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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Jan 29. 2020

3교대, 이건 너무 좋은데?

[08] 병원 3교대 파헤치기 2편


남들과는 다른 휴일


대학생 시절, 남들은 수업 듣고 있는데 자신의 수업만 휴강돼서 놀러 가 본 적 있는가?

혹은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시간에 연차 쓰고 놀러 가 본 적 있는가?


맛집을 가도 사람이 적다. 

맛있는 음식을 위해 줄을 설 필요 없다.

영화를 봐도 사람이 별로 없다. 

비어있는 옆 좌석 짐을 놓고 다리를 편히 뻗고 볼 수 있다.

은행, 주민센터를 가도 사람이 별로 없다.

번호표를 뽑는 게 무의미할 때도 있다.

놀이동산을 가도 사람이 별로 없다. 

롤러코스터를 몇 번이고 타도 시간이 여유롭다.

여행을 가도 관광객이 적다. 

혼자서 오랫동안 이쁜 배경과 사진을 찍어도 된다.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여유로운 시간을 나만 보내고 있을 때 기분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3교대를 하면 이런 기분을 자주 느낄 수 있다. 평일, 주말, 공휴일을 구분하지 않고 일을 하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평일에 쉬는 날이 매우 많다. 조용한 낮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푸른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시간도 많다.

비수기에 휴가를 쓰는 것이 가능하다.

  지난 설 명절 동안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왔다. 여행 준비를 하는 가장 첫 단계인 비행기 표 예매부터 너무 힘들었다. 점차 명절에 제사를 지내기보단 가족들과 여행을 가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명절에 여행을 가기 때문이다. 좋은 시간대의 티켓은 이미 매진이고, 다른 시간대의 비행기도 좌석이 몇 개 안 남아 있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휴가를 가는 여름 성수기, 겨울 성수기, 명절에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예매를 해야 하며 많은 인파 속에서 여행을 다녀야 한다. 하지만 3교대를 하는 간호사는 비수기에 휴가를 쓰는 것이 가능하다. 덕분에 싼 가격으로 휴가를 다녀올 수 있으며, 경쟁자가 적어 어렵지 않게 예매할 수 있다.

  유럽 여행을 가서 한인 민박이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게 되면 한국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같은 숙소를 쓰기 때문에 저녁 시간에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함께 여행지를 돌아다니기도 한다. 만나서 통성명을 하고 직업을 물어보다 보면 간호사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는 대부분의 간호사가 비수기에 여행을 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타지에서 한국인만 봐도 반가운데, 게다가 같은 직종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 3교대가 준 선물이라 해도 될 것 같다.



매달 바뀌는 근무표

근무했던 병원의 최신 근무표이다.

  간호사의 근무표는 수간호사(Head Nurse)가 매달 말에 작성을 완료하며 달마다 근무가 바뀐다. 기본적으로 그 달의 주말 및 공휴일의 개수만큼 쉬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매달 바뀌는 휴일 개수를 근무표에 반영해야 한다.(원칙이 잘 안 지켜지는 것이 문제지만..) 또한 각자 쉬길 원하는 날이 있으면 신청을 받아서 반영을 한다. 그래서 근무표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바뀌게 된다. 

  근무표가 매달 바뀌는 것이 장점이 되는 첫 번째 포인트는 복권을 긁는 느낌이라고 하고 싶다. 간호사라면 누구나 자신이 다음 달에 밤 근무를 몇 개나 할지, 쉬는 날은 며칠일지 궁금해한다. 또한 자신이 휴일로 신청한 날이 쉬는 날로 반영이 잘 되었는지 다음 달 근무표를 빨리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다음 달 근무표가 뜨면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펼쳐보게 된다. 이게 은근히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든다.

  두 번째 포인트는 싫어하는 직장동료가 있더라도 매일 같이 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맞지 않는 성향이나 충돌로 인해 함께 일하기 껄끄러운 관계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관계의 직장동료와 계속해서 같이 일을 하게 될 때, 그로부터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다. 일반적인 회사는 같이 업무를 하게 된 사이에서 관계적으로 힘들어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다. 하지만 간호사는 매달, 매일 함께 일하는 동료가 바뀌게 되어있다. 그래서 불편한 사람과 근무하게 되더라도 며칠만 버티면 내가 다른 근무로 바뀌든, 그 사람의 근무가 바뀌든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있게 된다. 

  싫어하는 직장동료가 있듯이 좋아하는 직장동료도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는 날이면 마음이 편해지고 즐거워진다. 모르는 것은 서로 알려주고, 바쁠 때는 남들보다 한 번씩이라도 더 챙겨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일하고 퇴근 후 함께 하는 식사는 직장생활의 활력이 된다.




독특한 패턴

연속된 근무 개수도 매번 달라진다.

  작년 크리스마스, 1월 1일 신정은 모두 수요일이었다. 즉, 이틀 동안 일을 한 뒤 하루 쉬었고, 다시 이틀 일하고 나니 어느새 주말이 되어있었다. 일반 직장인의 경우 공휴일이 평일에 껴있으면 너무 행복하다. 공휴일이 평일이라면 무슨 요일이든 상관없이 좋다.

  간호사 근무는 근무 시간뿐 아니라 연속된 근무 개수도 매번 달라진다. 때문에 3일 근무하고 쉬는 날이 찾아오기도 하고, 이틀 일하고 3일을 쉬기도 한다. 물론 짧게 일하고 쉬게 되면 언젠가는 4일 일하고 하루 쉰다음 다시 4일 일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4일 근무가 2일은 낮 근무, 2일은 저녁 근무일 경우 중간에 여유시간이 생기기 때문에 힘이 덜 들게 된다. 게다가 휴가 시즌이 아닌데 3~4일을 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짧은 여행을 다녀오거나 휴식을 취하기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에 변화하는 근무 패턴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월급 상승 feat. 밤 근무 전담


  같은 나이 또래가 평균적으로 받는 연봉보다 간호사는 더 많이 받는 편이다. 그 이유는 간호사전문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간근로수당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로기준법 제56조의 규정에 따라서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사이의 근로에 대해서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지급하게 되어있다. 때문에 저녁 근무(Evening)에서 30분가량, 밤 근무(Night)에서 7시간 30분가량 1.5배의 임금을 받게 된다. 이는 월급이 상승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밤 근무 전담은 모든 근무에 야간근로수당이 포함된다.

  특히 밤 근무만 전담으로 하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밤 근무만 전담하므로 모든 근무에서 야간근로수당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밤 근무 전담을 하게 되면 한 달에 15일을 일하면서 정규 휴일을 제외한 나머지 일수는 유급 휴가로 쉬게 된다. 근무는 이틀에 하루 꼴로 하고 돈은 일반 3교대보다도 더 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새벽에는 낮보다는 조용한 편이고, 보호자와 접촉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밤 근무 전담을 원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간호사들은 3교대 근무를 하면서 틈틈이 여유를 누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활력을 얻는다. 좋아하는 동료들과 근무 후 밥을 먹으며 근무 중 힘들었던 이야기를 하고 서로 위로가 되어준다. 많은 월급을 받아 부모님께 용돈도 드리고 갖고 싶던 물건을 사기도 한다. 이러한 점들이 3교대 근무를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장점을 잘 누리고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알다시피 3교대는 매우 힘들다. 다음 글에서 3교대의 단점에 대해서 나눠보겠다.




근로기준법
http://www.law.go.kr/lsInfoP.do?lsiSeq=208569&efYd=2019110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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