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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Feb 03. 2022

간호사의 태움: 그들은 무엇을 태운 것일까?

[12] 간호사의 태움 1편


태움이란?


  간호사들이 일하는 병원에는 '태움'이라 불리는 특유의 문화가 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활활 태운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표현한다. 단어부터가 무섭다. 태우는 대상이 영혼이라는 데서 한번 놀라고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고 해서 두 번 놀란다. 중간에 불을 끌 수도 있는데, 남김없이 끝까지 태우는 것이다.

  처음 병원에 입사했을 때, 태운다는 말을 처음 듣고 무슨 의미인지 몰라 한참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도대체 뭘 태운다고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잠시. 직접 타는 경험을 하면서 온 몸으로 의미를 습득하게 되었다.


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고 해서 '태움'이라고 표현한다.

누굴 태우는가?


  태움의 대상은 대부분 신규 간호사이다. 일반적으로 입사한 지 1년 미만인 간호사들을 신규 간호라고 통칭하는데, 이들은 일을 배운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업무의 숙달도가 떨어진다. 아직 업무의 프로세스가 머릿속에 박혀있지 않아서 중간 과정을 빼먹거나 불필요하게 반복하여 시간을 소비한다. 여러 번 나눠서 쓰고 있는 환자의 연고 등을 사용 후 침대 옆에 두고 왔다가 잃어버리는 경우들도 있다. 간혹 환자에게 투약해야 하는 약의 용량을 착각하여 처방 용량의 2배 혹은 1/2만 조제하는 경우도 생한다.(이런 경우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 예방을 위해 투약 준비 전 선배 간호사가 이중확인을 한다.)


  간호사의 업무의 특성상 동시다발적으로 할 일이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신규 간호사는 더욱 실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환자실에서 흔히 일어나는 상황을 예시 한 번 들어보자.

기관 내관을 가지고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A 환자의 가래를 제거하고 있는 도중에 갑자기 B 환자의 투석기에서 알람이 울린다. 가래 제거하던 일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B 환자 투석기로 가서 알람을 끄고 투석액을 교환하려는데 다시 A 환자의 모니터 알람이 요란하게 울린다. A 환자의 가래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해서 알람이 울린 것이다. 그런데 A 환자는 대동맥 박리가 있어 혈압관리를 잘해야 되는 환자였다. 마음이 급해지는 와중에 간호조무사님이 오셔서 B 환자의 체위변경을 할 차례라고 침대 옆에서 간호사를 기다리고 있다.


  위 상황은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신규 간호사가 실수하기 좋은 포인트들이 여럿 있다. 급한 마음에 가래를 제거하고 인공호흡관을 기관 내관과 제대로 연결하지 않아서 분리되는 경우있을 수 있다. 급하게 투석기 알람 버튼을 타하다가 투석 종료 버튼을 누른다거나 a투석액을 바꿔야 하는데 b투석액을 바꾸는 경우도 생긴다. 알람을 해결하느라 제때 투약해야 하는 약의 투약시간을 놓칠 수도 있다.

  이러한 업무 착오들이 발생하면 예의 주시하던 책임 간호사가 다가와서 신규 간호사를 혼내거나, 해당 간호사에게 인수인계를 받는 간호사가 문제가 있는 부분을 지적하게 된다. 정확히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앞으로 실수가 나오지 않도록 잘 알려주는 간호사도 많이 있다. 하지만 업무를 가르치는 선배 간호사가 교육의 수준을 넘어서서 정신적인 상처와 육체적인 아픔을 남기는 언행을 하는 경우에 태움이 발생하곤 한다.



정신과 육체를 모두 태워린다


  머리에 뭐가 들었냐는 핀잔부터 시작해서 나이는 X구멍으로 먹었냐는 표현까지 다양한 어휘력으로 정신적인 타격을 준다. 신규 간호사가 앞에 있는데, 다른 간호사들에게 신규 간호사에 대한 욕을 한다. 너를 낳고 부모님이 드셨을 미역국이 아깝다며 부모님을 언급하기도 한다. 머리에 똥만 찼다는 표현을 하기도 하고, 같이 일을 못하겠다며 너 때문에 병원을 그만두고 싶다고 하기도 한다.


  육체적인 공격을 하기도 한다. 수액이 들어있는 작은 병, 일명 '꼬마병'으로 머리를 때리기도 하고, 주먹으로 등을 때리기도 한다. 등짝을 후려치기도 하고 안 보이는 부분을 손가락으로 세게 꼬집기도 한다. 인수인계를 하다가 맘에 안 들면 발가락을 신발로 밟기도 하며 정강이를 차기도 한다. 아프다고 우는 간호사에게는 꼴 보기 싫으니깐 우는 것 티 내지 말고 방에 들어가 버리라고 떠밀기도 한다.

 

태움은 신규 간호사의 자존감을 깍아내리고, 우울감을 유발한다.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모두 간호사 지인들이 겪었던 일들이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자존감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일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하지 않을 실수도 하게 되고 또다시 혼나게 된다. 태움으로 인한 상처들이 계속해서 쌓여가다 병원에 출근하는 것이 두려워지고, 우울감이 자신을 가득 채우게 된다. 지인 중 한 간호사는 혼나는 게 너무 두려운 나머지, 차라리 출근을 하는 길에 차에 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한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신규 간호사들을 왜 이렇게까지 태우는 것일까?다음 글에서 태움의 이유와 해결방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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