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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여름 Jun 14. 2019

서스페리아

Suspiria , 2018







 콜미바이유어네임과 아이엠러브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 서스페리아 입니다. 작품 제작 당시부터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실텐데 덕분에 1977년 원작 작품도 재조명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1977년도 원작은 아직 관람을 못했습니다만 루카 구다아니노 감독의 서스페리아 작품이 워낙에 강렬한 작품이었기에 먼저 리뷰를 적게 되네요. 듣기에는 초반 스토리 도입 설정만 차용되었을 뿐 스토리 전개 자체가 많이 수정되었기에 별개의 작품으로 보아도 무방할 정도라고 하는군요.












 루카 감독의 기존 작들과는 다르게 호러 장르의 영화이기에 호기심은 일었지만 강력한 비쥬얼 포스터와 입소문에 포기하신 분들도 더러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개봉관도 많지는 않은 편이었구요. '콜미바이유어네임' 때처럼 상영관에서 롱런 하지도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이 어렵다! 라고들 하시던데 독일의 역사에 대해 관심이있으시거나 전공으로 공부하신 분들이 아니라면 배경지식에 대해서 인지하고 계셨던 분들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로 인해 작품에 내재되어있는 은유에 대해서 온전히 파악하는 것은 2시간 반 정도의 작품 감상만으로는 부족한 일이죠. 감상 후 스터디를 통해 이 작품의 의미를 쫓아 헤엄치는 시간이 필요한 영화입니다. 장면 하나하나에 공을 들이는 감독들의 작품이라면 그 사소한 의미까지 다 탐구해보고 싶은 욕구가 들게 마련입니다. 영화를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죠.












 내재된 심층적 의미가 많은 서스페리아 이지만 표면에 노출된 서사와 이미지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극단의 기숙사는 오래된 낡은 호텔을 재구성해서 촬영하였다고 하는데 그 올드한 분위기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잘 맞아 떨어집니다. 매우 리얼하게 조성된 무대(영화의 배경)이지만 그 어딘가 인위적인 느낌이 계속 나는건 영화 구조의 설정이 오래된 원작을 차용하고 있다는 점과 카메라의 시선과 사운드가 이 이야기 자체를 전지적 시점에서 계속 바라보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한 무리의 구성원들과 한 공간 속으로 외부인이 등장하여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을 헤쳐간다는 점은 매우 익숙한 구조이죠. 그 익숙한 구성 속에서 펼쳐지는 서사는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인한 복잡함과 다소 불친절한 화면전환과 편집 등으로 인해  쉽지는 않지만  못 쫓아갈 정도는 아닙니다. 그 와중에 보여지는 캐릭터들의 다소 기묘한 반응과 언캐니한 심리적 표현들은 이 영화가 흘러가는 방향을 암시하게끔 합니다. 특히 다코타 존슨과 틸다 스윈튼의 연기가 이야기의 갈등과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틸다 스윈튼의 무성적인 분위기는 언제 보아도 대단합니다. 그 백지같은 얼굴에서 표현되는 메세지들은 작은 표현 조차도 명료하게 전달되는 것 같습니다. 내재된 힘을 서서히 표출해가는 '수지'역의 다코타 존슨의 연기도 그 깊이를 담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초반부 클레이 모레츠의 연기를 좋게 보시는 분들도 많으시나 아직은 이런 역을 맡기에 한 단계 정도 숙성(?)될 필요가 있어 보이긴 합니다. 클레이 모레츠가 어리기도 하지만 또 동안인지라 역할에서 손해 보는 부분이 있다 생각되네요. 미아 고스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조금 약해 보이기도 하지만 극중 역할 자체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에 맞는 눈높이라 생각됩니다. 














 루카 감독이 어린 시절 서스페리아 원작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해 평생 이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마음에 담고 있었다는데 그런 파괴적인 충격을 다시 한 번 재생산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 영화가 보여주는 비쥬얼은 많은 관객들의 허용 한계치를 넘어선 수준입니다. 도입 전개부분에서 보여지는 다코타존슨과 '올가'의 역의 엘레나 포키나 분의 교차편집 부분에서 관객들은 이미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장면들의 촬영과 편집에 수주간의 시간이 들어가고 그래픽이 아닌 실제 무용수의 연기였다는 것에서 감독의 얼마나 강한 이미지를 원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비쥬얼 씬은 너무나 강력해서 마치 머릿 속에 바늘을 찔러 넣은 것같이 한 곳에 공포감을 심어넣는 것 같습니다. 


















 결말부의 의식(ritual)에 관한 시퀀스는 이 공포감이 점점 번져서 넘쳐 흘러버린 것 같은 충격을 줍니다. 전체가 붉게 물들어진 화면에 쇼크를 받고 그에 물들어갈 때 쯤 이 모든걸 화(火)하는 것 같은 화면에서 흘러나오는 '톰요크'의 목소리는 이 모든게 마치 환상이었던 것 마냥 이야기를 풀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톰요크의 목소리가 너무 분명한 탓에 영화의 분위기를 흐리는 것도 같지만 시종일관 관객을 무겁게 짓눌러온 영화의 공포심의 해방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었다고도 생각됩니다. 이게 해소가 안된다면 영화에 대한 불쾌감이 지속적으로 계속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죠. 













 꽤 긴 러닝타임이지만 하나하나 공들여온 화면들에는 낭비가 없어 보입니다. 정신과 의사가 너무나 유약한 모습이었다는 것과 틸다 스윈튼이 굳이 알아보지 못할 분장까지 해가며 3역을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는데 작품에 내재된 의미를 알고나면 수긍이 가는 부분들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내적 의미에 대해서 이미 많이들 찾아보셨을텐데 쉽게 요약해보면 나치시대를 지내온 독일 국민들과 그위에 군림했던 나치와 기득권들 사이에 찾아온 갈등과 변화를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른 대변적인 인물들을 내세워서 이야기를 끌었던 것이구요. 



 영화를 보면서 조금 어려웠던 부분이 따로 있다면 영어와 독어, 불어가 자꾸 번갈아가면서 사용된 점인데 어차피 다 외국어라 한국어로 자막처리되어서 나왔기에 이해는 문제가 없지만 영어권 국가들에서는 독어와 불어부분만 자막처리 되어서 나온건지 궁금하네요. 



 본인에게 남아있던 트라우마 같은 강렬한 이미지를 수십년간 발전시켜 만들어낸 루카 감독의 '서스페리아'. 그 누군가에게는 또 남겨졌을 이 강렬한 영화가 다시 이후에 재생산 되어질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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