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간호사 : 나 이번 주 금요일에 Day 근무라 저녁 시간에 만날 수 있을 거 같아! 아침 6시 30분부터 근무 시작이라 새벽부터 일어나서 피곤할 테지만ㅠㅠ
C친 구 : 금요일 괜찮네! 역시 3교대는 힘든 것 같음.그래도 6시 30분부터 근무 시작이니까 2시 30분이면 근무 끝날 테니 다행이다.
B친 구 : 나도 금요일 가능해! A가 일찍 끝나니깐 3시쯤 병원 근처 OO역에서 볼까?
A간호사 : ????
대화를 읽으면서 이상한 부분을 발견하였는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간호사의 교대 형태나 근무 환경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정답을 말하자면 간호사의 근무는 아침 6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14시 30분에 절대 절대 끝날 수 없다. 14시 30분이란 시점이 하던 일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맞다. 하지만 일이 끝나는 시점은 아니다. 간호사간의 연결고리인교대 형태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으니 차근차근 설명해보겠다.
병원 환경에서의 인수인계는 짧게 끝내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3교대 근무는 24시간을 삼등분한 8시간씩 근무하는 근무형태이다. 근무 중에 업무 내용의변화가 없거나 작은 변화만이 존재하여 다음 근무자에게 공지할 사항이 적은 경우는 짧은 시간의 인수인계 시간이면 교대를 완료할 수 있다. 이런 업무는 8시간에 10~15분 정도의 인수인계 시간이면 교대를 마무리하고 퇴근할 수 있다. 하지만 병원 환경은 매우 다이내믹하다.인수인계 시간에도 환자가 퇴원하고 새로 입원을 할 수도 있으며, 환자의 상태가 급격하게 나빠져서 처치실로 이동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병원 환경에서의 인수인계는 짧게 끝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인수인계 줄테니깐 받어!
위의 대화를 다시 살펴보자면 14시 30분이란 시간은 근무를 끝낼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바로 다음 근무자와 인수인계를 시작하는 시점이다. 이전 근무자는 다음 근무자에게 환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브리핑해야 한다. 또한, 인수인계가 시작하는 14시 30분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과 기록들은 인수인계가 끝나야지만이 처리할 수 있다. Day 근무의 경우 15시 30분 정도에 끝나는 건 기본이고, 일이 많이 밀리면 4시 넘어서까지 퇴근을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인수인계를 받는 간호사는 어떨까?
이번에는 인수인계를 받는 간호사의 상황을 생각해보자. 14시 30분부터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하는 근무자는 14시 30분까지 출근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환자 파악을 미리 해야 되기 때문이다. 어제 근무하면서 봤던 환자를 오늘도 담당하게 된다는 보장이 없고, 같은 환자일 지라도 24시간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 자신의 근무 시간을 무사히 보내고 싶다면 환자 파악을 잘해서 인수인계를 꼼꼼히 받아야 한다. 결국 환자 파악도 인수인계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해당 근무 때 해야 하는 일들-이를테면 의료기기, 치료재료 물품의 개수를 세는 일이나 비품으로 가지고 있는 의약품의 개수와 유효기간을 체크하는 일-도 해야 한다. 인수인계 직전에 약 10분 동안 해당 근무 간호사들이 모두 모여서 병동의 전체 공지사항을 공유하는 시간도 갖는 건 보너스다. 때문에 보통은 인수인계 시간보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일찍 출근할 수밖에 없다.
근무 외 시간임에도 근무 시간처럼 당연시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회사원이 일찍 출근해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나 칼퇴를 못하고 야근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다. '8시간 근무'의 앞과 뒤 시간은 근무 외 시간임에도 근무 시간처럼 당연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교대 형태 때문에 기본적으로 10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일하며, 업무가 많을 경우 10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게 되는 것이다. 간호사의 초과근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중에서 인수인계를 개선하는 방법이 좋은 해결책으로 거론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교대 근무이기 때문에 인수인계 시간은 필연적이며 꼭 필요한 시간이다. 하지만 인수인계의 방식이나 인수인계를 하는 분위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간호사의 3교대 근무 만족도는 훨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글에서는 병원에서 일하면서 경험했던 인수인계 이야기와 개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