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는 바다의날 하프마라톤에 나갔다.
첫번째 대회 동아마라톤에서 10km를 뛰었다. 두번째 대회 꽃봄버킷레이스에서 15km 를 뛰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러닝 길이를 너무 과감하게 늘리고 있는 것 같다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15K 길이였던 두번째 대회를 뛰고나서, 힘들었지만 별 고민없이 하프마라톤을 신청했었다.
당시에는, 15k 뛰었으니까 20k 한번 뛰어야지라는 생각으로 신청했지만, 하프마라톤은 사실 20k는 아니다.
정확히는 21.0975km 이니까, 직전 대회에서의 증가량보다도 1km정도를 더 늘려야하니 확실히 생각보다 부담스러운 거리다.
이번에는 혼자 뛰지 않고, 친구와 함께 뛰었다. 내가 혼자서 꾸준히 달리기 연습을 하고, 대회도 혼자 다녀오는 모습을 보면서 한번쯤 나가보고 싶었나 보다. 친구도 원래부터 운동삼아 꾸준히 달리기를 해왔던지라 주말마다 대회준비를 위해 한강을 10~15k씩 함께 뛸 때 나보다 훨씬 잘 뛰었다.
흔히들, 하프 마라톤은 20km를 달리는 것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도 뛰기 전까지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풀 코스 마라톤의 거리는 42.195km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21.0975km를 달리는 것이 정확한 하프마라톤의 거리다.
첫 스타트 때는, 그깟 1km정도 더 뛰는게 얼마나 힘들겠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20km를 달려오면서, 지칠데로 지쳐버린 온몸의 근육으로 계속 팔,다리를 움직이며 뛰는 1km는 몇 배는 더 길고 아득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천근만근 무거운 두 다리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면서 마지막 1km를 뛰어내어, 골인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때마침 만난 대회 공식 페이스메이커 분들의 도움과 격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수월하게 완주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이번 대회의 기록부터 말하자면, 평소에 킬로미터당 6분~6분 30초 속도로만 달리는 내가 초반부 10KM의 페이스가 5분20초~30초정도를 기록했다. 거의 1분 가량 더 빠른 속도로 10KM 이상을 달린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나는 내 속도가 그렇게 빠른줄도 모르고 그 거리를 달렸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참가한 대회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드레날린, 적당히 흐리고 선선했던 최적의 날씨 등 다양한 요인이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했던 건 페이스 메이커의 존재였던 것 같다. 나는 워치를 안차고 달리는 습관이 있어서, 혼자 연습할 때는 러닝페이스를 허리춤에 넣어둔 스마트폰으로 가끔 확인하는 편이다.
이번 레이스에서도 워치를 착용하지 않고, 페이스 메이커로 같이 뛰었던 내 친구를 따라서 달렸기 때문에 스마트폰으로도 페이스를 확인하지 않고 달렸다. 내가 페이스를 물어볼 때마다 친구는 킬로미터 당 페이스 6분 15초 내외정도로 말해주면서 내가 힘들어하면 6분 30초까지 페이스를 줄였다가, 다시 끌어올리기를 반복했다. 나는 친구 말만 믿고 킬로미터당 6분대인줄 알고 그다지 힘들지 않게 뛰었지만, 괘씸하게도, 고맙게도 사실 5분 15초~30초 페이스로 뛰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전반 10Km 구간에서 평소 내 페이스보다 빠르게 달려서 후반부에 기록이 많이 퍼진감이 없지는 않지만, 내 몸으로도 10Km 정도는 6분대 페이스보다 훨씬 더 빠르게 뛸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몸이 좀 더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게 역치를 조금씩 올리다보면, 목표로 하고 있는 올해 춘천마라톤 5시간내 완주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작년 10월경에는, 풀코스 완주에 대한 목표는 정말 1%도 없었다. 기안84가 나혼자산다에서 풀코스 완주를 하는 것을보고 큰 동기부여를 얻긴했지만...
그 때 당시에는 5km정도만 뛰어도 충분히 힘들게 뛰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불과 8개월 정도 지난 시점에서는 이미 하프코스까지 완주를 했고, 이제는 10월에 열리는 춘천마라톤 풀코스를 신청해두고 두근거리는 사람이 되었다. 하프코스부터 풀까지 완주할 수 있는 몸과 정신을 만드는게 가장 힘든 일이 될 것 같지만 무더운 여름을 지혜롭고 성실하게 보내고 나면, 가을에는 춘천에서 결승선을 즐겁게 넘는 날을 맞이할거라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