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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May 23. 2022

코로나 2년 반, 인간관계가 침전되다.

침전沈澱, sediment 액체 속에 존재하는 작은 고체가 액체 바닥에 가라앉아 쌓이는 일



코로나로 사람들이 자기안의 소리를 더 많이 귀 기울이게 되면서 확실히 많은 것들이 정리되었음을 느낀다.

주변이, 라이프 스타일이, 일하는 방식이, 또 인간 관계가 많이 바꼈다. 재택으로 홈오피스로 일을 한다고 하면 집에서 일이 되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했는데 요즘에는 많은 회사들이 재택 근무를 하게 되니, 가족의 삶이 대체적으로 많이 바뀌었다. 회사도 학교도 모든 것들이 잠시 멈추게 되고 그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과 더 긴밀해졌고, 더욱 긴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지옥과 천국을 경험했다. 여행이 불가능하니 어떻게든 가까운 곳에서 기쁨과 즐길거리를 찾아야만 했다. 중요한 인간관계만 남기고 많은 이가 흩어졌다. 가끔 만나는 만남이 귀하고 아깝다 보니, 만나서 나를 피로하게 하는 인연을 철저히 배제하게 된 것이다. 참 놀라운 시간이었다.

몹시 나쁘고 불편한 시간이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여 강제로 자신을 돌아보고 가족과 삶을 온전히 나누는 경험은 흔치 않을테니 또 좋았던 점들도 많았다고, 생각했다.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침전되었다. 


가라 앉을 건 가라 앉고

부유물은 위로 떴다.


건져내야 할 건 건져내어졌고 

남겨진 것은 더욱 진하고 농밀하다. 


그 사이 나를 감싸던 것들이 이런 것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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