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verflowToU Feb 14. 2022

세 차례 실신에 대한 조언(feat.심전도,스마트워치)


  세 달 전, 한동안 연락이 없던 지인 A에게 갑자기 카톡이 왔다. 최근 몇 달 동안 세 번이나 실신을 해서 병원 응급실에 갔었다는 것이다. 실신하는 것도 흔한 일이 아닌데 세 번이나 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A는 원인이 무엇일지, 어떻게 해야 할지 나에게 조언을 구했다.


  본인 생각으로는 코로나19 백신이나 공황장애 등으로 인한 실신이 의심된다고 했다. 백신을 맞고 수차례 실신했다는 사례를 뉴스로 본 적이 있어서 A의 말대로 백신이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은 되었지만, 백신 접종 직후의 실신도 아니어서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보면서 이야기를 더 들어보았다. 실신을 하기 직전 A 평소와 같은 상황이었으나 두근거림과 어지러움을 느끼면서 실신하였고 병원에 갔으나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아서 휴식을 취하고 돌아왔다고 했다.


  만약, 평소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흔한 실신 유형 중 하나인 미주신경성 실신을 첫 번째로 의심했을 것 같다. 걱정이 많은 A의 성상 과도한 긴장 등으로 갑작스레 미주경이 자극되어 혈관이 확장되 혈압이 떨어져서 실신을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신하던 상황이 긴장된 상황이 아니었다고 말했고, 두근거림이 강하게 느껴졌다고  것으로 보아 심장의 부정맥 때문에 실신을 한 것이 아닌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A가 응급실 심전도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지속되지 않는 유형의 부정맥인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이 의심되었다. 그래서 필자는 일단 심장내과 진료를 볼 것과 홀터 검사를 해보는 걸 추천하였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PSVT, paroxysmal supraventricular tachycardia)

 -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은 심장이 뛰도록 하는 전기흐름의 정상적인 시작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도가 시작되면서 발생하며, 짧게는 수초에서 길게는 수십 분 동안 부정맥이 발생하였다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심장에 혈액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축하는 것을 빠르게 반복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혈압이 떨어지면서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어지러움증을 느끼거나 실신할 수 있다.


  홀터 검사는 심전도 측정 기기를 24시간 혹은 48시간 동안 착용한 상태로 생활하여 어떤 부정맥이 지나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병원에서 측정하는 일반 심전도 검사는 그 당시의 상태만 볼 수 있기 때문에, 심전도가 변화되는 것이 의심스러운 환자의 경우 홀터 검사를 해본다. 하지만 검사를 진행하는 24시간(혹은 48시간) 내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홀터 검사에서도 특이점을 찾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A의 경우 실신과 실신 사이의 시간적인 간격이 꽤나 있었으므로 홀터 검사로 원인이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홀터 검사 외에 추천했던 것은 스마트 워치였다. 최근 나온 갤X시 워치나 X플 워치의 경우 심전도 측정 기능이 있다. 물론 여러 방향의 전기흐름을 측정하는 정식 심전도 검사만큼 정확하진 않을 수 있으나, 필요할 때 바로 측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렇다면 빨리 사야겠다면(A는 쇼핑할 이유를 찾아 즐거워했다), 스마트 워치도 고 검사도 받아보겠다며 이야기하곤 연락을 마무리하였다. 그리고 한동안 A와의 연락에 대해서 잊고 지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다시 연락이 왔다.

캡쳐 기능을 이용해 추출한 실제 대화 내용(개인정보를 가리기 위해 스티커를 사용)

  스마트 워치를 구입해서 착용하고 있다가 심한 두근거림과 어지러움이 느껴질 때 스마트 워치로 심전도를 기록하였고, 스마트 워치의 심전도 기록을 토대로 병원에 다니면서 검사도 하고 진료를 본 결과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이 맞다고 나온 것이다. 시술을 받아야 된다고는 하지만, 원인을 발견하게 되어 잘 됐다고 생각했다. 시술을 통해 치료를 하면 괜찮아질 수 있으니 말이다.



  병원을 그만둔 뒤로 딱히 흉부외과에서 일하며 배웠던 지식들을 딱히 쓸 때가 없어서 하나씩 잊어가고 있었다. 가족 중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없고, 내 나이 또래 심장에 문제 있을 나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지인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수 있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마트 워치가 빠르게 발전해서 건강문제도 체크해주니 인간수명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빨리 삼X페이도 됐으면 좋겠다.)

아무튼 별문제 없이 시술 잘 받고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신에는 여러 원인이 있고, 기저질환 유무, 연령, 실신 당시 상황, 여러 검사결과 등을 고려하여 판단해야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보다는 신경과나 심장내과를 방문하여 진료받는 것을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환자에게 도움 되는 한 마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