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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Feb 05. 2022

간호사의 태움: 왜 태우는 것일까?

[13] 간호사의 태움 2편

  이전 글, 《간호사의 태움: 그들은 무엇을 태운 것일까?》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몇 년 먼저 병원에 입사한 간호사든, 이제 막 입사한 간호사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직장동료이다. 다른 병동이나 부서로 옮기기 전까지는 함께 울고 웃으며 환자를 봐야 하는 사이이며, 3교대라는 한 배를 탄 사이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신규 간호사를 태우는 것일까?



태움의 이유


  첫 번째 이유로 간호사의 업무가 인수인계로 이어진다는 것을 뽑을 수 있다. 병원 3교대 업무의 특성상, 직전 근무자인 간호사가 담당하던 환자를 내가 넘겨받는다. 직전 근무 간호사가 신규인 경우에 태움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오늘 내가 담당해야 할 환자가 신규 간호사가 보던 환자라고 가정해보자. 환자 파악을 하려고 했더니, 오늘 날짜의 환자 기록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 이미 3시간 전투약이 되어있어야 할 약 이름 옆에 투약을 했다는 투약 싸인이 안되어 있다. 약을 줬는지 안 줬는지 확인하려고 환자 카트를 열어보니, 인수인계 기록과 다르게 몇 개의 환자 물품이 보이지 않고, 환자 침대 주변에는 정리되지 않은 시술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게다가 어제까지는 잘 회복되고 있어서 곧 퇴원할 것 같은 환자였는데, 신규 간호사의 근무 이후 상태가 악화되어 있다.

   다음 근무자로 일을 하러 온 간호사는 속이 끓어오른다. 환자가 안 좋아진 것은 신규 간호사의 탓이 아닐 수 있지만 괜히 기분이 안 좋다. 인수인계를 받으면 결국 다음 근무자의 몫으로 돌아오는 일들대부분이기 때문에 하루 근무가 걱정이 된다. 결국 화가 난 상태에서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하면 태움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신규 간호사의 뒤로 일을 하러 가는 모든 간호사가 신규를 태우지는 않는다. 화가 날 수 있지만 잘 참 뒤, 놓쳐서 하지 못한 을 짚어주고 중요한 지식을 알려주는 간호사도 많이 있다. 후배를 태우는 간호사들의 특징 중 하나는 올챙이 시절을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후배를 태우는 사람들도 과거에는 신규 간호사였다. 본인이 지적한 것과 똑같은 실수를 했던 경험이 있고, 중요한 것을 놓치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하였다. 하지만 자신의 머릿속에는 일을 능숙하게 하는 현재의 모습만 남아있는 것이다. '왜 이런 걸 빼먹지?', '내가 신규 때 이런 실수는 안 했는데, 왜 이러는 거야.'라고 말하는 간호사의 신규 시절을 봤던 선임 간호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금 신규 간호사의 실수와 똑같은(혹은 비슷한) 실수들을 했었다고 한다. 자신의 신규 간호사 시절을 생각해본다면 화를 한 버 더 참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올챙이였던 시절이 있다.


  나도 신규 때 태움 당했으니 너도 태움 당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한몫한다. 본인의 신규 간호사 시절 태움을 당하면서 일을 하고 공부를 했기 때문에, 후배 간호사가 잘못했을 때 태우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마치 옛날 군대에서 '내가 이등병 때 맞았으니 너도 당연히 맞아야지.'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사람들은 신규 간호사 일 처리가 우수한 편일지라도, 어떻게 해서든 트집을 잡아 태우기도 한다.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의 업무적 특성도 중요한 이유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간호 행위도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일을 하게 된다. 환자에게 악영향을 주는 문제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되기에, 업무 중 후배 간호사를 혼내는 경우들이 발생한다. 어떨 때는 태운 것이 아니었으나 주변 선배들이 환자에게 예민하게 대응하다 보니, 실수를 한 간호사가 스스로 자연발화(?)되는 경우도 발생하기도 한다.


환자를 보는 업무는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쁘고 많은 업무도 태움의 요인 중에 하나이다. 신규 간호사가 실수를 했을 때, 후배의 상황을 이해해줄 만한 시간적 여유, 심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들이 있다. 후배의 실수를 너그럽게 받아들이고, 역지사지를 하기엔 처리해야 할 업무가 너무 많은 업무 환경에서 일하다 보니 다그치는 경우들이 생기곤 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각종 검사나 수술 준비 등 일이 쌓여있다면 여유롭게 앉아서 잘못을 짚어주고 교육을 시켜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본인도 다음 근무자에게 인수인계하기 전에 모든 업무를 마무리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해지는 만큼 짜증도 쉽게 나는 법이다.



  정리해보자면, 어떤 부분은 그 사람의 인격 때문에, 어떤 부분은 업무의 특성, 환경 때문에 태움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일반 회사의 직장 내 괴롭힘의 특징과도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 선을 넘는 훈육이나 가르침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태움을 막을 수 있을까? 음 글에서 태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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