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aica Rum Review
세 달 전, 마두로 바의 인스타에 럼 입고 글이 올라왔다.
요즘 관심있는 증류소인 Long pond의 40년 럼이라니, 게다가 럼 리뷰 사이트인 Rum X의 "Rums of the year 2024"에서 1등을 했다고 한다. 이 피드를 보고, 후쿠오카 럼 기행을 계획하기 시작했다.
The sins Long Pond 40years를 마시기 위해 후쿠오카에 온 것이니 만큼, 첫 번째 목적지는 당연히 bar Maduro였다. 바 마두로에 대한 기록은 다음 글에서 할 것이며, 이번 글에선 이 술에 대한 간단한 인상을 남기고자 한다.
사실 "바에서 마신 술에 대한 리뷰를 하는게 적절할까?"라는 고민도 있었다. 다른 여러 술을 마시는 바에서, 그것도 한 잔도 아닌 반 잔(필자는 바에서 주로 반 잔(half)으로 주문한다.)을 마시고 그 술에 대한 감상에 대한 글을 쓴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감각은 흐려지고, 기억도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넘기기엔 아쉬운 순간들이 있다. 오랫동안 마셔보고 싶었던 술이었거나, 기대 이상으로 인상적이었던 술이라면, 술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앞으로 바에서 마신 술에 대해서는 본문 상단에 [Half Pour Review] 표기를 하고, 감상과 rating을 남기기로 한다.
[Half Pour Review]
Distilled in 1983, Bottled in 2024
ABV: 51.6%
Botlled by: Distilia
역시나 자메이카 럼의 전형적인 에스테르가 첫 번째로 다가오는데, 사뭇 무언가 다르다. 강하게 찌르듯한 파인애플의 산미와 함께 밀려드는 것이 보통의 느낌이라면, 이것은 정말 은은하게 천천히 다가오는 듯하다. 복숭아, 살구 등 다른 풍부한 과실향과 함께 약간 떫은 오크도 있다. 입 안에서 우아하게 풀어지며, 그 무엇 하나도 튀어나오지 않는, 정말 좋은 밸런스도 남다른 경험이었다. 우아한 자메이카 럼이라니, 어쩌면 고요한 폭발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대한 만큼의 깊은 맛은 느껴지지 않았고, 바디감도 다소 약해 아쉬움이 남았다.
그 시간을 단순히 금액으로 환산하는 것은 어렵고, 정확하지도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안에는 인건비, 증발로 인한 손실, 오랜 기간 유지와 관리에 들어간 노력 등 다양한 보이지 않는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 비용을 감수하고 마주한 술인 만큼, 어쩌면 나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를 더 기대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앞서 말한 '기대했던 깊은 맛'이 무엇인지조차,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