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 노고에 보내는 찬사
오랜만에 찾아 간 대학원 연구실에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하호호 웃다가 눈물도 찔끔, 환절기 비염으로 코도 훌쩍
교수님이 말씀하신다.
"강선생도 이제 다 됐네, 침만 흘리면... 어쩌누ㅎㅎㅎ"
새삼스레 노화를 생각해본다.
생물이나 그 기관 따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질이나 기능이 약하게 됨
출처 : 다음 사전
#1
미용실에 갔다. 머리에 힘이 없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말씀하신다.
"나이 들어서 그래요"
점점 못생겨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선생님이 또 말씀하신다.
"나이가 드니까..."
선생님은 할리우드 출신이다. 왜 할리우드 액션은 안 해주시는 걸까??
#2
화장품 가게에 갔다.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직원이 조심스레 한마디를 한다.
"고객님, 죄송한데 여기 나온 흰머리 하나만 뽑아도 될까요? 제가 이런 걸 잘 못 봐서요..."
내가 더 미안하다.
살포시 머리를 숙였다.
#3
배가 나온다. 전에 없던 일이다. 친구에게 이야기했다. 친구가 말한다.
"나잇살, 어쩔 수 없어"
그래도 운동은 안 한다. 안 하던 운동 괜히 했다가 요요가 오면 어쩌나 해서.
#4
여자 아니고 친구한테 온 메시지라면 핸드폰을 바짝 가져다 댄다. 안 보인다. 좀 떨어져서 보려 했더니...
"벌써 노안이야?"
참외밭에서는 신발 끈도 고쳐 매지 말라고, 어린애들 앞에서는 안 보여도 보인다고 해야겠다.
#5
산티아고 순례길로 떠나고 싶다며 친구랑 이야기하며 삼청동을 걷고 있다. 한 10분이 지나니 무릎이 아프다.
마음의 평화 찾다가, 몸이 부서지겠다.
산티아고 보다 병원을 먼저 가야겠다.
이렇게 곳곳에서 벌써 노화의 흔적이 발견된다.
사십 년간 내가 잘 쓰고 있던 것들이 조금씩 낡고 삐걱거린다고 미워할 수 있으랴.
지나간 노고에 보내는 정직한 찬사가 노화인 것을.
아무튼 이렇게 덤덤하게 노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은 젊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