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바 추천
[Half Pour Review : The sins Long Pond 40 years]에서 잠시 언급했던 후쿠오카의 럼바, bar maduro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부는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아늑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the sins long pond 40 years를 주문했더니, "오 이 술을 아세요?"라며 은근히 반가워하시는 듯했다. 이곳 마두로의 사장님은 친근한 아저씨 같은 스타일이다.
원래 이 잔만 마시고 조용히 나올 생각이었지만, 그 순간 문득 '아, 여기서 좀 더 마시게 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다. 애주가들끼리 가장 재미있는 대화는 역시 술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이 우아한 롱폰드를 첫 잔으로 마시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음 잔을 주문했다.
맛은 the sins long pond가 확실히 더 좋았지만 위 사진의 wu dram clan long pond에 더 만족감을 느끼는 내게 슬퍼하며, 사장님과 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러자 "너 하이 에스테르 좋아하는구나?" 하시면서 사반나와 햄든을 블렌딩 한 바틀이 있다며 보여주셨다.
사반나와 햄든을 섞었다니, 호기심이 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라벨을 보며 상상했던 맛과는 다른 방향으로 맛있어서, 강한 인상을 남긴 한 잔이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half pour review에서 다뤄보겠다.
럼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는 한국인 대학생이 신기하셨는지, 선반에서 주섬주섬 꺼내 많은 것을 보여주셨다. 위 사진의 박스는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보고 언젠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햄든 증류소의 marque 패키지인데, 실제로 보니 신이 나 "스고이"를 연발했다. ㅋㅋ
요즘 가장 좋아하시는 증류소라며 오스트레일리아의 Killik 증류소에서 받은 샘플 두 개도 맛 보여주셨다. 이 증류소도 평소 궁금했던 곳이라, 정말 반가웠다. 정말 인상 깊었던 두 잔이라, 이 증류소에 대한 것도 따로 다루도록 하겠다. 참고로, 두 달 후쯤, killik 쉬라즈 와인 캐스크를 maduro pick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하셨다.
"아마 넌 이걸 좋아할 거야."라며 보여주신 덴마크 럼. 셰리 와인 캐스크와 이 증류소의 스피릿의 궁합이 정말 좋은 듯했다. 묵직한 바디감과 부드러운 질감, 베리류의 단 맛과 초콜릿, 버터가 느껴지는, 모두가 좋아할 만한 럼이었다.
이후 많은 럼들을 소개하주시고 추천해 주셨다. 진득히 앉아 다 마셔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랬다간 여행 경비를 다 쓸 거 같아 겨우 참았다.
앞서 소개한 bar rummy와 비교하자면, 이곳은 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분들이 더 재밌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마두로엔 상대적으로 고가의 럼이 많아, 입문자에겐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마두로 사장님께서도 "우리 바는 초심자에게는 조금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물론 사장님은 매우 친절하시고 , 럼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신다. 다만, 입문자 입장에선 가격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있을 수 있어, 처음부터 쉽게 다가가긴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꼭 와바야 할 바 임에는 틀림없다. 흔히 접하기 어려운 하이엔드 럼들을 경험해 볼 수 있고, 사장님의 깊이 있는 설명을 들으며 럼에 대한 시야를 넓힐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입문자든 매니아든, 럼이라는 술의 매력을 진지하게 느껴보고 싶다면, 언젠가는 꼭 들러야 할 곳이다.
[Bar Maduro] https://maps.app.goo.gl/SAL8VypJjK23LBh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