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그런 거 몰라여

by 이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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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책을 건네는 내게 그대가 물었다.


" 책을 꼭 읽어야 하나요?"


그대에게 물었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내민 '빨간 약'을 선택할래? 아님 모피어스의 '파란 약'을 선택할래?


그대는 말한다. "모피어스의 파란 약"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다. "안달하지 마요. 그냥 내버려 두세요. 되는대로 살래요. 시간이 없다고요."


그러니까 모피어스의 '파란 약'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트릭스 이면의 진짜 현실 따위는 알고 싶지 않다는 의지 표명이다. 평생 그렇게 TV와 인터넷에서 넘쳐나는 당위성 입힌 콘텐츠에 웃고 울며 살고, 그렇게 지배하는 자와 지배당하는 자가 결정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억울하지 않나? 내가 선택하지도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대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가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른다는 것이 말이다. 자기 콘텐츠는 결국 자기가 삶을 상대하는 태도로부터 나온다. 나는 진심으로 그대가 모피어스의 '빨간약'을 선택하길 바란다. 책을 읽는 일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구조를 파악하는 훈련이었어. 그러니까 책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내민 '빨간 약'과 같다.


책을 읽는 것을 통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비로소 알 수 있었으니까. 그다음은 그대의 선택이 남았을 뿐이다. 자, 둘러보자. 내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들으면 우리가 있는 이 세상이 너무 멀쩡하게 펼쳐지고 있다. 하나의 사건이 이슈가 되어 포털에서 실시간 검색 1 위가 되는 현상들에서 만나는 마음은 어때? 축소되거나 전혀 사실에 근거를 두지 않은 조작된 사건들이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긴 한 거니?


“관심 없어요. 내 일 하기도 바쁘고 벅차거든요.”


자정을 12분 앞두고 카톡에서 사라지겠다는 나의 말에 그대는 말한다.


“뭐하게요?”


자정에 끝장토론 볼 거다.


“누구랑 뭘로요?”


TV로 혼자서 본다.


“처량하네요... ㅋㅋ”


뭔 소리? 그대는 보는 것조차 안 하는 인간이면서. 난 작정하고 보는 프로란다.


“아아. TV 본다고......”


뭔 줄 알았나? 세상 바라보기 좀 하시지. 혼자 사시나? 더불어 사는 거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거 몰라여.”


명문대를 다닌다는 그대가 문제의식도 없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다.


“참내, 그딴 말은 기계공이 쓰는 말이 아닙니다요. ㅋㅋㅋㅋ ”


스스로에 대한 자기 사랑이 가득 차면 그다음은 또 하나의 사랑이 필요하다. 주변인에게로 향하는 온유한 사랑과 이 사회로 향한 사랑으로 열릴 그대의 마음이 간절한 대한민국이다. 온통 먹튀인 이 사회를 제대로 알아차려야만 그대의 미래도 먹튀가 되지 않는다. 그대가 지니고 있는 그 사랑의 힘을 나누지 않는다면 그대가 만든 기계처럼 쓰지 않아 녹슬어 퇴색되어 빛을 잃게 된다.


그대의 영민함이 이 땅에 희망으로 열렸으면 하고 바라. 그대가 지닌 독특한 시선으로 이곳의 꿈꾸는 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그렇게 그대에게 삶의 의미가 채워져 갔으면 싶다. 집단의 엄청난 저항만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주. 한 개인의 저항이 모여 작은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지금, 그곳에서 그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일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세상 바라보기에서 시작한 그 지점이 그대가 만들어 갈 역사의 한 장으로 펼쳐질 수 있음을 기억해 다고. 거꾸로 가는 시간은 없다고 그대가 알려줬잖우. 시간의 화살표는 앞으로만 간다고. 오늘도 씁쓸하게 혼자 중얼거린다.


부디, 엘리트주의에 낚여 아주 특별한 너 자신을 잃지 말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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