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나에게 힙하다*~

제주 여행 - 애월의 "마틸다"

by 이창우


군산공항에서 제주 공항으로 가는 항공편은 늘 지연된다. 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싫은 나는 탑승 시각보다 훨씬 일찍 공항을 향한다. 제주로 가는 시간이 반나절이 걸리는 이유이다.


8월의 여행은 내 의지가 아니었다. 첫째 애인의 회사 휴가 기간이기에 맞춰진 일정이었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살고 있는 세 명의 내 애인들과 같은 시간대에 가족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모인 것은 꽤 오랜만이다. 아무튼 첫째 애인이 8년 만에 귀국해 맞는 여름휴가에 동참하겠다고 서둘러 항공편을 예매한 것은 순간적인 선택이긴 했다.


공항을 벗어나기가 무섭게 거리는 뜨근뜨근하다. 한여름에 여행을 가는 일도 개인적으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다. 서울에서 오는 항공편도 30분이 지연되어 공항에서 만남은 견딜만한 시간이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제주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둘째 애인과 그녀의 애인이 현지인으로서 4박 5일의 여행 계획을 세워 안내를 맡았다.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복층으로 하늘로 난 유리창문 너머로 별이 보이는 고급 펜션과 야외 바비큐와 곁에서 동그란 눈으로 함께 하던 냥이까지 그동안의 일상으로 연장되던 제주 여행과는 다른 풍경들로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마치 시간이 영화처럼 흐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기발랄한 청춘의 세 애인들이 인생 사진을 찍는다며 연출하는 모습이 태양처럼 빛난다.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흡족한 시간이다.




그런데

나, 마구 즐겁지 않아.


왠지 이 시간은 낯설다.


마지막 장소로 이동하며 둘째 애인 커플이 말한다.

요기는 엄마가 맘에들 공간이라고. 여기 오면 엄마가 떠오르는 곳이라 엄마를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과연 그랬다.


제주도 애월, 카페 마틸다



지금의 '나'로 있게 한 그 책, 그 영화와 OST. 가 '지금'으로 열리는 곳, 애월의 '마틸다'이다.


소리 없이 내 안에 가득 담겨있던 음악들. 그 멜로디에 젖은 시간들. 흑백사진으로 남은 사람들. LP로 듣는 그리운 소리. 그 시절이 그곳에 고스란히 담아 있었다.


가을 깊숙이 파고드는 이야기들이 애월의 마틸다를 꺼내 놓는다. 지금쯤이면 주변의 바람 소리에 밀려 마틸다로 걸어 들어가면서 그 시절의 음악들이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맞을 것 같다.




그리움으로 가득 들어차 있는 곳. 타임캡슐 같은 마틸다의 시간이 열릴 것만 같은 시월의 마지막 정오를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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