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처럼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by 이창우

여전히 이 자리에서 책을 지키는 자로 남아있다. 나를 이곳에 머물게 한 순간들이 떠오른다. 작은 새들은 날아가 저들만의 둥지를 마련하고 홀로 남아있다.


적어도 10년은 지나왔나 싶다. 미묘하게 가슴이 울렁거린다. 십 대들과 나눌 시간을 고대하면서 책방으로 달려오던 시절처럼 겉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책으로 두른 벽에서 그 시절 그 마음들이 차오른다.


현수막도 걸고 포스터도 붙여 놓고 맛난 도토리빵도 주문하고. 음료수를 사러 마트도 다녀온다. 이 모든 일이 이토록 고마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니. 겨울을 맞을 안도하는 마음까지 담아내고 있어 만나는 순간이 벅차다.


시간이 멈춘 마을, 서천군 판교면은 때아닌 활기로 잠시 출렁인다. 아이들이 책방으로 와서 다락방을 들락거리면서 웃기 시작하면 이 공간은 마법처럼 깨어난다.


두 시간 활동이 빠르게 흘러가고 아이들의 웃음과 목소리는 여러 모양으로 흔들리는 빛이 되기도 한다. 책 한 권을 골라 대본을 만들기까지 저들이 선택하는 방법대로 지켜보면서 그들과 함께 누리는 오늘의 소중함을 만난다.


등장인물이 떠오르는 목소리를 담아 표현하는 문장은 이미지로 변하며 공간을 채운다. 참여한 친구들의 능동성은 놀라울 정도다. 잠재한 끼가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는 순간에는 모두가 활짝 웃는다.


네 번의 활동에 뜻밖의 즐거움과 유쾌함은 향후 계속하고 싶다는 만족감과 기대까지 만들어 주었다. 공간은 사람이 만들어간다는 평소 믿음처럼 동네 책방이 마을과 함께 조금 더 나은 하루를 위한 오늘이라는 선물에 감사함까지 겨울나기를 위한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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