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말 건넴

살짝...

by 이창우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기차 바닥에서 철퍼덕 앉아 가는 일, 아침부터 하루의 시작이 전과 달랐습니다. 아마 처음이지 싶더군요. 입석밖에 없었던 경우는어서 절반은 앉고 나머지는 앉고 그런 식이었습니다. 열차카페가 그나마 있어서 부린 호사였지 싶어요. 이 칸도 운영이 어려워 없애겠다고 하던데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나처럼 앉거나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했습니다. 좌석표와 별 차이 없는 입석표를 이렇게 팔면서 이 칸을 없앤다는 얘기를 들으니 씁쓸했습니다.

기차여행이 좋은 건 딱 한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움직이면 책이나 다른 읽을거리는 생각조차 할 수 없지만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이겠죠. 화려한 외출이 지닌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출발한 아침에 슬그머니 다녀올 시간을 들켰습니다. 열차카페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데 내 첫째 애인의 전화가 옵니다. 어? 주말 아침이라 가능할 전화이긴 하지만 열차 안이라는 생각에 주저하고 있다가 살짝 목소리를 죽이고 받았습니다.


"엄마 씨 서울 오면서 왜 연락도 안한대?"


결국 우리 가족의 특성상 비밀은 불가능한 겁니다. 누나에겐 비밀이야. 호홍. 혼자 웃으며 셋째 애인이 전해주었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일, 애인과 수다를 조금 떨다가 전화통화를 마쳤지요. 그리고 카톡이 몇 번 오가고 드디어 설레는 시간을 갖게 된 겁니다. 처음입니다. 첫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처음 다른 누군가와 살짝... 손을 잡고 내 앞에 앚아 웃고 있는 모습은요. 그녀의 연애를 눈 앞에서 목격하게 되다니 그것만으로 벅찼습니다.




그동안 들어온 느낌과 비슷한 모습이지만 실제 마주하고 보니 훨씬 느낌이 좋아 보이더군요. 내 눈엔 그렇더라고요. 내 눈에 이쁘면 되는데 두 사람에게야 나보다 더 많이 서로, 그리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충분한 시간인 거지요. 아, 그림이 참 좋습니다. 청춘의 연애는 그리도 달달하면서 설레고 세상을 다 얻은 순간으로 가득하잖아요. 꼭 첫 아이 나이 때 결혼을 했는데, 바람을 그리며 나를 놀라게 한 그 아이가 나보다 훌쩍 커서 나를 보고 웃습니다. 취향이 비슷한 대상을 옆에 두고 살짝... 손을 잡을 수 있는 행운이 행복으로 이어졌으면 하더군요.


여러 국가의주를 골라 마시는 재미도 좋았고 하얗게 웃으며 귀 기울이고 있는 청년도 그 옆에 내 애인도 해맑습니다. 이쯤에서 엄마의 연애학 정보를 접했을까나... 싶어 내 마음이 담긴 사랑 이야기를 건넵니다. 화려한 외출, 그 하루의 기운이 아직도 내 주변에서 히죽히죽 웃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장미꽃 한 송이를 건네는 마음으로 이어지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푸른비의 [말 건넴] https://brunch.co.kr/@overdye07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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