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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verflowToU Jan 04. 2020

알아두면 도움되는 간호학과 솔직 후기

[04] 간호학과의 좋은 점 3가지 & 아쉬운 점 3가지

  최신 IT 기기에 관심이 있어서 검색하다 보면 '블루투스 이어폰 솔직 사용 후기', '가성비 갑 OO스피커 청음 후기' 등의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제품의 제조사에게 후원을 받고 쓴 건지, 본인 돈으로 직접 사서 후기를 남긴 건지 모르겠지만 이런 후기들을 읽어보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 제품의 스펙에 대해서도 알 수 있고, 실제 이용하고 느낄 수 있는 장점과 단점에 대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물건을 사기 전에, 혹은 어딘가 방문하기 전에 후기를 많이 찾아보곤 한다.


  이번 글에서는 간호학과 남학생으로서 느낀 점이 아닌 간호학과 학생으로 느낀 간호학과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여러 장점과 단점이 있지만 세 가지씩 뽑아보았다. 간호학과를 지원하려고 하는 학생이나, 자녀를 간호학과로 보내려고 생각하는 학부모님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좋은 점 3가지


작금의 취업난 속에서 취업이 쉽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2019년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는 30만 명으로 청년 경제활동인구 중 7%에 달한다.* 1) 이러한 취업난 속에서 어떻게든 취업을 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스펙을 쌓으려고 노력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하지만 간호학과 학생들은 간호사 면허증만 취득하면 100% 취업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취업이 쉬운 편이다. 그렇다 보니 취업에 대한 불안한 마음 없이 학업에만 정진할 수 있다.(물론 인기 있는 병원들의 입사 경쟁률은 치열하여 좋은 학점을 준비해야 한다.) 또한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서 경력이 단절되더라도 전문직이기 때문에 어디든 다시 취업하기가 용이하다. 주변에도 간호사로 일하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오랫동안 쉬었는데, 보건교사나 산업 간호사로 금방 취업해서 다시 일하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취업이 잘 되는 것은 큰 장점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학과 공부가 재미있는 편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바는 공부하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공부를 하면 할수록 인체의 신비에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전공이. 사람은 누구나 살면서 자신의 몸에 대해서 궁금증을 품는 상황이 반드시 온다. 어딘가 아플 때면 왜 아픈지, 아플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갈증을 겪게 되는데, 간호학을 공부하면서 그 갈증을 해소할 수 있다.

  학과 공부에서 실습은 빼놓을 수 없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청진기로 서로의 심장 소리, 폐호흡 소리를 듣기만 해도 재미있다. 주삿바늘을 놓는 연습을 하기도 하는데 서툴러서 혈관을 터트려 피멍이 들기도 하지만 재미있어서 또 해보고 싶어 한다. 이런 흥미로운 학업 과정이 힘든 공부를 이겨내게 해주는 하나의 포인트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간호사가 되면 병원에서 환자를 보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이 있는데 학생 때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다. 간호사 면허증은 따지 못한 간호학생일지라도 봉사활동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혈압, 맥박, 체온 등 활력징후를 측정한다거나 약사 선생님을 도와 약을 분류하는 일, 조제를 보조하는 일 등을 하기도 한다. 또한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의사,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방문하여 드레싱 등의 처치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간호사 업무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보람 또한 느낄 수 있다. 여담이지만 학교 동기 중 한 명은 길을 가다가 생명의 위기에 빠진 사람을 발견하고 심폐소생술을 통해 목숨을 구하는 보람찬 일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보람들은 다른 학과에서 느낄 수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 3가지


많은 공부량으로 인해 학과 생활이 빡빡하다. 

  

  많은 공부량으로 인해 학과 생활이 빡빡하다. 당연히 의대랑은 당연히 비교가 안 된다. 또한 전문직이 되기 위해선 당연히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래도 많은 공부량으로 지치는 것은 사실이다.

  1, 2학년 때 배우는 미생물학, 생리학, 해부학, 약리학, 병리학 등 암기력이 필요한 과목들로 공부량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고등학교 문과 출신의 학생들은 생물학, 약리학 등에서 엄청난 멘붕을 겪게 되고, 이과 출신의 학생들보다 많은 공부를 할 수밖에 없다. 몇몇 과목에서는 의대에서 시행하곤 하는 시험인 '땡시'*를 보기도 하여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2) 

  본격적으로 전공 공부를 하는 3, 4학년 때는 학기의 절반을 병원에서 실습을 하며 보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전공 수업을 듣고 시험을 봐야 한다. 예를 들어 한 학기가 4개월이라고 했을 때, 2개월 동안 쪽지시험,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모두 보고 남은 2개월 동안 실습을 하는 것이다. 

  게다가 4학년 말에 국가고시를 보기 때문에 국가고시에 합격하기 위한 추가적인 공부까지 필요하다. 2020 제60회 간호사 국가고시의 96.2% 였는데 합격률이 높은 것은 문제가 쉬워서가 아니다. 바로 탈락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합격률이 높기에, 탈락하게 되면 전국 하위 4%가 될 수 있어서 더더욱 열중하게 된다. 결국 많은 공부량으로 인해 1학년 때부터 4학년 때까지 4년간의 학교 생활이 바쁘게 돌아간다.

 

공부량이 많은 것도 많은 것이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도 너~무 많아서 적당히 할 수가 없다.

대외활동이나 자격증 취득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가 있다.

  

  빡빡한 학과 일정은 대외활동이나 자격증 취득에 관심이 없는 분위기를 형성하기도 한다. 취업 걱정을 할 필요 없다는 안도감이 원인이 될 수도 있겠다. 확실한 것은 간호학과 학생들 대다수가 대외활동이나 자격증 취득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실제로 함께 일했던 병원 간호사들 중에 그 흔한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이 없는 사람이 매우 많았다.) 이러한 분위기는 다른 학과와 차이가 극명하다. 다른 전공자들은 컴퓨터 자격증부터 시작해서 한국사, 한국어 자격증 등을 따고, 영어 시험도 높은 점수를 준비해둔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공모전에 참가하여 수상을 하기 위해 애쓰며, 서포터스, 인턴십, 멘토링 등 많은 대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스펙을 강화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간호학과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그나마 많이 공부하는 것은 병원 취업에 적어낼 영어 시험 성적이었다.


  사실 나 또한 병원에서 일을 할 때까지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면허증 하나면 일하는 데 문제없고 또래랑 비교해도 꽤 많은 연봉을 받았기 때문에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병원을 떠나서 이직하려고 하니 큰 걸림돌로 다가왔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쓸 내용이 너무 없는 것이었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영어 토익 점수는 기간이 만료되어 나에게 남은 것은 컴퓨터 자격증 1개뿐이었다. 이때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다른 학과와 교류가 적은 환경 또한 아쉬운 점이다.

  

  물론 학교마다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주변 간호사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대부분이 교류가 적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의대와 간호대는 병원에서 실습을 해야 하는 커리큘럼 상의 문제 때문에 캠퍼스의 중심과는 떨어진 외곽이나 학교 병원 옆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위치 상의 문제와 더불어 전공의 특수성 때문에 다른 학과와의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1학년 일부 교양 수업 외에는 강의도 같이 들을 일이 없고, 동아리도 따로 운영한다. 그래서 학과 생활을 하면서 고립감 아닌 고립감을 느낀 적이 많이 있었다. 



 

  학과 일정이 빡빡하고, 대외활동이 부족하고, 다른 학과와 교류가 적은 것이 야기하는 치명적인 문제는 시야를 좁게 만든다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시간을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지만 그 외의 곳에서는 초라해지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정보화 사회가 된 지금 시대는 Specialist 보다는 Generalist를 요구하고 있다. 한 분야만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보다는 여러 분야를 소화하고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것들 속에서 연결점을 찾아 창의적인 생각을 해내는 사람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더더욱 아쉽게 다가올 수밖에 없.


  하지만 아쉬운 점들을 살펴보면 첫 번째를 제외하고는 개인이나 학과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 가능한 것들로 보인다. 주말이나 방학에 시간을 내어 대외활동을 찾아보고 실천에 옮기다 보면 새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고, 자연스레 다른 전공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학과 생활에 활력소로 작용하고 Specialist로서, 그리고 Generalist 로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대학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여러 장단점을 고려해보고 신중하게 간호학과를 선택한다면 보다 나은 학과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필자의 학생 시절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만큼 다른 사람들은 후회 없는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다음 글부터는 간호학과를 졸업한 뒤 병원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겠다. 



1) 출처: 통계청 - 연령별 경제활동인구 총괄
http://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101&tblId=DT_1DA7002S&checkFlag=N
2) 땡시 : 쪽지 시험 종류 중 하나로 땡! 하는 종소리가 들리면 옆자리로 이동하여 해당되는 문제를 푸는 박진감(?) 넘치는 스피디한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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