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가구

가구는 과학이 아닙니다, 가족입니다.

by OVO

‘반려가구’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포털에서 검색해 보면 주로 반려동물을 위한 가구,

캣타워나 펫 소파 같은 제품들이 먼저 나옵니다.

AI에게 물어봤습니다.

‘반려가구는 아직 공식 용어나 널리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매우 시적이고 흥미로운 말’이라고 하더군요.

‘반려’의 어원은 사람과 함께 걷는 존재, 마음과 시간을 나누는 관계를 뜻한다고 합니다.

단순히 곁에 있는 물건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짝.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래 곁에 두며 애착이 생긴 가구도 ‘반려가구’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책장, 식탁, 소파테이블을 만듭니다. 운 좋게도 가구 전시회에 몇 번 참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2년 전쯤, 전시회를 준비하며 어떤 가구를 만들까 고민하던 중 ‘방’을 테마로 부스를 꾸미기로 하고 책상, 책장, 침대를 만들었습니다.

그 전시회는 제게 조금 특별했습니다.

그 전시회에 출품한 가구를 지금 제 아들이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이면 책상을 선물한다고 합니다.

아내는 이미 그 시기에 맞춰 마음에 두고 있던 가구를 몇 개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짜장면집 사장이 짜장면을 안 먹고,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한들 목수인 내가 아들 책상 하나 만들지 못할까!‘

아내는 저를 조금 못 미더워했던지, 제게 말하지 않고 몰래 ‘가구’를 검색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내가 살펴본 책상들은 요즘 흔히 판매되는 책상이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전동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한 모션 책상을 많이들 선택한다고 합니다.

그런 책상은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쓸 수 있다고 하지요.

아내의 생각은 고등학교 그 이상이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가구를 원했습니다.

제 아들이 아들을 낳아 손자도 쓸 수 있는 그런 책상말입니다.


저는 전시회에 출품할 생각으로 디자인해 둔 책상을 아내에게 슬쩍 내밀어봅니다.

“이건 어때?” 조심스럽게 물었는데, 의외로 아니, 예상했던 대로 아내가 무척 좋아합니다.

자기가 찾아봤던 가구와 느낌이 비슷하다고, 아니 오히려 더 좋다고 합니다.

깜짝 놀랐다고 하더군요.

아들의 의견은 구하지 못했지만, 아들은 저를 많이 닮았으니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가구를 만듭니다.

가구를 가르쳐주신 은사님께서 제가 만들고 있는 책상을 보시고 “이건 300년은 쓰겠다.” 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과한 정성, 이른바 ‘오버스펙’ 이 아니냐는 느낌도 살짝 받았지만, 저는 정말 300년을 함께할 수 있는 가구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적당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부분들도 다시 살피고 더 정성 들여 완성했습니다.


나무는 보통 30년, 50년 이상 자라야 비로소 가구로 쓰일 수 있는 크기가 됩니다.

예전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고, 그 나무로 시집갈 때 혼수가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가구는 긴 시간을 품고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런 나무로 만든 가구를 몇 해 함께 하지도 못하고 대용량 폐기물 스티커와 함께 버려지는 현실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버려지는 순간, 그 가구는 마치 “제발 가져가 주세요”라고 외치는 물건이 되어버립니다.

우리는 엄마 배속에서 10개월 살다가 밖으로 나와 100년 삶의 기회를 갖습니다.

50년 자연에서 살다 온 나무가 우리에게 가구로 왔을 때 50년은 함께해야 나무의 삶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제가 지금 제 아들 또래였던 초등학교 2학년 무렵, 아버지가 사주신 3단 책장이 아직 집에 있습니다.

비싸지도, 튼튼하지도 않은 책장입니다. 30년 넘게 곁에 있었기에 저는 그 책장이 좋습니다.

우리 아이가 지금 쓰고 있는 가구도 그런 의미였으면 합니다.

아빠가 만들어서가 아니라, 오래도록 곁에 머물며 아이의 삶과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구. 시간이 흘러도 낯설지 않게 그 자리를 지켜주는, 그런 반려가구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한 사람, 두 공간