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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의 벽 앞에서

사라진 숫자 2025

by 이창우


내가 좋아하는 배경음악으로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내 세계가 열린다. 사람 목소리가 아니라 적막을 가늘게 흔들며 내 숨소리와 같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근대적 개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1인이 가져가버린 내가 누려야 할 그 시간은 결코 되찾아올 수 없다. 시간도둑을 눈앞에 두고 일상을 보내야 하는 처지다.


창밖으로 하얗게 빛나는 날에 한 줄도 떠올릴 수 없는 내 깊은 한숨이 멈추지 않는다. 이런 날 광장에 펼쳐진 도저히 달콤함을 떠올릴 수 없는 키세스 초콜릿 형상이 내 눈에 와 박힌다.


정보는 실시간 다르게 들려 오지만 본질은 같다. 바보의 벽에 갇힌 1인이다. 그 1인을 외면해버리려고 해도 그럴 수 없는 나는 12월 3일 22:30부터 이 아침까지 차분하게 집중할 시간을 빼앗기고 말았다.


검은 장독에 피운 하얀 꽃과 별빛 사라진 하늘 아래 적막을 품고 하얗게 드러누운 땅처럼 의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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