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Rum
'하이 에스테르' 또는 '로우 에스테르' 등, 앞으로 럼에 대해 얘기할 때 '에스테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할 예정이라, 한 번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에스테르는 럼의 향미를 설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정 가능한 지표 중 하나다. 특히 자메이카에서는 오래전부터 럼의 등급을 '에스테르 함량'에 따라 구분해왔고, 이런 전통이 최근의 정보 공개 흐름과 맞물리며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하이 에스테르 = 좋은 럼"이라는 공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수치라도, 증류 방식, 숙성 정도, 다른 향미 성분들과의 조화에 따라 인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스테르는 "향이 강하다"는 인상을 시각적으로 설명해주는 유용한 지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Ester: 향미를 구성하는 화학적 기초
에스테르(ester)는 쉽게 말해 산과 알코올이 반응해서 만들어지는 화합물이다. 술에서 이 반응은 발효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발생하며, 이때 생성되는 다양한 에스테르가 향미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에틸 부티레이트 (Ethyl butyrate) – 파인애플 향
이소아밀 아세테이트 (Isoamyl acetate) – 바나나 향
에틸 헥사노에이트 (Ethyl hexanoate) – 사과 향
흥미로운 점은, 농도에 따라 동일한 에스테르도 전혀 다른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저농도에서는 과일처럼 달콤하고 친숙하게 느껴지지만, 고농도로 넘어가면 풋내, 접착제, 휘발유 같은 날카롭고 낯선 인상을 줄 수 있다. 특히 접착제나 휘발유 같은 향은 많은 이들에게 호불호를 일으키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들은 종합해보면, '하이 에스테르 = 향이 강한 럼'이라는 말은 어느 정도 성립되지만, '맛있는 럼'이라는 보장은 아니다.(하지만 필자는 대체로 하이 에스테르를 선호한다.) 따라서 수치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향의 조화와 개인의 취향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Marque로 읽는 에스테르
자메이카 럼의 경우, 병 라벨에 적힌 marque(마크)를 통해 해당 럼의 에스테르 농도를 유추할 수 있다. 알파벳이 나열되어 암호문 같이 보이는 마크는 발효 방식, 증류 조건, 향미 강도에 따라 정해진 일종의 등급 코드다. 이런 시스템은 단지 개별 증류소의 마케팅 수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자메이카에서는 오랫동안 럼을 에스테르 함량 기준으로 네 가지 국가 공인 마크로 분류해왔다.
Common Clean: 80 - 150[g/hlaa]
Plummer: 150 - 200[g/hlaa]
Wedderburn: 200 - 300[g/hlaa]
Continental: 700 - 1600[g/hlaa]
이 중 continental 등급은 일반 소비용이 아니라, 고농도 향미 원액으로 유럽에 수출되어 중성 주정과 섞는 vershnitt(베어슈니트) 문화에 쓰이기도 했다.
그에 따라 자메이카 내 증류소들은 다양한 에스테르 수치에 맞춘 제품을 생산할 수 밖에 없었고, 이 전통이 오늘날의 증류소별 마크 시스템으로 이어진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Hampden Estate는 자메이카 내 SPA(Spirits Poll Association)에 등록된 8가지의 서로 다른 마크를 보유하고 있다.
OWH(Outram W. Hussey): 40 - 80[gr/hlpa]
LFCH(Lawrence Francis Close Hussey): 85 - 120[gr/hlpa]
LROK(Light Rum Owen Kelly): 200 - 400[gr/hlpa]
HLCF(Hampden Light Continental Flavoured): 400 - 600[gr/hlpa]
<>H(Diamond H): 900 - 1000[gr/hlpa]
HGML(Hampden George MacFarquhar Lawson): 1100 - 1200[gr/hlpa]
C<>H(C Diamond H): 1300 - 1400[gr/hlpa]
DOK(Dermot Owen Kelly): 1500 - 1600[gr/hlpa]
다른 자메이카 증류소들도 이러한 marque 시스템을 보유하고있다. 최근 필자가 관심있는 롱폰드(long pond) 증류소의 경우엔,
LRM: 50 - 90[g/hlAA]
ITP/LSO: 90 -120[g/hlAA]
HJC/LIB: 120 - 150[g/hlAA]
VRW/IRW: 150 - 250[g/hlAA]
OCLP/HHHS: 250 - 400[g/hlAA]
LPS: 400 - 550[g/hlAA]
STC❤️E: 550 - 700[g/hlAA]
TECA: 1200 - 1300[g/hlAA]
TECB: 1300 -1400[g/hlAA]
TECC: 1500 - 1600[g/hlAA]
의 구성으로 되어있다.
Clarendon, Monymusk의 marque는 다음과 같다.
MBS/MLT/MLL: <10 or <60[g/hlAA]
CRV-M: <10[g/hlAA]
MSR: <10[g/hlAA]
MSP: 60 - 70[g/hlAA]
MBK/AH: 70 - 80 or 60 -90[g/hlAA]
MTR: 95 - 100[g/hlAA]
MPG/CHP: 110 - 125 or 90 - 125[g/hlAA]
MDR: 145 - 150[g/hlAA]
EMB: 240 - 250 or 125 - 175[g/hlAA]
MMW: 290 - 300[g/hlAA]
MLC: 450 - 550 or 500 - 600[g/hlAA]
New Yarmouth의 marque는 다음과 같다.
NYE/VL: negligible
NYE/WL: 10 - 25[g/hlAA]
NYE: 40 - 80[g/hlAA]
NYECC: 40 - 80[g/hlAA]
NYE/R: 35 - 80[g/hlAA]
NYE/P: 95 - 150[g/hlAA]
NYE/W: 150 - 250[g/hlAA]
NYE/CR: 250 - 350[g/hlAA]
NYE/HM: 500 - 700[g/hlAA]
NYE/RH: 900 - 1000[g/hlAA]
NYE/WM: 1300 - 1400[g/hlAA]
NYE/WK: 1500 - 1600[g/hlAA]
Worthypark는 다음과 같다.
WPUL: negligible
WPEL: < 60[g/hlAA]
WPL: 60 - 119[g/hlAA]
WPM: 120 - 239[g/hlAA]
WPH: 240 - 360[g/hlAA]
WPE: - 800[g/hlAA]
마지막으로, Appleton estate의 marque는 다음과 같다.(놀랍게도 애플톤을 아직 안마셔봐서 사진이 없다..)
VL: negligible
APEL: 15[g/hlAA]
APCC: 45 - 80[g/hlAA]
APSP/J: 30 - 75[g/hlAA]
여기서, 위 marque들에서 1600이란 숫자를 빨간색으로 표시한 이유가 있다.
역사가 만든 한계: 1600[g/hlAA]
1600[g/hlAA]는 자메이카 럼에서 허용되는 에스테르 함량의 법적 최대치다. 햄든의 DOK, 롱폰드의 TECC가 이 한계선에 도달하며 '하이 에스테르 럼'의 대표주자로 불리지만,(뉴야머스의 NWE/WK도 있지만 인지도가 매우 낮다.) 사실 이 상한선은 아주 오래 전 자메이카 럼 산업의 위기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20세기 초, 독일은 하이 에스테르 자메이카 럼을 Rum Verschnitt(럼 베어슈니트), 즉 '럼 향료'처럼 사용해 감미주나 중성 증류주에 소량 혼합해 '자메이카 럼'으로 판매하는 문화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사용 방식은 세금 회피와 동시에 진짜 자메이카 럼 시장의 명성을 위협하게 되었고, 실제로 1930년대 초 자메이카 럼 산업은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이에 대응하여 1934년, 자메이카 정부는 럼의 에스테르 함량을 법적으로 제한하는 Rum(Ether Control) Act를 제정했다.
위 사진은 Rum(Eter Control) Act의 제 4조인 Order to fix eter content of rum의 내용이다.
장관은 필요에 따라 관보(gazette)에 공표된 명령으로 이 섬에서 제조되는 럼의 최대 ether(에테르, 에스테르) 함량을 설정할 수 있다. 장관은 동일한 방식으로 이를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럼의 에테르 함량은 본 법에 따라 제정된 규정에 명시된 방식에 따라 측정 및 계산되어야 한다.
2. 이 섬에서 제조되는 럼의 최대 에테르 함량은 1600 에테르로 고정되며, 이는 이로써 확정된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35년 최대 에스테르 수치를 1600g/hlAA로 고정했다. 이 기준은 현재까지도 유지되고 있으며, 자메이카의 증류소들은 이 제한선 안에서만 하이 에스테르 럼을 생산할 수 있다.
오늘은 럼의 풍미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성분인 에스테르에 대해 알아보았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럼의 향미는 에스테르 하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콘제너(congener)를 비롯한 다양한 화합물의 복합적인 작용에 의해 형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