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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은 Oct 02. 2016

아줌마

결혼과 상관없는 호칭

나이에 한참 민감하던 작년(서른아홉 여자의 예민함은 정말이지...)

누군가 나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며 무례하게 굴었다는 이야기를 열을 올리며 엄마와 언니에게 하고 있었다. 사십의 미혼인 가족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그들은 함께 그를 나무라며 "말이 되냐?", "진짜 웃긴다" 등등으로 위로를 건네고 있을 때...

중2보다 무섭다고 생각되는 초4의 조카가 한마디를 한다.

"이모 아줌마 맞잖아!"

"뭐? 이모가 왜 아줌마야?"

"이모 나이가 아줌마야. 그리고 이모가 나를 보는 그 눈빛도 아줌마야!!!"

(그는 나의 흔들리는 눈빛을 본 것이다. 예리한 분 같으니라고)

어린 조카의 도발에 나는 부들부들, 언니는 경고의 눈빛을, 엄마는 지탄의 한마디를 했지만, 

그것은 극명한 현실이었다.



아줌마


1. 나이 든 여자를 가볍게 또는 다정하게 부르는 말.


2. 결혼 한 여자를 일반적으로 부르는 말.


출처 : 다음 사전


네네네... 나이  든 여자를 가볍게 심지어 다정하게 부르는 말이라고 하네요.

누군가 나에게 아줌마라고 부른다면 이제는

다정하게 나를 부른다

라고 생각해야겠네요. 국립 국어원에 따져 물을 것이 아니라면요.


나이에 대한 예민함을 털어버린 요즘

"동안이시네요"

라는 말을 들으면 저절로 나오는 대답이

"아니에요. 누가 봐도 사십인걸요."

상대의 호의에 찬 리액션

"무슨 말씀을..."

그럼 난 또

"그냥 아줌마예요, 괜찮아요."(나이에 대한 자조와 동안에 대한 자부심이 포함되었음을 인정합니다.)



비행기를 타면 객실 승무원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저기요", "언니", "아가씨"...

한 번은 승객이 진지하게 물었다(네, 저는 전직 승무원입니다).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스튜어디스님?"

"흐흐흐, 그냥 벨을 눌러주세요."

라고 돌아섰는데, 여전히 나도 모르겠다.

달리 뭐라고 부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다.



불혹의 미혼인 나를, 심지어 나와 일로 연관되지 않은 사람들이 나를 부를 때 "아줌마" 보다 나은 호칭 없다.

그냥 마땅한 호칭이 없나 보다 생각하면 참 마음이 편해진다.


물론 여전히 누군가 뒤에서

"아줌마"

라고 부른다면

난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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