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리스(Timeless) 가구
몇 년 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프리랜서 영상감독과 함께 일한 적이 있습니다.
노을 지는 해변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서 있는 뒷모습이 이 분 카톡 배경 사진이었고, 프로필 이름은 카이로스였습니다.
카이로스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검색해 봤습니다.
'카이로스(Kairos)'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말로, ‘적절한 때’, ‘결정적 순간’, 또는 '기회의 순간’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놓치면 다시 오지 않는 기회나 딱 맞는 타이밍으로 이해했습니다.
또한 카이로스와는 다른 의미로 시간을 나타내는 고대 그리스어, 크로노스가 있었습니다.
'크로노스(Chronos)'는 흘러가는 시간, 하루하루 흘러가는 연속적인 시간을 의미합니다.
일상, 일정, 계절, 그리고 나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시간으로 눈에 보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합니다.
나에게 시간은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아 있는 것도 있고, 긴 경험의 시간으로 남아있는 것도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 '순간', 지금까지 아이와 함께 해온 '시간'
가구를 만들기 시작해서 완성한 그 '순간', 그리고 가구와 함께 해온 '시간'
순간이 모여서 시간이 되기도 하고, 긴 시간이 하나의 순간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여러 기억들 중, 조금은 낭만적이고 아름답고 감상적인 어떤 것들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옛날 중동지역의 목동은 갈대로 풀피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피리는 약합니다. 부러지기 쉽습니다. 피리의 재료인 갈대가 지천에 늘려 있었기에 피리에 문제가 있으면 새로 만들면 됩니다. 그런데 목동은 부서진 피리를 버리지 않고 고쳐 씁니다. 연약하고 사소해 보여도, 쉽게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 피리가 추억이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신혼여행 때 샀던 머그컵. 17년 동안 함께 했습니다.
하루는 퇴근 후 집에 와보니 그 컵이 깨진 상태로 싱크대 위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내가 설거지를 하다가 실수로 깨뜨렸습니다. 아내도 그걸 차마 버리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지인이 결혼 선물로 준 유리풍차 모양의 장식품이 있었는데, 결혼한 지 두세 달 뒤 청소를 하다가 실수로 깨뜨렸습니다. 아까웠지만 그 유리풍차는 바로 버렸습니다. 머그컵보다 유리풍차가 훨씬 비싼 물건이지만 우리 부부는 컴과 장식풍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습니다. 추억의 가치 때문입니다.
추억은 유행을 타지 않습니다.
그 추억이 무엇이든, 지금의 유행과 맞지 않아도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추억은 트렌드가 없습니다.
트렌드를 타지 않는 것, 추억과 얽힌 물건이나 이야기가 바로 타임리스(Timeless)라고 생각합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 그리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삶'
그리고 고요하고 평화로운 '가구'
거기에 더해 변하지 않는 타임리스 가구.
제가 만드는 가구는 '추억' 할 수 있는 타임리스가 되길 기대합니다.
신혼 때 장모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일억(100,000,000)'보다 '추억'을 소중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