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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지은 Sep 24. 2024

엄마의 슬럼프

피곤과 긁힘이 쌓이면

너무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한다.

친구가 이 말을 했을 때 따져 묻는다, 넌 하루에 아이의 피드백을 얼마나 듣느냐고...

문제가 없으면 학기에 한번, 한 달에 한번 그 정도가 아닐까.

난 매일 몇 번씩 듣는다고 ... 유치원하원할 때마다 선생님과 만나고, 하루 두세개의 치료 수업에서 매 시간 상담을 하고, 혹은 수업을 참관하거나 CCTV를 통해 실시간 아이를 본다.


잘 알고 있다. 보통의 육아보다도 훨씬 긴 육아를 해야 하고, 우리의 노후준비는 생각할 여유가 없어도 아이의 청년, 장년 그리고 노후까지도 계속 고민하고 설계하고 준비해야 한다.

단거리가 아니고 마라톤 경기와 같은 이 육아에서 파닥거리지 않고 무던해야 하지만, 매일 실시간으로 몇 번씩 듣는 아이의 피드백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엄마가 어디 있을까?

피드백이 좋으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가, 안 좋으면 시무룩해지고... 수업하는 교실에서 울음소리나 고함소리가 들리면 근심이 쌓이는 날이 벌써 만으로도 4년이 넘었다.

범인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로 몇주를 고민하고 의논하고 그렇게 해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난제인 아이의 행동에 무력해지기를 4년.


모두가 잠든 밤 맥주 한 캔 마시며 울어도 보고

틈틈이 친구들과 수다도 떨어보고

웹툰에 돈을 때려 넣어도 보고

잔잔바리 쇼핑도 해보지만


모래 위의 성처럼 견고하지 못한 내 마음은

몇 개월에 한 번씩 무너져 내린다.


긴 방학 끝... 피곤과 긁힘이 쌓여 결국은 짜증과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의 툭 뱉은 한마디가 켜켜이 누르고 겨우 유지한던 균형에 균열을 내면 속수무책이다.

빠지직...


방학 끝무렵 오랜 지인들과 여행을 갔다. 정상발달 어린아이들의 거침없는 성장을 보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고, 깊은 속으로는 부럽기도 했을터.


아이들 재우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차,

피곤해 보인다는 후배의 말에,

있는 그대로 정말 피곤하다고 대답했다.

이어 나오는 여기 안 피곤 한 사람이 어딨다고...

본인은 무심코 한말이겠지만, 그 한마디가 툭툭 내 마음을 건든다.


다음날 아이를 차에 태우고 돌아오는 길, 언니의 전화를 받고 결국 눌러뒀던 울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피곤하다는데 그게 무슨 잘못인가? 모두가 느끼는 삶의 무게는 다르다. 그래서 누가 더 피곤하냐 마냐는 의미 없고, 남들 눈은 모르겠고 내가 힘들면 힘든 거지, 피곤하면 피곤한 거고...  그런데 딱 보기에도 더 힘든 경우도 있으니, 그 경우에는 적당히 하자가 우리의 함의 아닌가?


제발 그냥 건들지 좀 말아줘

내가 알아서 할게

내 피곤도 내가 알아서 할게...

좋은 의도든 나쁜 의도든


평소 같으면 충분히 이해하고 그냥 넘어갈 수 있는데, 유독 안될 때가 있다.

지금의 내가 그러하니, 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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