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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Feb 09. 2022

환자에게 도움 되는 한 마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매우 중요하다. 이는 환자에게 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진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환자가 느끼는 불안감과 걱정하는 마음을 공감헤아려주는 것 료진과 환자 사이에 라포(rapport)°를 형성하게 해 주고, 회복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공감과 위로가 환자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간호사로 일을 하면서 여러 번 체감한 바 있었지만, 얼마 전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한 번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라포: 의사소통에서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 또는 신뢰관계(네이버 상담학 사전)



  몇 달 전, 추운 날씨에 운동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손으로 바닥을 짚었는데 팔꿈치 쪽 요골(Radius)이 골절이 되는 일이 있었다. 다친 직후에는 인대가 손상된 정도로 생각하고 집에 가서 쉬려고 하였으나 팔의 내회전, 외회전을 할 때 심한 통증이 발생하여 심각성을 느끼고 응급실을 찾게 되었다. X-ray 사진을 확인한 레지던트 의사는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고 하였고, 주말이 지난 뒤 해당 병원 교수님의 진료를 볼 것을 권유하였다.

응급실에서 부목(splint)과 팔걸이(arm sling)를 한 뒤 외투도 못 입고 추위에 떨면서 집에 왔다.

   수술해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마음을 진정시키며 집으로 돌아온 나는 인터넷에서 열심히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지역에서 가장 큰 병원수술 스케줄 잡기가 힘든 상황임확인한 뒤, 술을 잘한다는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알아본 뒤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하였다.


  수술을 하러 병원에 입원한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여러모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술이 잘 될지, 통증은 참을만할지에 대한 걱정 마음을 헤집고 다녔다. 게다가 수술 후 통증을 호소하는 다른 환자들의 모습은 걱정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입원한 다음날 오후,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OOO님, 원장님 응급수술 끝나고 바로 수술 예정이라 수술실로 이동하겠습니다.

긴장하지 않으려 했지만 수술이라는 단어가 몸을 경직되게 만들었다. 찬 공기가 가득한 수술 침대에 누워 숨을 쉬니 폐 까지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수술실의 공기는 정말 차갑다.

  십여분을 누워있으니 의료진이 수술 준비를 하기 시작했고, 머지않아 원장님이 들어왔다. 원장님은 다른 의료진과 몇 마디 나눈 후 내 얼굴 쪽으로 와서 인사를 하였다.

OOO님 긴장되시죠? 수술 잘 될 것이니 긴장하지 마세요.

수술을 위해 멸균 가운을 입고 준비하면서도 나에게 '원래 이 지역에 살았었는지', '회사는 어딘지' 등등을 물어보면서 나의 정신을 분산시켰다. 덕분에 긴장되었던 마음 풀렸고, 수술이 아닌 다른 생각들이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덕분에  "위잉~위잉~" 뼈에 나사를 박는 의료용 드릴 소리에도 덤덤하게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수술 직 후 원장님께 감사하다는 인사까지 하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수술을 잘 받았다는 인식은 수술 후 회복에서도 영향을 끼쳤다. 마음을 편하게 가지게 되었고, 병원식도 잘 챙겨 먹었으며 남은 치료에도 집중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정말 별거 아닌 대화 몇 마디였지만, 나에게는 긴장을 풀게 해 주고, 수술 후 회복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준 것이다.


  지금도 어딘가 아파서 치료를 받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하고 싶다!

"잘 치료될 거예요!"

  의료진은 잘 될 거라는 말에 인색하다. 잘 될 거라고 이야기했는데 결과가 안 좋은 경우, 뒷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자는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불안함이 가득하기에 긍정적이고 따뜻한 한 마디 건네 보는 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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