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세계』미우라 시온
나는 상상할 수가 없다.
사랑 없는 세계를...
나는 그런 세계에서 살아있고 싶지 않다.
미우라 시온 장편소설 『사랑 없는 세계』는 마지막에 책장을 덮으면 반어적 의미로 마음을 채운다.
2020년 봄날부터는 반려식물로 공간을 채우는 중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책처럼 녹색식물은 늘 가까이 있어 주었다.
내 사랑이 부족한지... 식물들이 잘 자라지 못해 남긴 작은 슬픔.
이제 그 이유 중 하나, 빛을 찾아냈다.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로 자리 잡은 책방은 남향이고 앞이 탁 트여 빛이 좋은 곳이다.
그것이 얼마나 좋은 지.. 식물들이 알려준다.
책에 등장하는 식물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이어지는 요리사.
역시. 요리는 사람을 이어주는 가장 기본인가 싶기도.
식물에 빠진 여자를 사랑하는 요리사의 마음에서 아직 내가 살아있음에 작은 웃음이 번진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바깥의 움직임과 빛에 반응한다.
긴 밤이든 짧은 순간이 이어짐이든 오늘도 아침을 맞는다.
숨을 쉬고 있어서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주변에 마알간 물이 잔잔하게 흐르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순간.
평온과 안심의 옅은 숨소리가 자연스럽게 귓가로 들려오는 일상.
일상에 스며든 옅은 사랑의 빛과 어우러지는 목소리.
나의 안부와 상관없이 이런저런 소리를 실어 나르는 바람과 따사로운 볕.
사랑 없는 세계라면 이 모든 움직임과 소리와 빛에 무감각할 테니 사랑은 삶에서 늘 근원이었다.
사랑이 더는 존재하지 않을 때 나는 살아있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