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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Feb 02. 2020

이래서 3교대는 힘들다

[09] 병원 3교대 파헤치기 3편


근무를 위해 보내는 휴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평일이라 부르고, 평일을 제외한 주말과 공휴일을 휴일이라 부른다. 3교대를 하는 간호사에게도 마찬가지로 휴일이 있다. 다만, 주말과 법정 공휴일을 넘나들며 일을 하기 때문에 휴일은 주말이 될 수도 있고, 평일이 될 수도 있다. 휴일은 일로부터 나를 분리하여 회복하는 시간이며, 밀린 집안일이나 취미 생활, 사람들과의 교제를 나누는 시간이다.  

이러한 휴일은 그 누구도 아닌 '나' 혹은 '가족'을 위해서 쓰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하다 보면 그것이 어려워짐을 느낄 수 있다.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1. 밤 근무(Night)

  밤 근무는 22시 30분부터 익일 6시 30분까지 하는 근무로 일반적으로 잠을 자는 시간인 새벽에 일을 하게 된다. 새벽 시간에 또렷한 정신으로 환자를 보기 위해서는 잠을 충분히 잔 뒤 출근을 해야 한다. 그런데 밤 근무 중 첫 밤 근무를 시작할 때는 잠을 자는 것이 정말 어렵다. 

  예를 들어 6시간 정도 잠을 잔다고 했을 때 21시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려면 15시부터 잠을 자기 시작해야 한다. 우리의 몸은 이전 근무인 낮 근무나 저녁 근무에 맞춰져 있다. 혹은 휴일에 낮 동안 활동하던 대로 신체가 적응된 상태이기 때문에 15시부터 잠을 자는 것은 상당히 힘들다. 잠을 억지로 청한다 해도 저녁시간쯤 배고픔에 잠을 깨거나 얕을 잠을 자기 일수이다. 근무 전 휴식 시간을 이렇게 근무를 위해 침대에서 보내야 한다. 


2. 밤 근무(Night) - 휴일(Off) - 저녁 근무(Evening)

  밤 근무를 하고 하루 쉰 뒤 바로 저녁 근무를 하게 되는 이 근무 패턴은 '나오이(N-O-E)'라고 부른다. 

  밤 근무가 끝난 뒤 잠을 자고 일어나면 15~16시가 된다. 뭐라도 해보려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밥을 챙겨 먹고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자정이 되고, 저녁 근무로 바이오리듬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깊은 새벽이 오기 전에 잠을 자야 한다. 휴일임에도 8~10시간 밖에 못 쉰 상태에서 하루를 끝내야 하는 것이다. 


잠이 오지 않아도 근무를 위해서 잠을 청해야 한다.

3. 저녁 근무(Evening) - 휴일(Off) - 낮 근무(Day) 

  저녁 근무를 하고 하루 쉰 다음 낮 근무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오데(E-O-D)' 패턴이며 자주 나오는 패턴이다.

  저녁 근무를 하고 나면 자정에서 새벽 1시쯤 집에 도착한다. 저녁 6~7시에 저녁을 먹었기 때문에 배고픈 상태이므로 간단하게라도 배를 채운 뒤 개인 시간을 보낸다. 일반 직장인에게는 불금과 같은 시간이다. 다음날이 휴일인 밤이기 때문에 잠자는 것이 아까워 이것저것 하다가 잠을 자다 보면 새벽 4~5시에 잠을 자게 된다.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서야 잠에서 깬 뒤 휴일을 조금 누리다 보면 곧 자야 할 시간이다. 낮 근무를 하기 위해서는 새벽 5시경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므로 일찍 자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휴일이고 쉬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다시 생활 패턴을 바꾸기 위해 잠을 억지로 청해야 한다. 


  위의 예시들이 가끔 있는 일이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한 달에 한두 번 다음날 근무를 위해 일찍 자는 것은 별로 힘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3교대에서 이런 패턴은 한 달에도 여러 번 반복되며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지 못하고 억지로 잠자리에 드는 것은 일상이 된다. 때문에 하루 휴일은 휴일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나빠지는 건강


  3교대 근무자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패턴에 내 몸을 맡겨야 한다. 아침형 인간, 올빼미형 인간 이런 건 남의 이야기다. 3교대형 인간이 되어야 한다. 낮 근무를 할 때는 아침형으로 몸을 바꾸고, 밤 근무를 할 때는 올빼미형으로 몸을 바꿔야 한다. 그런데 잠을 자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 활동하는 시간이 계속 바뀌다 보니 피로가 계속해서 쌓인다. 마치 해외여행할 때 시차 적응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휴일에 잠을 몰아서 자고, 휴식을 취하더라도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즉, 만성피로를 달고 사는 것이다.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게 바뀌는 것도 문제이다. 낮 근무(Day) 때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을 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점심과 저녁, 두 끼만 먹는다. 저녁 근무(Evening) 때는 아침 겸 점심과 저녁 그리고 때때로 야식을 먹는다. 밤 근무(Night) 때는 아침, 이른 저녁을 먹고 근무 중 야식을 먹는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시피, 밥을 불규칙하게 먹으면 우리 몸은 언제 다시 영양 섭취를 할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영양분을 지방으로 축적하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복부비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복부비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점차 옷이 맞지 않는다.. 

  여성의 경우 생리를 불규칙하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른바 생리불순이 생기면서 주기가 불규칙하게 바뀌고 생리 양에도 변화가 생긴다. 사람에 따라서는 무월경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생리통에 효과 있는 진통제를 먹어도 3교대 전보다 진통제의 효과가 떨어지는 사람들도 있다. 

  먹고 바로 자야 하는 상황도 많이 있다 보니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염이 생기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측면에서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남들이 쉴 때 못 쉬는 아쉬움


  앞서 이전 글『3교대를 하면 좋은 점』에서 언급했던 장점인 '남들은 일할 때 쉬는 것'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나 지인들과 약속을 잡을 때 단점으로 다가온다. 

  온 가족이 모여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명절에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결혼한 간호사의 경우 종종 시댁에 가지 않아서 좋다며 근무하길 원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절에 쉬는 걸 선호한다. 맛있는 떡국, 잡채, 동그랑땡이 있는 집에서 친척들과 웃으면서 이야기 나누고 TV에서 하는 특선영화를 보며 쉬고 싶기 때문이다. 

  남들이 직장을 마치고 사람들을 만나는 평일 저녁시간도 마찬가지이다. 저녁 근무를 하는 경우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밤 근무인 경우도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저녁 약속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3교대 때문에 지인들과 약속을 잡기 어렵다 보니 자주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점차적으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홀해져서 멀어지는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 어떻게 보면 인간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관계가 멀어지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규칙적인 취미생활/운동은 남의 이야기


  병원을 퇴사하고 공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하면서 느끼게 된 좋은 점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가 규칙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녁시간이 보장되기 때문에 규칙적으로 운동을 할 수도 있고,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다. 댄스학원에서 춤을 배우는 사람, 필라테스나 요가를 하는 사람, 피아노 학원에서 피아노 연주를 배우는 사람 등 여러 사람이 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이 어렵다.

  일반적인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이게 뭘 대단한 거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3교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간절한 것이다. 월수금, 화목 등 규칙적으로 진도가 나가는 활동의 경우 꾸준한 참여를 하지 못해 결국 혼자 뒤처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운동의 경우 지인과 함께 하면 서로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붙잡아줄 수 있으나 혼자 다니는 경우가 많다 보니 흥미를 잃고 오래 다니기 힘들어진다.



  병원에서 근무할 당시 한 남자 간호사 선배가 3교대 근무를 하다가 병원 내 상근 업무를 하는 부서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몇 달 후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상근이 만병통치약이다.

  규칙적인 상근 업무를 하게 되니 불면증도 없어지고, 만성피로도 사라지면서 몸이 건강해졌다는 것이었다. 우스갯소리로 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병원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를 하는 대부분의 간호사가 3교대 업무가 힘들어서 그만둔다. 그만큼 3교대 업무가 간호사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이런 간호사의 고충을 줄여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간호사가 3교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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