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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연 May 31. 2024

러닝일지 2.
내친김에 15km를 달렸다.

두번째 러닝 레이스에 다녀온 후기

4월에 썼던 글을 이제서야 등록한다.


인생 두번째 마라톤 대회

오늘 아침은 15K 러닝대회를 하고 왔다.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꽃봄버킷레이스’ 라는 다소 유치하고 귀여운 이름의 대회였다.

몇 주전에 처음 참가해봤던 서울마라톤에서 10K를 뛰고나서 너무나도 벅찬 감정과

보람, 상쾌함이 잊히지 않아서, 바로 이 대회를 신청해버린 결과다.

정말 긴 거리라고 느껴진 15Km

15K를 뛰는 것은 생애 처음이다. 군대를 다녀왔다면 그 정도 거리를 뛰어봤으려나?

(나는 군면제자다...) 서울마라톤이 열렸던 날부터 3~4주정도는 텀이 있어서 몇 주간 연습을 어느정도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역시 걱정대로 너무 빨리 대회 날이 다가와버렸다.


사실 대회 직전에 일본으로 3일 정도 여행을 가서 맛있는 것과 술들을 너무 많이 먹기도 해서, 

몸 컨디션에 대한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걱정도 조금 했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자꾸 샘솟았다.


천호역 근처에 주차를 하고, 10분 정도 걸어가니 광나루 한강공원에 수많은 러너들이 몰려있는 것이 보였다.

서울마라톤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였지만, 그래도 4~500명은 충분히 모여있었다. 오늘 대회에도 20대부터 

50대, 심지어 60대로 보이는 어르신들까지, 굉장히 넓은 스펙트럼의 연령대 러너들을 볼 수 있었다.


화장실 앞에는 수많은 러너들이, 달리다가 곤란하지 않으려 미리 볼일을 마치기 위해서 기나긴 줄을 서서 대기하고있었다. 나도 그 중 하나였어서, 7~8분 정도 기다린 끝에 볼 일을 마치고, 바로 출발선으로 달려갔다.

5분 정도 몸을 풀면서 있으니, 대회 사회자가 출발 안내를 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각 그룹별로 나눠서 출발했다.


대회마다 가장 큰 차이가 나는 것은 러닝 코스 설계

이번 대회의 출발 코스는 너무 좁은 길목이 길게 이어져있어서, 병목 현상이 너무 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뛰면서도 불만을 표시했다. 초반 1키로미터 정도는 제대로된 페이스로 뛰지도 못하고, 거의 걷지만 않는 정도로 지나가야했다. 주최 측 입장에서는 도심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뛰기에 적합한 코스를 고르는게 쉽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이건 좀 너무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긴 했다.


3~4키로까지는, 호흡도 괜찮았고 전체적인 몸 컨디션도 나쁘지 않아서, 좋은 날씨와 주변의 풍경들을 하나하나 감상하며 달릴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5~6키로미터 지점 쯤에서 엄청나게 가파르고, 길게 이어진 업힐이 나왔다. 15키로미터 동안 평탄한 길만을 달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순진한 것이었다.


평소에 러닝을 할 때에도 오르막에 조금 자신이 있는 편이긴 해서, 뒷벅지에 뻐근함을 느끼며 코로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 집중을 하고 한발 한발 오르막을 올랐다. 이 구간에서 내 앞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걷기 시작하는 것을 보며 천천히 달려나갔다. 내리막이 조금 시작되서 드디어 끝났구나라고 생각했을 때 쯤, 다시 한번 먼저 올랐던 업힐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꽤나 경사가 있는 업힐을 한번 더 올라간 후에야 평탄한 길이 다시 시작됐다. 고리타분하지만, 이래서 사람들이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는것 아닐까 싶다.

(존버해서 드디어 수익구간에 온줄알고 환호성을 질렀지만, 마지막으로 한번 더 조정을 겪은 후에 올라가는 우리들의 주식처럼...)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은 평온한 마음으로 보내주기

업힐을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면서, 체력과 하체가 상당히 털렸다...

곧바로 지나가게 되는 반환점 구간에서는 어깨도 너무 무겁고, 다리도 아파서 꾸준히 키로미터당 6분정도를 유치하던 페이스가 급격히 무너지기도 했었다. 그래도 반환점을 지나 다시 결승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것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호흡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했다.

느려진 페이스 덕분에 나를 지나쳐서 추월해가는 수많은 러너들을 보면서, 따라가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다시 한번 스스로 상기시켰다. 나를 추월하는 사람들은 보내주면 된다. 아직도 길은 절반정도가 남았고, 나는 내 페이스대로, 내 호흡대로 앞으로 달려나아가면 되는것이니까.


고통스러운 길에서는, 

멈추지만 않아도 남들보다 앞설 수 있었다.

러닝 후반부에 다시 나온 그 업힐을 마주했다. 아까 올랐을 때는 이 언덕의 정확한 경사와 길이를 몰랐으니,겁이 난다거나, 힘들다는 생각도 없었다. 그냥 한발 한발을 내딛었을 뿐이었다. 다만 한번 경험해본 그 고통을 다시 겪을 생각을 하니 힘이 쭉 빠지면서 다시 올라가기 싫다는 생각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

다른 주자들도 그 언덕을 다시 만났을 때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이번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냥 달리기를 포기하고 걷고있었다. 나도 고민이 많이 됐지만, 상체를 조금더 숙이고, 몸에 힘을 풀면서 억지로 한발한발 언덕을 딛고 올라 나아갔다. 깊은 호흡과 함께 열심히 양팔을 흔들며 조금이라도 추진력을 더 얻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그 언덕에 대한 두려움과 짜증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나니, 호흡과 하체는 상당히 너덜거렸지만 걱정했던 것 보다는 무난하게 잘 넘길 수 있었다. 이제 주로가 정말 얼마남지 않았다. 기진맥진한 상태로 급수대에서 급하게 물 한잔을 집다보니, 옆에 있는 여러개의 물잔들을 쳐서 넘겨뜨렸다. 달리는 상태로 일회용 물잔을 차분하고 정교하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한 몸상태가 아니었다.


13키로미터 지점 쯤... 정말 거의 다 왔을거라고 생각한 구간을 지나고 나니까, 깜빡하고 있었던 꽤 긴 길이의 마지막 구간이 나타났다. 아직도 2키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점점 허벅지 아래의 모든 근육들이 제대로 동작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파서 자세가 자꾸 비뚤어졌다. 


어기적 어기적 뛰는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뒤에서 따라오던 주자들에게 수없이 추월당하면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순위를 결정짓는 승부가 아니라고 마음을 다스리며 버티다 보니 결승점이 눈에 보였다. 이 때쯤 되서야 좀 더 무리해서라도 빨리 뛰어볼걸이라는 아쉬움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인생 처음으로 15K를 달렸다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완주를 할 수 있었다. 처음 1시간 넘게 달리다보니, 달리기를 멈췄을 때 골반과 척추가 연결되는 꼬리뼈 부분이 뻐근하게 위치를 바꾸는것이 느껴졌다. 분명 좋지않은 자세로 달렸다는 증거라고 생각이 들었다.


빵, 음료수, 과자와 완주메달이 들어있는 기념품 봉투를 받아서 터덜터덜 주차장으로 향했다.

아침 일찍 시작하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 이 기분이 좋다. 굉장히 큰 일을 해낸것 같은데도 아직 점심시간도 되지않았다는 뿌듯함이나 성취감같은게 느껴진다.


다음 마라톤은 하프마라톤을 신청했다. 무려 21Km를 뛰어야한다.

그래도 10Km에서 15Km로 거리를 늘리는 경험을 해보니, 그렇게까지 두렵진 않다.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을 하게될지 기대감만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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