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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은 Oct 01. 2016

불혹

사실은 유혹에 미친듯이 흔들리는 나이

초등학교 시절, 물론 난 국민학교를 다녔지만,

참으로 똘똘하던 한 친구가 자기는 투자전문가가 되어 열심히 일하고

35세가 되면 은퇴를 해서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시절 사십은 생각조차 하기 먼 훗날의 이야기였다.

사십이 된 지금,

그 친구는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고,

나는 여전히 유혹에 흔들린다.

은퇴 후의 삶이 펼쳐질 것이라는 부질없는 기대는 온데간데 없고,

팍팍한 현실에 고군분투하는 사십살의 삶이 기다리고있다.



불혹 不惑


미혹됨이 없다. 나이 마흔을 말한다


출처 : 고사성어 대사전



누군가는 "흔들리지 않는 나이 섹시하다"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옛날에 재밌는게 있어야 흔들리지... 다 쓸데없는 소리"라고 했고,

그리고 누군가는 "별거 없어... 근데 고마 아파"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불혹이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 때문일까?

서른아홉에 부단히 노력했지만, 사십이 되었을 때 변한 것은 없었다.

단지 변화는 내가 나를 더 이상 젊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뿐이다.

평범보다는 비범에 가까웠던 삶을 후회하고,

정답 사회에 살아남기 부적격인 것만 같은 느낌이 나를 괴롭히고,

(결혼을 하지 않았고, 프리랜서이며, 월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현실)

그래서 안전한 선택을 하기 위해 애쓰다 결국 무력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사춘기 시절

그녀는 뭔가를 선택하기에는

아직 때가 너무 이르다고 생각했다.

어른이 되었을 때는

뭔가를 바꾸기에는 이제 너무 늦었다고 체념했다.

지금까지 뭘 하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소비한 거지?

"나는 좀 더 미친 짓을 해야만 했어!"


-파올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그래 까짓 거

유혹에 미친 듯이 흔들리고

좀 더 미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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