 청년들의 사랑에 참된 마음은 꼭 필요하다. 꿀처럼 달콤하고 엿처럼 끈적끈적한 마음으로 사랑하여 남녀의 경계가 사라질 수 있도록.

     


인간의 오감(五感)으로 귀결되는 생각의 경계는 이기적이다. 내가 좋은 것은 소유하고, 싫은 것은 버리려고 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소유 본능은 원초적이지 않다. 개인 소유는 개인 이기주의를 확장시키고, 공동 소유는 집단 이기주의를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성이 팽팽한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소유하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은 위험하다. 소유의 안타까움은 주변에서 종종 들려오는 살인까지 이어져 소름 돋는다.

      

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마음은 꿈만 같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어떤 상황이든 행복할 것 같은 꿈은 결혼이란 아침을 맞으면서 현실에 눈을 뜬다. 뜨거운 태양과 장대비 같은 장마, 차가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폭풍과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태풍을 맞으면서 사랑은 변하거나 완성되어 간다.  태양 앞의 눈사람처럼, 태풍에 부러지는 나뭇가지처럼, 비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말이다.   

  

사랑을 글로 옮겨 쓰는 일은 어떨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글로 옮겨야 하는 과정은 지난(至難)하다. 차라리 홍등가(紅燈街)의 불빛 같이 치장된 미문여구(美文麗句)를 주워다 쓰는 것이 편하다. 그래도 내가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것은 일심동체(一心同體)를 이룬 또 다른 나에 대한 작은 배려가 될 것이다. 사랑에 서투른 내가, 글을 쓰는 것도 서투르니 조심스럽게 마음을 드러내어 사랑을 써 내려간다. 

    


아내의 계절


당신의 가슴속에 또 다른 계절이 있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계절의 느낌과 달라 꿈같은 곳,

세상에 없는 계절을 품고 있는 당신의 가슴은 생명이 가득합니다. 

    

당신의 가슴속은 포근하고 따뜻하며 향기롭고,

애기 숨소리 같은 당신의 속삭임이 귓가에 맴돌고

내 생명이 시작되었던 처음처럼 평온합니다. 

    

당신의 가슴속에서 콩닥콩닥 거리는 소리

그 어떤 피아노 선율보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살점에서 피어나는 달콤한 향기

천사들의 날갯짓처럼 꿈만 같아요.   

  

당신은 가슴속에 또 다른 계절을 품고

나는 당신의 계절 속에서 돋아나는 희망의 싹,

그 싹을 틔우는 우리들의 사랑이

당신의 가슴속에서 아름다운 꽃으로 피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을 글로 쓰고 보니, 마음속에 쓰고 싶은 글들이 파도처럼 일렁인다. 파도에 밀려드는 사랑의 조각조각들을 꿰맞출 수 있을까. 어쩌면 사랑의 파도에 나 자신이 파묻혀버릴 것 같다. 작은 파도가 일렁이고 그 뒤로 또 작은 파도들이 계속해서 일렁이다가 하나로 합쳐져서 거대한 파도로 돌진하기 때문이다. 거대한 사랑의 바다는 세상의 물줄기를 하나로 통합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속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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