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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연 Oct 30. 2022

아무도 모르는 서비스를,
몇몇은 아는 서비스로 만드는일

빈티지 패션 플랫폼을 일본에서 키워가는 기록


아무도 모르는 우리 서비스,

런칭 후 2년 가까이 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네이버라는 큰 규모의 IT회사에서 <Vintage.City>라는 아무도 모르는 서비스를 만들게 된 이야기에 대해서 브런치에 글을 쓴지 벌써 1년 지나가고 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게으른 탓이 가장 크지만. 작년에 글을 쓰고 난 이후로, 바쁘게 서비스를 키워나가며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버렸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동안 <Vintage.City>(이하 VC)가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만들거 가고 있는지, 또 그 방식으로 만들어낸 서비스가 일본에서 어느정도의 성과를 거두었는지 기록해보려고 합니다.

    작년에는 저 스스로도 우리 서비스를 '아무도 모르는 서비스'라고 글에서도 칭할만큼 한국에서의 서비스 인지도는 전혀 없다고 말 할 정도였는데요. 최근에는 네이버가 포쉬마크라는 미국의 대형 중고거래 플랫폼을 인수하면서, 네이버의 커머스 시장 비지니스에 대한 보도가 이뤄졌습니다. 포쉬마크 인수 보도로 네이버 주가가 엄청나게 하락하는 바람에 한숨이 나기도 했지만, 그 보도에 VC에 대한 내용도 함께 포함되어, 국내 언론에 꽤 많이 노출이 되는 것을 보며 개인적으로 신기하기도 했었습니다.




빈티지 숍 셀러들에게서 발견한 긍정적인 반응

    VC에서는 사업자허가를 받은 빈티지숍 셀러, 즉 <전문 판매자>와 본인이 가지고 있는 빈티지 아이템을 거래하고 싶은 <개인 셀러> 모두 자유롭게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초기의 기획방향과 성장 방향을 설정할 때 당시에는, 개인 사용자들끼리 거래하는 C2C 거래모델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우리의 예상(다시 생각해보니 기대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과 실제 시장의 반응은 정반대에 가까웠습니다.


    오픈 당시 유저에게 최초로 보여줄 판매자/상품 데이터 확보를 위해, 미리 영업을 통해 입점시켰던 도쿄의 빈티지 숍을 운영하는 전문판매자가 50개 숍 정도였는데, 이 50개 숍을 비롯한 전문 판매자들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훨씬 뜨거웠습니다. 온라인 결제기능이 지원되지 않는 서비스의 현재상황에도 불구하고, 채팅을 통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경험, 그리고 VC에서 상품을 보고 직접 숍을 방문해서 구매하는 사용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켜서 전문 판매자들의 가입이 꾸준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최초에 약 50개였던 빈티지 숍 판매자 가입수는,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 일본 전 지역에 있는 빈티지 숍 550여개가 VC에 입점해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Vintage.City에 입점한 빈티지 숍 변화


빈티지 숍 판매자의 경우 개인 셀러보다 평균적으로 훨씬 많은 판매상품을 등록하기 때문에, 서비스 초기 상태인 VC입장에서는 상품 데이터를 확보하는데에도 큰 이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서비스의 유저 구조가 형성되가면서, 서비스를 설계해가는 우리 팀에서도 이를 모니터링 하고 이에 맞는 방향으로 기획방향을 바꾸어가면서 디자인 설계, 마케팅 측면에서의 업무를 진행해 나갔습니다. 


    유저들에 대한 반응을 살펴봤을 때, 1) 일본 각 지역의 빈티지 숍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사용자들이 더 쉽게 정보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었고, 2) 아직 VC에 가입을 신청하지 않은 다양한 빈티지 숍의 정보도 잘 모아서 보여줄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 결과, 기존 GNB의 <Shop>탭에서 보여주는 빈티지 숍 정보의 구성을 <Place>라는 이름의 지도 기반 UI에서 보여주는 정보 구성으로 전면 개편하여, 서비스의 큰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기존에 숍 판매자 <프로필>을 통해서만 보여주었던 숍에 대한 다양한 정보 구성은, <플레이스> 라는 별도의 관심지점(POI) 정보의 형태로 분리하는 작업이 이루어진 것인데요. 기존에 본인의 프로필 관리만을 통해 구매자들과 소통했던, 판매자들은 <플레이스>의 관리 권한을 가지고 운영하는 형태로 변화하게 됩니다.

    프로필만 존재하던 기존 구조에서 플레이스가 생기면서 다각화되는 서비스 변화에 대해,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일단 기존에 본인의 숍 프로필을 키우기 위해, 상품 등록이나 공지사항을 통한 이벤트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서 많은 팔로워들을 모은 숍 판매자들의 혼란이나 불만이 우려되기도 했었습니다. 

    기존 <숍>탭에서는 인기가 많은 숍이나 신규 숍들을 사용자들에게 강하게 노출해주는데 반해, 변경되는 <플레이스>탭에서는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위치정보"가 유저로 하여금 플레이스를 접근하는데에 주요한 요소가 되고, 또 사용자들이 판매자 프로필로 진입하는 것이 아니라, 오픈 초반에 정보가 적을 수 밖에 없는 "플레이스"로 진입하는 UX가, 기존의 숍 프로필을 보는 UX보다 과연 더 나은 경험일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료들과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설계를 구체화해 나가면서, 플레이스로 도입과 함께 예상되는 우려들을 보완하는 설계를 추가,수정하는것으로 해결가능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

    VC는 2021년에 GOOD DESIGN AWARD, 2022년에는 IDEA에서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시장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디자인 상을 받은게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어 글을 쓰기에 머쓱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오픈 후 해마다 글로벌 디자인 어워드에서 두번 수상했다는 점은, 디자이너로써 자랑스럽게 여기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동기부여해도 될만한 성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두 번의 어워드 수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여러가지였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VC의 서비스 초기 기획설정이 큰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첫번째로, 일본의 빈티지 패션 시장을 관찰하고, 그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솔루션을 명확하게 제시한 점. 두번째로 세계를 뒤덮은 팬데믹 상황에서 VC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설득력있게 설명한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잘 받아들여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아직도 더 발전시켜나갈 여지가 많이 남아있는 상태인 VC서비스가 시장에서 더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현재 서비스의 장점은 잘 살리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해나가는 방향으로 하루하루 바쁘게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어워드에서 수상한 결과 자체도 값지지만, 어워드에 출품을 하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느끼고 얻은 것들이 있었는데요. 그것들이 우리 VC 디자인 팀 동료들에게 큰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이 듭니다. 사실 시장에서 자리잡기 위해 하나의 서비스를 만들어가고 운영을 해나가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바쁜 업무일정에 둘러쌓이게 되고, 그러다보면 우리 서비스의 전체적인 형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기도 하는데요. 어워드 출품업무를 메인으로 맡아서 준비해주신 동료분의 출품작 산출물을 살펴보면서, '아, 그 동안 우리가 바쁘게 준비하고 디자인했던 일들이, 이러한 배경과 목적을 바라보고 했던 일이었구나'라고 생각하며, 나무와 숲을 번갈아서 볼 수 있게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100만 다운로드, 앞으로는

    서비스 오픈 후, 1년 10개월 정도의 시간동안 VC는 일본시장내에서 1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습니다. 요즘같이 다양한 서비스들이 사용되는 앱 시장에서, 100만 다운로드라는 지표가 가지는 의미는 더 이상 크지 않지만 네이버라는 브랜드의 인지도가 전혀 없는 일본이라는 시장에서, 사실상 맨땅에 헤딩하듯이 도전한 VC팀에게는 작지 않은 희망을 주고있습니다. 인적, 물적 리소스가 한정된 상황 속에서 VC를 통해 빈티지 샵을 운영하는 판매자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VC를 알리려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있습니다. 일본의 여러 빈티지샵에서 아래와 같은 앱 다운로드 포스터도 부착해서, 방문하는 구매자들에게 VC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소소한 노력들이 모여서 좋은 지표결과들을 만들어냈다고 생각됩니다.

    또 아이템을 탐색하고 구매하는 구매자들의 VOC를 매주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과 운영에 반영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노력 덕분에, 주요 지표들이 긍정적인 각도로 잘 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서비스 오픈 초기, 1000여개였던 등록상품 수는 현재 16만개 이상으로 늘어났고, 1달마다 꾸준히 1만개 이상의 상품이 VC에 판매상품으로 등록되고 있습니다.


    VC는 (놀랍게도...) 아직 온라인 결제기능이 적용되지 않은 상태로, 서비스를 운영중입니다. 사용자가 해당상품의 판매자와의 채팅을 통해 구매방법을 협의해야하는 사용경험을 갖추고 있는데요.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제 생각에도 결제기능 없이, 커머스 플랫폼인 VC가 이만큼 성장해온 것이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해외에서 결제 모듈을 도입할 경우에 검토해야할 생소한 관련 법률이슈들도 많았고, 그 외로도 여러가지 이슈들을 해결하느라 도입이 꽤 늦어진 상황입니다. 다행히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드디어 온라인결제 플랫폼을 도입할 수 있을것으로 보이고, 결제 기능이 적용되면 그 후부터 또 본격적으로 사용자의 반응을 관찰하며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가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른 플랫폼 서비스도 그렇지만, 커머스 플랫폼인 VC는 특히 Web의 사용경험도 중요합니다. 아직 리소스의 한계로 App의 사용경험을 Web에서 온전히 제공하고 있지는 못하고 있는데요. 회원체계를 지원하지 않아서 로그인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고 일본 앱 스토어에만 오픈한 VC를 다운받고 싶지만, 굳이 일본 앱스토어까지 가기는 귀찮으신 분이라면, VC 웹을 통해 서비스의 50퍼센트 정도는 느껴보실 수 있을것 같습니다. (100%는 귀찮음을 감수하면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의 다양한 빈티지 숍과 빈티지 아이템을 이 정도 퀄리티로 쉽게 탐색해볼 수 있는 Web서비스는 아마 VC를 제외하면 없지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궁금하시면 여기로... https://vintage.city

    내년에는 Web에서도 로그인을 도입하고, App의 사용경험을 온전하게 제공할 계획이라 아마 다음에 올릴 글에서는 Web의 경험확장에대해서 말씀드릴 수 있지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https://Vintage.city 를 입력하면 보실 수 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하고 줄이려고 합니다. 일본시장 오픈 이후 아무도 모르는 서비스가 이제 아주 조금... 몇몇은 아는 서비스로 성장해온 이야기를 기록해봤습니다. 아직도 성장해야할 부분이 많은 서비스인 만큼, 여러번의 글을 통해 기록해야할 이야기들이 많이 남아 있을것 같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또 Vintage.City에 대한 이야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제목은 '몇몇은 아는 서비스에서, XXXXXX 서비스로' 가 되겠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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