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세월호 참사 1000일째

2017년 1월 9일

by 이창우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혼자서 산을 내려왔다. 그가 이 나라를 떠날 때와는 다른 기운들에 중심을 잃은 그는 겨우 쓰러질 듯 주춤거리다가 겨우 균형을 잡아 발걸음을 떼었다. 숲속을 막 빠져 나오자 한 노인이 불쑥 나타나 말을 전한다.


“차라투스트라여, 저 아래는 이미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 되었으니 다시 산으로 돌아가시오. 나는 이제 숨을 쉴 쉼터를 찾아 산으로 들어가는 길이라오. 나와 함께 갑시다.”


차라투스트라는 이 노인의 말을 뒤로한 채 성큼성큼 산 아래로 내려가 광장으로 가 사람들 앞에 섰다. 이렇게 하여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사람이 되고자 하여 그의 몰락은 시작되었다. 그에게 몰락은 또 다른 시작이었으므로 많은 군중들이 있는 곳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1. 크나큰 사건에 대하여


나, 차라투스트라가 행복한 섬에 머물 때였다. 도시에서 들려오는 벗들의 소란스러움에 떠 밀려 온 뱃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전해주는 대지에 번진 여러 가지 병들 중 으뜸의 것이 ‘지배욕’이었다. 지난 세기에 나는 그대들에게 세 개의 악에 대해 가장 혹독하게 저주받아왔을 뿐 아니라 비방 받고 왜곡되어왔던 것들에 대해 인간적인 관점에서 저울질해 주었다.


그 중 지배욕. 그것은 그 눈에 띄기라도 하면 기어 다니게 되는 머리를 조아리며, 전전긍긍하게 되는, 그리하여 뱀과 돼지보다도 더 비천하게 되는 어떤 것이다. 끝내 크나큰 경멸의 절규가 사람들로부터 터져 나오기까지. 바다와 도시에서 벌어지는 죽음의 암울한 노래들은 그대들이 ‘하지 못하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구분을 못함이 아니겠는가.


나, 차라투스트라가 산과 숲을 가로질러 달리며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찾았을 때 나는 어두운 추억 속에 빠져 들어야 했다. 그들은 추악한 자들로 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으나 사람 같지 않은, 말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그 어떤 것이었다. 너무나 오랫동안 사람들은 저들의 배를 채워주는데 전전긍긍했으며 결국 권력까지 주고만 것이다.


나, 차라투스트라가 뭍으로 올랐을 때 많은 이들이 슬픈 목소리로 물었다. 그들은 왜소한 인간들로 오래 전, 나의 형상을 닮았기에 어느 때고 너희가 원하는 것을 행하라. 그러나 너희는 그에 앞서 원할 줄 아는 자들이 되어야 한다! 무기력과 안일함에 빠져 있는 자들은 그냥 있어도 빼앗기게 되며 더욱 더 많은 것을 빼앗기에 되리라고 일렀다.


2. 세 변화에 대하여


너희 힘 있는 자들이여, 한때는 “너는 마땅히 해야 한다”는 명령을 더없이 신성한 것으로 사랑했었다. 이제 그 사랑을 망각의 시간으로 보내고 인간임을 스스로 저버린 채 약한 자들을 갈취하는 데 온 정열을 쏟고 있구나. 그대가 진정으로 마땅히 해야 하는 그 명령을 따르는 것은 시대의 소명이 아니겠는가. 그대가 진정 본래의 신성한 힘을 되찾을 수 있기 위하여 권력의 힘을 올바르게 사용하라. 바로 이 시작에서부터 첫 번째 그대들에게 일어날 변화가 ‘조화’로 일어나는 좋은 사회, 그대는 더 이상 비루하지 않게 된다.


너희 가진 자들이여, 그대들은 무거운 삶의 짐을 지고 황량한 사막을 가로 지르고 있는 무리들이 보이는가. 그들은 생활고에 허덕이며 소리없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놓인 사막에 오아시스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그대가 진정 영웅일 수 있는 것은 그들의 생명이 있기에 가능한 이름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부디 터질듯한 곳간을 터 오아시스를 만들기에 온 힘을 쏟아라. 바로 이 곳에서 두 번째 그대들에게 일어나날 변화가 ‘나눔’으로 일어나는 마음의 평온, 그대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된다.


너희 약자라 불리는 자들이여, 국가란 온갖 냉혹한 괴물 가운데서 가장 냉혹한 괴물이라고 오래 전,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노라. 이 괴물은 냉혹하게 거짓말을 해댄다는 것을 의식할 수 있었다면 지금 그대들의 고난이 삶을 파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대들의 무관심과 자기기만, 이기적인 마음들은 창조의 놀이를 위한 거룩한 긍정마저 앗아가 버렸다. 정신은 이제 간절하게 그대, 저항의 의지를 요구하노라. 세 번째 그대들에게 나를 앗아간 세계에서 공존의 변화가 시작되어 평화적 생존이 가능하게 된다.


전에 나는 “귀 있는자, 들을지어라”고 자주 내뱉었다. 그 때는 아무도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였기에 당분간 제대로 이해되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노라. 이제 1세기를 넘어서 다시 말하노니, “마음이 있는자, 들을지어라” 낙타에 머물러 온갖 짐을 진 자들이여, 스스로 사자를 닮아 어린 아이로 나아갈 수 없다면 지금 어린 아이들을 생각해 보라. 세상의 비통함은 그대의 목을 조를 것이며, 세상의 부조화에 감출 수 없는 눈물로 그대의 얼굴은 강을 이룰 것이다. 새로운 서판을 건네노니 이를 따를 자는 ‘위대한 정오’를 맞을 것이다.


3. 차라투스트라는 침몰한 국가에 희생된 영혼들과 함께 한다


지금까지의 짧은 이야기는 내가 불러낸 니체의 <차라투스트라>이다. 니체의 책을 변형, 패러디한 글이다. 세월호의 참사와 함께 침몰한 대한민국에서 드러난 이 나라의 총체적인 위기, 정부의 무능함에 오열하는 민중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니체의 위버멘쉬를 향한 허공에 떠도는 울림으로 그칠 뿐이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그것이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오, 형제들이여, 너희의 귀족적 기품은 뒤가 아니라 앞을 내다보아야 한다! 너희는 모든 아버지와 조상들의 나라에서 쫒겨난 신세가여야 한다! 너희는 너희 아이들의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이 사랑이 너희의 새로운 귀족적 기품이 되기를. 더없이 먼 바다에 있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라를 말이다! 나 너희의 돛에게 그것을 찾고 찾으라고 명하는 바이다! 너희가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너희의 아이들에게 보상해주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난날의 것 모두를 구제해야 한다. 이 새로운 서판을 나 너희 위에 내거노라!

(중략)

오, 형제들이여, 때를 놓치지 말고 똑바로 서서 걷도록 하라. 똑바로 걷는 법을 배워라! 바다에는 폭풍이 휘몰아치고, 많은 사람들이 너희의 도움으로 몸을 가누고자 하니. 바다에는 폭풍이 휘몰아친다. 모든 것은 바다 가운데 있고. 좋다! 자! 너희 노련한 뱃사람들의 각오여! 조상의 나라가 다 무엇이란 말이냐! 우리의 키는 저기 우리 아이들의 나라로 배를 몰고자 한다! 그곳을 향해, 바다보다도 더 격렬하게 폭풍을 일으키며 우리의 위대한 동경은 휘몰아쳐간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부터 나의 마음을 담아 17자로 세월호를 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는 그 날까지 기억하고 4ㆍ16 약속에 함께 하는 저항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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