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새해

2026.01.01

by 이창우

아침 해는 언제나 그 하늘에 있다는 느낌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일상은 순간 그 자체이다. 입꼬리가 자연스레 움직이고 아침 햇살에 흠뻑 마음을 놓는 나를 발견한 지 열두 달이 지나왔다.


책방이라는 익숙한 공간에서 왔다 갔다 살아내면서 비교적 나만을 위한 선택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자연이었다.


사계절을 아침, 저녁으로 느낄 수 있고 바람과 비와 하늘과 눈을 고스란히 만나면서 소소한 기쁨에 설레게 한 자연에 나는 한없이 작은 존재로 있다.


스치듯 지나온 사계절의 감각을 다시 일깨우고 나에게 계절이 주는 내밀한 의미들을 떠 올린다.


다시 또 시작이라는 봄의 서사가 내게는 꽤 오랫동안 잔인하게 펼쳐진다. 사회적인 고통과 개인적인 아픔들이 겹쳐지면서 더 큰 울림이 되어 가슴을 채우기도 한다.


여름의 뜨거운 태양을 피해 내 공간에서 땀 흘리며 독서삼매경에 빠져들어 바깥 활동에서 도망치듯 살고 있는 나를 만나기도 한다.


가을은 가로수와 서둘러 잎을 떨구는 고목 밑에서 고독을 온몸으로 끌어안고서 홀로 따가운 가을 햇살에 웃음 짓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을 홀로 만나는 계절이기도 하다. 땅은 비어 있으나 마음은 풍성해지는 느낌이 그나마 가을을 견디게 한다.


겨울을 좋아하는 나는 차가운 바깥에서 안으로 들어올 때 반겨주는 그 따스함이 좋아서 무작정 기다려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 모든 계절을 선물해 주는 자연의 술렁임은 생명력이었다. 그 생명의 빛이 책들을 통해 사부작사부작 내 안으로 다시 새롭게 들어온다.


위기는 전환의 또 다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 기회가 세월이 흐를수록 자주 찾아온다는 것에 이유가 있을 수도 없다. 그것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오는 반응에 둔감하던 두꺼비 같은 내게 2024년 12월 3일 이후부터 2025년이 마무리되는 순간까지 초민감성으로 지나온 날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몸에 입혀있는 숫자가 하나 더 늘어나는 새해를 맞으면서 오늘은 그저 오늘로써 그 기능을 다하는 것 같다. 영하의 날에 두툼한 옷을 겹쳐 입으면서 무심한 나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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