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연차 간호사의 퇴사율은 모든 병원의 관심사이다. 간호사를 교육시켜서 숙련된 간호사를 만드는 데 엄청나게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비가 된다. 열심히 성장시켜 놓은 간호사가 퇴사를 해버리면 다시 새롭게 교육을 시켜야 되기 때문에 손해가 막심하다.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이유 중에는 태움도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신규 간호사를 붙잡기 위해서는 태움 없는 근무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어떻게 하면 태움을 줄일 수 있을까?(현재 재직 중인 회사 취직 시 면접 질문 중 하나 이기도 했다.)
태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가장 중요한 해결책 한 가지는간호 인력의 충원이라고 생각한다. 근무하는 인력이 늘어나면 갑자기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대응이 수월해진다. 신규 간호사의 실수가 자주 유발되는 급박한 상황이 줄어드는 것이다. 하나의 간호 엑팅(Acting)에도 집중할 수 있고, 놓친 부분도 다시 돌아볼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인력이 많아지면 신규 간호사와 동시간에 근무하는 동료 간호사나 책임간호사가 도움을 주기 좋다. 시간이 있을 때는 직접 시범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도 생긴다. 특히나 신규가 처음 해보는 시술 어시스트, 검사 등을 해야 할 때면 책임간호사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렇게 되면 업무 능력의 향상, 에러의 감소를 통해 다음 근무자인 간호사와의 마찰도 줄일 수 있다. 인력 충원으로 늘어난 시간 덕분에, 다음 근무자의 심적 부담도 줄어 너그럽게 실수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
신규 간호사의 업무능력 부족이 혼나는 상황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을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개선도 도움이 될 것이다. 누구나 일을 배우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특히나 전문지식과 술기를 요구하는 일인 만큼 업무에 대해서 배울 수 있도록 시간을 충분히 주고, 그 시간 동안 지켜보며 업무를 알려줄 수 있는 멘토를 붙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간호계에는 '멘토-멘티'처럼 선배 간호사와 신규 간호사를 연결해주고 교육을 진행하는 멘토링 시스템이 있다. 병원마다 교육 시스템은 다르겠지만, 필자가 일했던 병원에서는 '프리셉터-프리셉티'라는 용어로 불렀으며 4주~8주 정도 교육을 진행하였다. 해당 기간 동안 두 사람은 같은 환자를 보면서, 선배가 어떻게 일을 하는지 지켜보고 직접 해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능력을 키워간다. 교육기간이 끝나갈 무렵부터는 신규 간호사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선배는 뒤에서 잘하는지 지켜보면서 수정이 필요한 부분을 짚어주고, 업무 노하우를 알려주기도 한다.
멘토링은 자라나는 새싹에 물을 주는 것과 같다.
간호업무 능력 배양에 정말 도움이 되는 시간인데, 프리셉터-프리셉티 기간을 기존보다 늘리는 것을 해결방안으로 제시한다. 8주의 기간이 길어 보일 수 있지만, 해당 기간 안에 모든 환자 유형이나 시술, 장비, 검사를 다 경험할 수 없다. 기간이 늘어나면 선배 간호사에게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위 해결책과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것이 태움 문화의 개선이다. 문화의 무서운 점은 행동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태움이 당연시되는 분위기를 깨야한다. 간호사들의 인식 개선을 위하여 다양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직장 내 괴롭힘 관련 교육도 병행하여 문화를 바꿔나가는 것이다. 실수했을 때 다그치기보단, 왜 그렇게 하면 문제가 생기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차분히 알려 줄 수 있는 문화가 만들어진다면 그로 인해 상처받는 사람들이 적어질 것이다. 이런 방안들이 하나씩 적용되어갈 때 함께 웃으며 일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다큐멘터리나 간호사의 자살 사건 등으로 이러한 태움의 문화가 회자되었고, 일반 대중에게도 많이 알려져 여러 사람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었다. 덕분에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있고, 신규 간호사를 보호해주려는 병원의 정책적인 운영도 많이 시행되고 있다. 계속해서 좋은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누구 한 명의 노력이 아닌, 병원과 직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이 불에 타서 죽을 때는 심장이 멈춰서 죽는 게 아니고, 고온에서 오는 고통으로 인한 쇼크로 죽는다고 한다. 그만큼 불에 타 죽는 것이 고통스럽다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 태움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