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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창우 Aug 31. 2022

상금이 필요했다

불온한 의도

가끔 주변에서 듣는 이야기가 있다. 상금을 노려보면 어떠냐고. 글 쓰는 일이 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굳이 애쓰지 않고 그냥, 그야말로 쓴다.


이번 여름은 나름 나에는 잔혹한 계절이었다. 오늘이 여름 끝이다. 동거 중인 우리씨 덕분에 새벽 3시 언저리에는 눈을 뜬다. 결코 그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


머리맡에 와서 우아하게 내려다보며 소리를 내면 나무토막이 되는 잠꾸러기인 내가 눈을 뜰 수밖에 없다. 우리씨를 아는 척이라도 하고 간식이라도 챙겨주어야 다시 떠난다.


여름 내 더위와 긴털로 인한 살갗의 간지러움으로 공간을 분리해 독립 중이었다. 며칠 만에 가을로 이어지는 날이 차가워지자 그런대로 같이 있기가 수월해졌다. 결국 다시 한 공간에 있게 되니 찾아오는 수고이다.  


아무튼 다시 잠들기는 틀렸고 책을 읽던가 정주행 중인 멀린을 보거나 해야 한다. 달력에 이 가고 오늘이 8월 31일, 여름 끝인 날이다.


불온한 의도로 기고했던 글이 장려상이라도 받으면 된다는 마음마저 가당치 않았다는 것에 뒤끝이 발동했다. 공들여 써 놓은 글이니 어게든 정리해버리려고 앉자마자 숨겨둔 마음이 말을 건넨다.


상금이 필요하다고 상금을 주는 것은 아닌데 당연하듯 기다린 내가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을 조금 내어 버리기 위해 불온한 의도의 글을 담아두는 평소의 글쓰기로 나를 격려하고 있다.


상금이 필요해 썼던 불온한 책 동아리 관련 후기이지만 진심의 세월을 담았음을 기억하기로 한다.



            사람의 향기는 멀리 간다     

공간의 향기는 그곳에 담긴 사람이 만들어 내고 사람의 마음을 닮은 향기이기도 합니다. 책방은 동네 문화사랑방으로 사람이 모여 책을 벗 삼아 세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의 삶을 잇기도 품어주기도 합니다.

다섯 해 전부터 개인 서가를 열어 지역민에게 무료로 책을 빌려주는 무료 책방을 열고 사회적 독서모임을 시작했습니다. 드물지만 책을 사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어 동네 책방까지 열어 팔고 싶은 책만 파는 수상한 책방지기가 되었답니다.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현실 세계에서 실현하려 한 레닌의 말로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저자 이타루는 말합니다. ‘혁명’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운 한국사회에서 내 한 걸음을 내딛게 응원해준 책이기도 합니다.

변두리 혁명은 나로부터 열릴 수 있다는 믿음과 같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우리의 일상은 갓 구워낸 시골 빵집처럼 달짝지근한 향기로 채워질 것 같습니다.

책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저녁 시간은 서로에게 건네는 웃음과 다가오는 느긋함으로 채워지고는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익을 따지지 않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새롭게 꿈꾸는 건강한 마을공동체는 개별선이 공공선으로 작동하는 사회경제로 공동체에 불어넣을 활력을 뿌리내리게 될 것입니다.   

이 세계의 부조화는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맹신하여 자신을 두려움에 가두어 생겨난 현실에서 시작되고는 합니다. 능력주의로 경쟁을 부추기고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는 그동안 삶에서 경쟁으로 만들어 내는 효율과 착취로 비롯된 나의 힘듦을 돌보기는커녕 닦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가 원하는 개인으로 성장하여 사회가 따르는 가치에 순응하는 것이 잘 사는 것처럼 지나온 시절들에서 책은 일상과 연결된 노동의 중심에 선 개인을 만나게 합니다.  

책방에서 이루어지는 조금 더 깊이 읽기 모임에서 한 권의 책은 좋은 냄새를 풍깁니다. 사람을 잇고 삶을 품어 세대 간 공감의 힘이 언젠가는 좋은 바람으로 우리 마을에 활기와 풍요롭게 채워질 겁니다. 그 바람을 일으키고 이윤이 남지 않는 동네 책방에서 열리는 독서모임은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을 비틀어 보고 다시 톺아보면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삶을 짓는 일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면 자기만의 세계가 겹쳐지기도 합니다. 지금 놓여있는 내 삶이 소리 내기 시작하던 순간에 곁에 있는 벗들의 사랑스러운 눈 맞춤을 마음에 눌러 담아 봅니다.

소통과 공감은 내 안의 울림을 토해내게 도와주기도 합니다. 삶은 홀로 걸어가는 여러 길 가운데 하나같지만, 실제로 그 길은 누군가의 삶과 이어지는 또 다른 길이기도 했습니다.

코비드 시절을 지나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절된 시절, 독서모임은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제 역할을 합니다. 외출이 자유스럽지 못한 시절에 동아리 벗들이 하나 둘 모여 책을 읽고 나누는 소소한 기쁨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일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어슴프레 저녁 해를 바라보며 책방으로 모여드는 조금 더 깊이 읽기에서 다룬 채만식의 작품으로 굽이쳐 흐르는 한국의 근대사를 돌아보며 현재를 들여다봅니다.

탁월한 단편 소설을 많이 남긴 작가 채만식은 1930년대 시대상을 생존에 허덕이며 살아야 했던 민중의 삶을 개인 중심으로 파헤쳐 놓았습니다. 조금 더 깊이 읽기로 접근한 장편소설 『탁류』는 금강을 주변으로 살아가는 가난과 궁핍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했던 민중들의 서사이기도 합니다.  

일제의 조선 탄압 정책이 더 가혹해져 착취를 보다 강제하고 민족해방운동을 탄압하던 그 시대 군산을 배경으로 서천 장항으로 이어지는 고단한 민중사이기도 합니다.

식민지 자본주의 하에서 매몰되어가는 인간과 그들의 비극적인 운명은 현대 사회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음을 성찰하게 했습니다. 현재에도 발견하는 '타고 남'을 되씹게 되는 고통이기도 하고 슬픔이기도 합니다.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순응해야만 했던 시절의 아픔이 내재된 대물림으로 내 안에서 밖으로 조금씩 발현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십 대에서 칠십 대의 다양한 세대가 모인 조금 더 깊이 읽기 모임은 한국의 근대사를 접하면서 세월의 길이만큼 세대마다 다른 생각을 만납니다. 개인이 갈등하는 대상과 상황은 세대 차이를 절감하게 합니다.

세대 공감은 같이 책을 읽고 소통하면서 적게 말할 수 있는 입과 더 오래 열어놓은 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갑니다. 듣는 일에 더 주목하다 보면 한국사회의 변화가 얼마나 가파른지를 실감하기도 합니다. 국가의 성장과 사회발전 속도는 개인에게 현실감을 잃게 만들어 왔습니다.

가난이 대물림되는 가족에게 한 개인의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가족 안에서 개인의 책임과 의무를 통해 가족의 존재를 다시 느껴보기도 합니다. 가족의 해체로 공동체의 위기를 마주하는 현대에서 가족공동체의 건강함은 미래를 위한 희망입니다.

금강 하구둑을 바라보며 여름의 습한 기운과 바람에도 자연이 건네주는 평온을 만납니다. 근대 조선인의 삶과 함께 흐르던 금강은 여전히 우리 곁에 유유히 흐릅니다. 늦은 저녁 그 바람을 안고 떠나가는 벗들의 뒷모습이 따스합니다.                    

공간의 향기는 그곳에 담긴 사람이 만들어 내고 사람의 마음을 닮은 향기이기도 합니다. 책방은 동네 문화사랑방으로 사람이 모여 책을 벗 삼아 세상 이야기를 나누면서 개인의 삶을 잇기도 품어주기도 합니다.



이제 여름날 수고한 나를 위로했으니 멀린이나 보며 잠을 청해볼 생각이다. 우리씨도 어느새 제 방으로 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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