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불 꺼진 거실, 밝기 조절이 가능한 디자인이 아름다운 이케아 조명을 낮은 밝기로 켠다. 두툼하고 푹신한 필라테스 매트를 펼친다. 2가지 크기로 구성된 폼롤러는 매트 옆에 세로로 세워 두고, 먼저 두꺼운 큰 폼롤러로 상체의 등 부분을 풀어준다. 세로로 위치를 바꾼 후에 목 뒷덜미에 폼롤러 끝부분이 닿게 해서 힘을 주지 않고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움직여준다. 큰 폼롤러는 잠시 옆에 두고 작은 폼롤러를 가지고 종아리 스트레칭부터 시작한다.
나의 스트레칭 인생에 요물 2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 바로 지름 8cm, 전체 길이 45cm의 쿠팡에서 산 1만 원짜리 작은 폼롤러고 다른 한 가지는 강직성 척추염 이후 진료실에서 의사 선생님에게 뽐뿌를 받은 5만 원짜리 마사지스틱이다. 이제는 이 두가지 물건 없이 살기 힘들 정도로 여행이나 고향길이나 어딘가 숙박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항상 챙기는 제품이다. 이미 일본 오사카, 강원도, 경상도 그리고 내년에는 유럽까지 갈 예정이다.
종아리 스트레칭은 처음 하는 경우에는 극심한 통증이 있을 수 있으니 강도를 서서히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 작은 폼롤러 위에 종아리를 올려 두고 위에서부터 좌우로 가볍게 흔들면서 아래 발목까지 풀어준다. 이어서 큰 폼롤러로 허벅지 뒤 햄스트링을 마사지해 준다. 몸을 앞으로 엎드려 앞 허벅지를 위아래로 움직여 주고 사이드 플랭크 자세를 취한 후 옆 허벅지도 풀어준다. 이제 하체 스트레칭의 거의 마지막 단계, 무릎을 꿇어서 앉고 종아리와 허벅지 사이에 작은 폼롤러를 끼워서 엉덩이를 지그시 누르면서 좌우로 움직인다. 찐 마지막은 일어서서 발바닥 안쪽을 작은 폼롤러로 부드럽게 밟으면 하체 스트레칭 완료. 보통 10정도 소요되고 매일 꾸준히 하시다 보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다음 스트레칭은 고관절이다. 러닝을 하면서 많은 부상을 당한 후 정착된 스트레칭이다. 확실히 고관절이 유연하고 부드럽게 움직일수록 잔부상이 적은 느낌이다. 고관절 스트레칭의 시작은 먼저 매트를 가로로 두고 왼쪽 다리는 펼치고 오른쪽은 접은 상태에서 골반부위를 뒤로 앞으로 움직여준다. 좌우 모두 실시하고, 개구리 자세를 취하고 앞뒤를 움직여주면서 골반을 부드럽게 한다. 그리고 왼발을 먼저 앞으로 펴서 장요근 스트레칭, 오른발을 마저 하고 이어서 요가 비둘기 자세를 취한다. 다리를 양쪽으로 꼬는 자세를 취하고 마지막으로 요가 나비 자세.
고관절 스트레칭이 끝나면 작은 폼롤러를 다시 가지고 와서 엉덩이 쪽에 대고 좌우로 움직인다. 엉덩이 아랫부분부터 허리 뒷부분, 몸 중심에서 양쪽으로 작은 뼈가 나와 있는 부분까지 좌우로 움직이며 풀어 주고 매일매일 더 불편한 부분에 시간을 더 투여한다. 이렇게 모든 스트레칭을 하고 나면 나의 몸은 이제 잘 준비가 되었음을 인식하며 나른해진다. 물론 그전에 샤워를 하고 잠잘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전신을 스트레칭하면 혈액 순환이 잘 되고 몸이 이완되면서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된다.
잠자기 전 하는 스트레칭은 대략 20분 정도 소요된다. 다만 그날의 유튜브 재미와 함께 1시간까지 연장될 수도 있다. 인생이 참 아이러니한 게 스트레칭으로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키는 와중에 유튜브로 교감신경을 살리면서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참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사는구나 싶다.
어렸을 적 편식,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서 지금까지 절친들을 많이 만들어왔는지도 모른다. 매번 절망적인 순간도 많았고 왜 하필, 왜 나야?라는 투정도 많이 부렸다. 그렇게 나의 몸과 나의 작은 움직임에 적응하기까지도 몇 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기도 하다. 나는 정말 내 시간을 아껴서 열심히 운동하고, 식단도 조절하고, 평소에 스트레칭도 꾸준히 하고, 술도 끓었고, 담배는 피우지도 않았고, 잠도 잘 자려고 미친 듯이 노력하는데!!
그런 순간에는 최근 만났던 의사 선생님의 말씀을 되뇐다.
“고혈압은 혈압을 생각할 때나, 혈압을 신경 쓸수록 높게 나옵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살면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 고혈압은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것이니깐 평소 편도체의 안정화를 위해서 하는 행동들에만 집중하시고 편하게 지내면 된다고.
지금 내가 매일 하고 있는 운동, 식단, 스트레칭,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을 꾸준히 하면 그게 편도체를 안정화시킬 테고, 그럼 혈압은 안정될 거다. 근데 혹시나 안정이 안되고 혈압이 높으시면, “아 유전은 정말 위대하구먼!” 이렇게 생각하고 약을 드시면서 스트레스받지 않고 편하게 살 면 된다고.
그렇게 난 오늘도 불 꺼진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