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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Feb 11. 2020

군대보다 빡센 간호사 생활?!

[10] 메아리 같이 퍼지는 오지말라던 그의 울림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한창 하던 군대에서, 재학 중이던 학교를 자퇴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로 재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획대로 군 전역 후 재수생 생활을 시작했지만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그래서 도움이 되는 글을 찾아보고자 초록색 포털사이트 지식 Q&A에 '남자간호사'에 대해서 검색을 해보았다.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내용이 있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Q. 남자간호사 어떤가요?
A. 여기 오지 마세요. 군대보다 빡세요.


  이 길이 정녕 나의 길인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 수많은 고민이 나를 엄습했다. 군대를 전역하면 군부대 방향으로 소변도 안 본다는데 군대보다 빡세다니. 너무 싫었다. 메아리 같이 퍼지는 그의 울림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저 답변을 단 사람은 과거가 미화됐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군대보다 힘들 수는 없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힘든 훈련과 과격한 남자들 사이에서도 2년을 지냈는데 병원 생활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 싶었다. 그리고 나에게 의료인이라는 길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간호사의 길로 다시 들어섰다.



군대를 떠올리게 하는 근무 분위기


군대 생활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것은 숨 막히는 근무 분위기였다.

  간호사로 일을 시작하고 군대 생활을 다시 떠올리게 만든 것은 숨 막히는 근무 분위기였다. 물론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새로운 종류의 분위기였기에 군대와 비교하는 것은 어려웠다. 하지만 이등병 시절 휴가를 마치고 군부대로 복귀할 때 느꼈던 기분을 출근할 때마다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근무가 가장 바쁜 낮 근무일 때는 전 날 저녁 8시부터 땅이 꺼져라 한 숨을 쉬었다. 새벽에 힘들게 일어나서 출근하고, 화장실도 못 갈 정도로 바쁘게 일하다가 인수인계를 받으러 온 선배 간호사에게 혼나는 장면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나의 미래 모습이었다. 다른 근무 때도 마찬가지였다. 근무 전 병원에 들어서면서 병원 냄새를 맡으면 숨을 쉬기 힘들었다. 병원에 있기만 해도 자동으로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저녁 근무 시작 전 직원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출근하곤 했는데, 근무복을 입고 허겁지겁 밥을 먹는 근무자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급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그러한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은 1년이 넘도록 계속되었다.



왜 그런 걸까?


  이런 분위기와 압박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다양한 요인 중 하나는 간호사의 태움 문화다. 선배간호사가 신규간호사에게 일을 알려주면서 정신적인 고통과 신체적인 상처를 주는 것을 태운다고 표현한다. 태움은 간호사의 이직 사유 중 큰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근무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을 자아낸다.(태움에 대한 내용은 다음에 자세히 따로 다뤄보겠다.)

  다른 요인으로는 간호사가 생명을 다루는 일을 한다는데 있다. 사람이 아프다는 이야기는 건강한 사람에 비해서 죽음에 더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간호사가 하는 행위의 많은 부분은 환자의 생명과 연결이 되어있다. 즉, 작은 실수로도 생명을 위험하게 만들 수 있음을 뜻한다.

  특히나 중환자실은 더욱 그렇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있는 환자들을 돌보기 때문에 주사약제의 용량을 잘못 조절한다거나, 방사선 촬영 검사나 혈액검사의 결과를 놓치는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긴장되어있는 상태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긴장감은 나에게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영향을 끼치면서 분위기를 팽팽하게 만든다.  

병원 근무자들에게는 기타 줄처럼 팽팽한 분위기가 있다.

  원인이 되는 요인 중 하나는 압박감을 주는 수많은 상황들이다. 간호사는 근무하는 동안 매 시간에 반드시 해야 할 다양한 일들이 있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해야 할 일들 중에서 어떤 것을 우선적으로 할 것이며, 어느 순서로 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계속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 와중에 환자나 보호자의 컴플레인을 해결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이벤트 상황을 처리해야 하는 것도 의사결정의 상황 중에 하나이다. 이러한 계속되는 의사결정 상황 속에서 사람은 많은 스트레스와 압박감을 받는다.

  만약 환자의 상태가 갑자기 안 좋아지면 모든 일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면서, 해야 할 일이 계속해서 쌓이는 압박감도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그 모든 일이 내가 퇴근 전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기 때문이다. 나 혼자 남아서 일하다 퇴근하는 것이면 마음이 덜 불편하겠지만, 뒷 근무자가 교대를 하러 오기 때문에 뒷정리도 해야 하며, 근무 중 있었던 일들을 시간 내에 기록도 해놔야 한다. 이 또한 상당한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이밖에도 화장실을 못 가고 밥도 못 먹는 바쁜 근무 환경이란 요인도 있다. 또한 수간호사를 포함한 직장상사, 의사와의 갈등이나 환자와 보호자에 대한 서비스 응대에서 오는 정신적 스트레스 등 여러 요인이 있다.

  글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어떠한 면에서는 군대보다 빡센 것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동시에 오는 간호사 업무가 힘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사실 군대와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또한 나의 과거 기억이 미화됐을 수 있음을 밝힌다...) 그러나 이러한 압박감과 팽팽한 긴장감은 환자를 살리는 요인이 된다. 또한 힘든 분위기에서 근무를 하지만, 간호사이기에 느낄 수 있는 보람과 환자와의 교감은 아무나 느낄 수 없는 귀한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간호학과 학생 시절, 간호사로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다짐 하게 해 준 따뜻한 일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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